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6.01 17:40최종 업데이트 21.06.0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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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25일 서울 영등포구 무중력지대 영등포에서 열린 국민소통·민심경청 프로젝트 '서울·부산 청년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5.25 ⓒ 국회사진취재단

 
'국민 속에서 듣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내건 국민소통 민심경청 프로젝트 캐치프레이즈를 보면서 민의를 떠받들겠다는 가상함보다 수많은 주장들 속에서 옥석을 가려낼 만한 혜안을 가지고 있을지 회의가 먼저 들었다. 우려는 곧 현실이 되었다.

지난 25일 '국민소통·민심경청 프로젝트' 자리에서 송 대표는 '최저임금을 초기에 너무 급격히 인상한 것이 잘못이라는 게 드러났다. 자영업자가 큰 타격이 있었고, 결과적으로 일자리가 없어지는 현상이 발생했다'며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의 골간인 소득주도 성장론을 정면 비판했다.


정권을 떠받치는 한 축인 여당의 대표가 정부 정책을 대놓고 비판하는 것도 보기 드문 장면이지만, 최저임금 결정을 위해 노사정이 협상을 하고 있는 마당에 이런 발언을 한다는 것은 경제계를 편든다는 논란이 생겨날 여지도 충분하다. 또,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를 없어지게 했다는 발언 내용 또한 보수언론과 정당, 경제계의 주장일 뿐 반대되는 통계나 주장도 얼마든지 있다.

소득주도 성장론은 서민의 호주머니부터 채워 성장 동력을 만들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이다. 수출과 기업 위주의 정책만으로는 빚더미에 올라 앉은 국민의 삶이 나아질 수 없다는 판단에서 나왔다. 임기 내 최저임금을 1만 원까지 올려놓겠다는 공약도 이래서 나왔다.

하지만 소득주도 성장론은 좌초되었고, 최저임금 1만 원 실현도 요원해진 게 현실이다. 시작은 경제계와 보수 언론, 야당의 집요한 최저임금 인상 흠집 내기였다. 편의점주보다 알바생이 더 많이 번다며 '을'들의 싸움을 부추겼고, 또 다른 쪽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들이 다 망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경제계와 보수 언론, 야당의 반대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수였지만, 정부와 여당은 싸움다운 싸움 한번 해보지 못하고 두 손 드는 모양새가 되었다.

그래서 최저임금이 급격히 올라 일자리가 없어졌다는 송영길 대표의 발언은 반성이나 새로운 다짐이 아니라 제 발등 찍기다. 반성을 하려면 편의점주와 알바생 논쟁에 휘말려 편의점 본사 갑질의 피해자인 편의점주의 권리나 알바생의 최저임금 인상 그 어느 것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 민주당의 무능을 반성해야 한다. 무엇을 반성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의 핵심인 소득주도 성장론의 뿌리까지 부정하고 조롱거리로 만들어 무엇을 얻겠다는 건지 답답하고 한심스럽다.

물론 여당이라고 정부 정책을 칭송만 하라는 소리는 아니다. 그러나 최저임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현실에서 임금인상을 자영업 줄도산과 일자리 감소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저임금과 손쉬운 해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코로나 정국에서 불평등은 더 커졌다. 가계 부채는 천문학적 규모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임금인상이 아니면 어떤 해결책이 있는지 궁금하다. 자영업자가 폐업하는 와중에 코로나를 핑계로 온라인 시장과 대기업 유통업만 비대해진 상황은 최저임금 인상보다 몇 배나 폐해가 크다. 자영업자를 위하는 길이 기껏 알바생의 최저임금 인상을 막는 거라면 민주당은 여당 자격도 없다.

4.7 재보선 패배 이후 민주당의 행보는 기대보다는 우려가 크다. 패배의 원인을 찾겠다고 하면서 패배의 책임을 엉뚱한 곳에 떠넘긴다. 일각에서는 정치적으로는 조국 사태 등으로 공정성이 흔들렸고, 경제적으로는 소득주도 성장론에 집착한 나머지 자영업자와 중산층이 등을 돌린 게 패인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검찰개혁보다 조국 사태를 앞세우는 것이나 소득주도 성장론보다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론을 앞세우는 것이나 본질은 같다. 검찰개혁이 싫은 것이고, 기업의 이익이 노동자의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이 못마땅한 것이다. 민주당이 여기에 왜 부화뇌동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4.7 재보선에서 패배한 민주당보다 패인을 찾겠다고 정권의 성과마저 되돌리려는 민주당이 더 위태로워 보인다.

어디로 가고 있는가

2022년은 대통령 선거와 지방자치선거가 같이 있는 해다. 정당들이 선거 전에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려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포착된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는 이준석 후보의 바람몰이가 눈길을 끈다. 낡은 정당의 이미지를 벗을 계기가 되지 않을까 예측해 본다.

이에 비해 민주당의 쇄신 과정은 진부하다. 국민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하지만 철지난 복지 포퓰리즘 논쟁이 다시 테이블에 오르고 당대표는 반성문 쓰듯 소득주도 성장의 실패를 이야기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LH 직원들의 땅투기 의혹으로 전 국민의 공분을 사 재보선에 지고 나서 꺼내 놓은 게 종부세 완화책이다. 택배 노동자의 연이은 과로사와 항만 노동자의 참혹한 죽음이 이어져도 중대재해처벌법은 5인 미만 사업장 미적용, 50인 미만 사업장 3년 유예로 누더기 법안이 된 채 방치되어 있다.

선거는 유권자와의 약속이자 계약이다.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최저임금 1만 원 달성 공약은 지켜지지 않았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대통령 약속도 빈말처럼 허허롭다. 민주당의 책임이 없다 할 수 없다. 광장에 촛불 민심은 여전히 잉걸로 남아 있는데 등을 돌려 경제 권력에 구애한다. 이래놓고 다음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무슨 공약을 내세울 건가? 국민의 호주머니를 채우겠다는 소득주도 성장론을 부정하고 종부세 완화로 부자들에게 구애하는 정당. 국민들이 지지해야 할 이유가 있는가 말이다.

송영길 대표는 문재인 정부를 포퓰리즘 퍼주기식 정부라 주장했던 국민소통 민심경청 프로젝트에 참석해 소득주도 성장론을 부정했다. 민주당은 여름휴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재난지원금 지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엇박자다. 이러니 시쳇말로 주고도 잘한다는 소리 못 듣는 거다. 민주당, 대체 가려는 방향이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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