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방송된 KBS1 <시사직격>의 한 장면.

11일 방송된 KBS1 <시사직격>의 한 장면. ⓒ KBS

 
<국민의힘 새 당대표에 이준석…"대선승리, 다양한 주자와 공존"> (KBS 뉴스9)
<'36세'·'0선' 이준석…중진 모두 제치고 사령탑에> (MBC 뉴스데스크)
<36살 이준석, 한국정치 판을 흔들다> (SBS 8뉴스)
<'36세·0선 당대표' 이준석 돌풍…한국 정치를 흔들다> (JTBC 뉴스룸)


이미 예상됐지만 예상 그 이상이었다. 11일 지상파 3사 및 JTBC의 메인뉴스 첫머리는 단연 이날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당 대표의 선출이었다. 위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 인터뷰를 포함해 SBS는 5꼭지, JTBC는 4꼭지, MBC와 KBS는 3꼭지를 다루며 이 대표를 향한 방송의 관심을 그대로 드러냈다.

일요일이던 지난 5월 2일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의 당선 보도와는 온도 자체가 상이했다. 톱뉴스도 아닐뿐더러 인터뷰를 포함, 대부분 2꼭지에 그쳤었기 때문이다.

그 만큼 미디어 친화적인데다 36세 정치인이 의전서열 7위의 제1야당 당 대표에 당선됐다는 자체가 '뉴스'일 수 있었을 것이다. 이날 오후 10시에 생방송으로 진행된 KBS1 <시사직격> 77회 '밀착취재! 돌풍 이준석'편은 공영방송이 시도한 파격이었다. 

'국민의 힘 당대표 경선, 2주간의 기록'으로 요약되는 이날 탐사보도 <시사직격>은 이 대표를 스튜디오로 초대, 준비된 화면과 함께 꽤 장시간 인터뷰 및 패널로 출연한 강남대 강유정 교수, 정치컨설팅민 박성민 대표와 토론까지 진행했다. 과거 총선과 같은 정치 이벤트를 '팔로잉'했던 것을 넘어 당선자를 스튜디오에 초대, 생방송을 연출하는 파격을 선보인 셈이다.

"쟁쟁한 중진 의원들 사이, 의정 경험이 전무한 30대 청년. 예비경선을 1위로 통과한 그를 두고 언론은 '이준석 돌풍'이라 불렀다"고 추켜세운 <시사직격>. 실시간 유튜브 댓글은 평소와 다르게 이 대표의 지지자들이 몰려들어 갖가지 감상평을 올리는 등 '이준석 효과'를 실감케 했다. 그렇다면 <시사직격>이 전한 '이준석 돌풍'의 분석은 유효했을까. 우선 생방송의 묘미와 함께 이준석이란 인물의 캐릭터를 고스란히 드러낸 결정적 장면은 이랬다.
 
 11일 방송된 KBS1 <시사직격>의 한 장면.

11일 방송된 KBS1 <시사직격>의 한 장면. ⓒ KBS

 
생방송의 묘미

"이번 경선과정에서 여성할당제, 꾸준한 지론이셨지만 다시 한 번 강조하시면서 많은 지지를 얻으신 것도 사실입니다. 아시는 것처럼 이 부분에 대한 여러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오늘 차별금지법제정연대라는 단체에서 이런 성명이 나왔습니다.

'차별받는 사람이 오히려 우대받고 있다는 착시효과를 만든다. 차별의 현실을 직시해 달라'. 이제는 당 대표가 되셨는데 이러한 비판들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실 건지, 아니면 입장 변화가 좀 있으실 건지 여쭤봅니다." (진행자 임재성 변호사)


생방송 중후반, 논쟁적인 질문이 나왔다. 이날 앞서 소개한 메인뉴스들의 인터뷰에서도 등장했던 질문이지만 이 대표가 기존 입장을 반복하거나 본질을 피해가거는 답변으로 일관했던 부분이기도 했다. 이에 대한 이 대표의 답은 이랬다.

"젠더 이슈를 다뤘을 때 할당제란 제도에 대해 다른 의견을 이야기했더니 저를 여성혐오자로 몰고 가는 강한 공격이 들어왔다. 이건 다양성을 추구하는 사회에서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형태의 공격이다. 저한테 히틀러라고 하신 분도 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한 방에 상대를 날려버리려는 언행들이 들어왔다. 근데 그런 것들이 이 문제를 가볍게 보고 있는 사람들의 대응이었다. 그것이 오히려 2030 남성층에게 기름을 부은 거다. 아니, 이렇게 중요한 문제로 사람을 띄어놨더니만 저런 용어로 사람을 죽이려고 들어와, 이런 반발을 살 수 있는 거죠."


