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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봄, 친정아버지가 요양병원에 입원했습니다. 당분간 혼자 지내야 하는 엄마를 위해 형제들이 모여 친정집 대청소를 했습니다. 청소도 청소지만 편하고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해드리자는 취지였습니다.

낡아서 쓰지 못하는 것들도 많았지만 나이 드신 엄마가 쓰시기에는 무거워 안전하지 못한 것들도 많아 보였거든요. 나이 드신 분들의 경우 집안에 물건이 많으면 넘어지거나 그것이 떨어지는 일 등으로 부상 입을 가능성이 많다고 해서 대청소를 하자고 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것들을 버렸는데, 우리끼리 쉬쉬하며 버린 것들도 많지만 버려도 되는지를 일일히 확인해 버린 것도 많았습니다. 대신 쓸 수 있는 것들을 미리 준비해 가 불편하시지 않게 해드렸고요. 그런데도 엄마는 한동안 충분히 쓸 수 있는 것들을 버렸다며 핀잔하곤 했습니다.

특히 '그 냄비'를 버린 것으로 핀잔이 심했는데요. 불평을 되풀이하시더니 어느 날은 우리 마음을 지레짐작해 듣고 싶지 않은 말씀까지 하시더군요. 정말 생각조차 못 하던 말이라 가슴이 철렁, 당혹스러웠습니다. 그동안의 엄마와는 전혀 다른 모습에 엄마가 정말 많이 늙으셨구나 싶어 왈칵, 먹먹해졌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아버지로 인한 상실감으로 자포자기한 상태였을지도 모른다', '그 냄비에 엄마만의 뭔가가 스며있나' 등의 생각으로 마음이 복잡하곤 했었습니다. 엄마의 물건을 섣불리 정리하지 말자 마음먹게 되었고요. 그런데 이게 과연 최선일까요?

조만간 언니가 도시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친정으로 갈 예정입니다. 아직도 친정에는 버려야 할 것들이 많아 보입니다. 거기에 언니의 물건들까지 더해지면 훨씬 복잡하고 답답해지겠지요. 살림을 도맡다시피할 언니의 고충은 그만큼 커질 것이고요.

사실 한 분이라도 살아계시는 동안엔 부모님의 물건을 정리하지 말자 쪽으로 마음 정했지만, 늘 개운치 않았습니다. 그런데 언니의 귀촌으로 어떤 방법으로든 결정을 내려야 하는 그런 문제가 되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엄마의 마음을 다치지 않으면서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덜어낼 수 있을까요?

'난제' 같은 부모님의 집 정리를 해결하는 법 
 
물건을 많이 가진 것이 풍요로운 삶이라고 믿는 부모님 세대. 막상 집을 정리하려고 해도 만일의 경우 '혹시 필요할 수도 있으니까' 또는 '아까워서', '추억이 많아서' 버리기 싫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건을 버리기 싫어하는 부모님의 마음을 돌리기란 사실 매우 어렵다. 그렇다고 그대로 두면 부담만 커질 뿐이다. 집 정리는 부모님이 앞으로의 인생을 보다 쾌적하고 자기답게 살 수 있도록 만드는 작업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살아오신 삶을 차근차근 정리하고 돌이켜 보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니 처음에 부모님의 완강한 거부가 있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시간을 두고 여러 번 시도해보자. - (<부모님의 집 정리> '부모님의 집을 정리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에서)
 
<부모님의 집 정리> 책표지 앞과 뒤.
 <부모님의 집 정리> 책표지 앞과 뒤.
ⓒ 즐거운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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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집 정리>(즐거운 상상 펴냄)는 '부모님의 집 정리는 왜 필요할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책입니다. 부모님의 집 혹은 짐을 정리한 사례 15가지를 들려주면서, 독자 스스로 자신의 상황에 필요한 방법과 정보를 찾게 합니다.

솔직히 책을 처음 본 순간 '부모님과 마주하는 마지막 시간'이란 부제가 유품 정리 느낌이 강해 나도 모르게 먹먹해졌습니다. 아버지가 요양병원에 계시기 때문인지 조심스러워졌고요.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면 '전혀 아니다, 책을 만나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부모님을 떠나보낸 후 집을 아예 정리한 사례도 있지만, 우리처럼 혼자 살게 된 분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길 바라며 정리한 경우도 있습니다. 또, 살림을 합하며 늘어날 수 밖에 없는 물건들 때문에, 오랫동안 살아온 낡은 집을 고치게 되면서, 무거운 냄비처럼 나이가 많은 부모님이 쓰기에 안전하지 못한 물건들이 많아져서 정리를 한 사례도 있고요. 

