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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보라매병원 김병관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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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보라매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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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것에 보람을 느꼈어요. 제가 생각하는 진짜 의사란 직업에 대한 사명감과 분명한 소명의식을 가지고 진료 현장에 달려갔지요. 내과 의사 수련을 받던 당시, 건강을 회복한 환자로부터 처음으로 감사의 인사를 받았을 때가 의사로서 가장 보람찬 순간이었습니다."

서울보라매병원 김병관 병원장(55)의 진료 철학이다. 서울보라매병원은 서울대학교병원이 운영하는 서울시 산하 공공의료기관이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김 원장은 2016년 역대 원장 중 최연소인 49세로 제17대 원장에 올라 처음으로 3연임에 성공해 2021년 5월까지 병원장직을 맡는다. 그는 취임 이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적정성 평가에서 시립병원 중 유일하게 14개 전 항목 최우수 등급 획득, 서울시립병원평가 '리더부문 우수기관' 선정, 보건복지부 '2020년 의료질 평가' 1등급 획득 등의 성과를 거뒀다. 6월부터는 서울보라매병원 인사 중 처음으로 서울대학교병원 진료부원장을 맡는다.

"공공병원, 낙후된 의료기관이라는 인식 탈피해야" 

"'모든 서울시민에게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자'는 목표로 저소득 환자, 장애인, 노인 등 의료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건강 불평등을 해소하고 누구나 적정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만들기 위해 매진하고 있습니다."

김 원장은 '건강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 임기 중 이루고 싶은 가장 중요한 목표였다고 한다. 건강 불평등은 사회 경제적 요인에 의해 건강 수준에 차이가 나타나는 현상을 가리킨다. 예컨대, 2012년부터 2015년 사이 한국건강형평성학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금천구 저소득층의 기대수명은 78.1세인 반면 강남구 부유층의 기대수명은 87.5세로 거의 10년 가까이 차이 난다. 같은 서울에 거주함에도 불구하고 '건강의 빈부격차'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불평등은 코로나 19로 인해 더욱 심화됐다는 평가도 있다.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저소득층이 코로나 19 감염에 더 취약하기 때문이다.

공공의료기관인 서울보라매병원은 비교적 저렴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건강 취약계층을 위한 진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김 원장은 건강 불평등을 해소하려면 저렴한 의료서비스 제공뿐만 아니라, "질적 발전"도 이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가 보라매병원을 '연구 중심 병원'으로 전환시키기로 결정한 이유다.

이런 판단으로 김 원장은 의료진이 연구에 "열정을 쏟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원내 의사들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게끔 예산을 투입하고 연구 모임 등을 활성화했다. 덕분에 SCI급 논문을 연 300편 이상 발표하는 성과를 거두는 등 의료진의 연구 역량이 많이 향상됐다.

김 원장은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및 신포괄수가제 사업 참여, 취약계층의 중증질환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한 암센터 개설 등 공공의료부문의 발전을 위한 노력"에 힘을 실었다. 이를 통해 "공공병원이 단지 경제적 이유만으로 선택하는 낙후된 의료교기관이라는 인식을 탈피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원장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공공의료의 책임성 강화 및 지역 내 보건의료기관 간 협력 확대를 목적으로 보라매병원을 서울시 지역책임의료기관으로 선정했다.

"관활 권역이 기존 서남권에서 동남권까지 확대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확장된 역할을 수행하려면 지역사회 특성을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김 원장은 설명한다. 이를 위해 보라매병원은 기초조사 수행을 위한 인력을 편성했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급성기 환자의 일상생활 복귀를 돕는 필수보건의료 네트워크, 감염병 대응체계, 지역 내 의료역량 향상을 위한 교육 및 교류 사업 등" 공공보건의료 협력체계 구축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의료 취약계층에게 더욱 다양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김 원장은 기대한다.

"미래 인구구조 변화를 감안한 지역별 의료공급체계 구축 필요" 
 
서울보라매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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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매병원은 중증 코로나 환자와 생후 27 일 만에 코로나에 걸린 국내 최연소 환자를 완치하는 등 코로나19 대응에서도 성과를 거뒀다.

김 원장은 2015년 보라매병원이 '메르스 집중치료기관'으로 지정됐을 때 축적된 경험이 코로나19 사태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고 강조한다.

"감염병 긴급대응지침 및 원내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보호장비 착용 교육 등 신속한 감염병 대응을 위한 절차가 이미 확보돼 있었고, 메르스 종식 이후 감염병 대응을 위한 안심호흡기전문센터 건립도 추진했습니다."

준비했던 만큼 보라매병원은 발빠르게 움직였다. 국내 첫 코로나 19 확진자가 발생한지 1주일도 채 되지 않은 지난해 1월 26일 서울시 최초로 병원 외부에 선별진료공간을 설치했다. '병원 외부 선별진료소'는 당시만해도 매우 낯선 개념이었다. 이뿐만 아니라, 2월 10일에는 확진자와 접촉 없이 코로나 19 검사를 시행할 수 있는 '글로벌-월' 시스템을 국내 처음으로 도입했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 의료계와 정부 간의 갈등에 따른 전문의 총파업으로 인해 "코로나 19 대응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김원장은 설명한다.

"파업 당일 일부 주요 진료과가 연장 진료를 실시하고 추가 인력을 배정하는 등 해결방안을 마련해 진료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었어요."

작년 9월 정부가 코로나 19가 종식되기 전 새 의료 정책을 추진하지 않기로 의사협회와 합의함으로써 전문의 파업이 마무리됐다. 그러나, 갈등 원인이던 의료진 서울 쏠림 현상 및 지방 의료진 부족 현상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향후 의료계와 정부 간에 더욱 극심한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김 원장은 장기적인 트랜드를 분석한 후 차분히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저출산과 고령화가 가속화돼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상승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의료인 수급 문제를 해결하려면 현시점을 바탕으로 한 신속한 법 제정보다는 미래 인구구조 변화를 감안한 지역별 의료공급체계 구축을 전담하는 별도의 기구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와 논의가 장기적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김 원장은 강조한다.

정부 의료계 갈등으로 인해 지난 1년 간 실추된 의료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것도 절실하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려면 국민 신뢰 회복이 우선입니다. 국민의 건강안전망을 지킴으로서 앞으로도 국민의 신뢰를 받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최연소 병원장에서 3연임의 임기를 마무리하고 본원 진료부원장으로 임명된 김 원장의 남은 숙제다.

태그:#병원장 , #서울보라매병원, #서울대학교병원, #의사, #최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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