이 책은 사례들을 바탕으로 ▲비교적 건강하게 살고 계셔도 부모님 집을 정리해야 하는 이유 ▲부모님 집을 정리하기 전 기억해야 할 7가지 ▲어떤 환경의 집은 어떻게 정리했으며 비용은 얼마나 들었는가? ▲집 정리를 위해 어떤 것들을 알고 있어야 하는가? ▲숨어 있는 물건을 찾아내 처리하는 데 도움되는 팁 ▲부모님의 물건 정리 상태로 예측 가능한 건강 상태 ▲부모님의 집 정리 기본 규칙 11가지 등을 구체적으로 조목조목 들려준답니다.

당사자들 인터뷰도 진솔하게 와 닿았습니다. 일본의 실용책 전문출판사인 '주부의 벗 편집부' 기획으로 만들어진 책이기 때문에 100% 일본 사례입니다. 그런데도 나라가 달라 있을 수밖에 없는 생활 방식이나 사고, 가치관 그 간극이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늙음이라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것과 관련된 것을 다루기 때문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런만큼 우리에게도 좋은 참고가 되겠다 싶고요.

책이 기획된 일본에선 고독사 혹은 독거사와 함께 부모님의 집 정리가 숙제가 된 지 오래라고요. 우리 역시 점점 그렇게 가고 있고요. 그래서인지 유품을 정리해준다거나,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을 폐기해준다는 업체들의 안내문들이 최근에는 많이 보입니다. 주변에서도 이용했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요. 그만큼 힘들기 때문이겠지요.

그래도 가급이면 부모님의 물건은 어느 정도만이라도 자식들이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 싶습니다. 몇 년 전 친정집 대청소로 엄마에게 많은 타박을 받았지만 부모님의 삶에 대해 생각하는 일이 훨씬 많아졌습니다. 엄마를 훨씬 이해하게 되었고요. 그만큼 알게 된 것도 많거든요. 책 속 사례자들 또한 이구동성으로 비슷한 경험들을 이야기하고요.

'무엇을 남기고 싶은가' 먼저 묻는다면 
 
'무엇을 처분하고 무엇을 남기고 싶은가?'를 생각하는 것은 '앞으로의 인생을 즐겁게 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를 생각하는 것'이다. 이것만은 남기고 싶다고 부모님이 원하는 것 안에는 부모님이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가 하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 담겨 있다. "엄마가 꼭 챙기고 싶은 게 뭐야? 왜 그런 거야?" 이런 대화를 시작으로 부모님과 이야기해 보는 건 어떨까?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진행한다면 부모님의 인생관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부모님의 집 정리> '부모님의 집을 정리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에서)
 
시간이 갈수록 분명하게 정리되는 생각은 몇 년 전 친정집 대청소가 엄마를 위해서였지만 과정이 잘못되었다는 것, 우리가 경솔했다는 것입니다. 그럴수록 그 냄비 버린 것은 후회되고요. 좀 더 일찍 엄마의 물건에 관심 뒀다면 아마도 엄마의 특별한 그 냄비를 버리는 경솔한 짓은 하지 않았겠지요.

이 책은 이제라도 엄마가 아끼는 물건 하나하나, 그에 담긴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라고 하네요. 그럼 "기억이 한 움큼씩 빠져나가는 것 같다"며 쓸쓸해 하시는 엄마에게 위로가 될지도 모른다고. 엄마가 기억들을 조금이라도 붙잡게 하는 데 도움 될 거라고요.

몇 년 전부터 내가 남긴 것들로 아이들이 고통스러워선 안된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런데 생각뿐이라 여전히 쌓인 것이 많은 생활입니다. 이런 자신을 돌아보고 다잡게 하는 책이기도 합니다. 부모님의 집 정리는 물론 스스로의 건강한 노후를 위해서도 필요한 책입니다.

부모님의 집 정리 - 부모님과 마주하는 마지막 시간

주부의벗사 편집부 (엮은이), 박승희 (옮긴이), 즐거운상상(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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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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