질문의 의도와 전혀 다른 답이 돌아왔다. 그러자 임 변호사가 "그런 논쟁 과정에서 있었던 여러 가지 감정적인 대립은 논외로 하고"라며 재차 시민사회 안의 우려와 당 대표로서의 입장 변화를 물었다. 두 번째 답변은 조금 달랐을까. 설상가상 이 대표는 여성주의운동의 교조주의를 지적하고 나섰다.

"저는 그분들도, 지난 여성주의운동 과정에서 굉장한 성과도 있었고 노력도 하셨겠지만 지금 시점에 본인들의 활동이라든지 아니면 방향성에 대해 대중의 지지를 제대로 받고 있는 건 맞는지 한 번 체크할 때가 됐다. 이걸 오히려 말씀드리고 싶은데, 그걸 만약 읽지 못하면 굉장히 교조적인 활동으로 계속 남게 될 수 있다."

당 대표로서의 입장을 재차 물었는데도 불구하고 시민사회단체의 방향성을 지적하는 답이 되돌아온 셈이다. 임 변호사도 지지 않았다. "제가 다시 한 번 질문 드리겠습니다"라며 "왜냐하면 질문 하신 분들에 대한 비판을 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질문에 답을 해야 할 역할, 위치인 것 같아서"라고 꼬집은 뒤, 세 번째로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 대표도 지지 않았다.
 
 11일 방송된 KBS1 <시사직격>의 한 장면.

11일 방송된 KBS1 <시사직격>의 한 장면. ⓒ KBS1

 
민심

"(여성할당제에 대한, 적극적 평등 정책에 대한 이 대표의 비판적 입장, 그에 대한 비난, 비판, 우려) 그건 제 입장이고요. (할당제나 평등정책에 대한 비판) 그걸 내세워서 당원들과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기 때문에 제가 정정할 상황인지, 아니면 (비판하는) 그 분들도 한 번 다시 생각해 봐야 할지는 같이 생각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그제야 "이 문제는 여기까지 질문 드리겠다"며 진행자가 물러섰다. 그러자 다소 굳었던 이 대표의 얼굴에 살짝 미소가 번졌다. 토론 프로그램의 한 장면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세 번이나 문답이 오가며 논쟁이 벌어졌다. 생방송의 묘미가 의외의, 그러나 이 대표의 원래 캐릭터나 할당제나 젠더 이슈에 대한 확고함을 제대로 건져 올린 순간이었다.

장면의 맥락은 이랬다. <시사직격>은 중반부 '이준석 돌풍'의 실체를 짚었다. 먼저 "이른바 MZ 세대의 대변자로 알려진 그에게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는 훌륭한 무기"라며 대구에서, 부산에서 주로 젊은 층이 모이는 번화가에서 지지자들과 친근하게 소통하는 모습을 비췄다. "흡사 연예인의 팬사인회를 방불케 하는 광경이 벌어진다"는 평가가 뒤이었다. 이를 두고 이 대표는 설득력 있는 답변을 내놨다.

"최대한 많은 분을 만나서 SNS 사진을 올리게 유도하는 건데 대구에서 인구가 250만 명 정도 되잖아요. 경북대학교 앞이나 동성로에서 예를 들어 사진을 1,000장 찍었다. 그러면 어지간한 젊은 사람들은 제가 사진 찍은 사람의 친구더라고요, SNS에서. 그래서 굉장히 효율적인 방법이 될 수 있어요,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으면요."

후원금 계좌를 연지 사흘 만에 한도액 1억5천만 원을 달성하게 만든, 50% 넘는 이들이 1만 원 가량 후원했다는 이 후원자들을 '무조건 응원형', '보수개혁 요청형', '생애 첫 후원형'으로 분류한 <시사직격>은 뒤이어 이 대표에게 따라 붙는 젠더 갈등을 짚었다.

"페미니즘 관련해서 남성들 대변하는 모습들이, 제가 못하는 말들을 시원하게 잘해줘서 팬이 됐다"거나 "보수 쪽을 지지하는 청년의 소리를 대변해 주지 않을까 싶어 지지한다"는 대구 지역 청년 지지자들의 목소리를 전한 <시사직격>은 이어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대표,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의 이 대표에 대한 비판적인 인터뷰를 병렬 편집했다.

그리고는 "그리고 새로운 보수,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마음은 청년층에만 머물지 않는다"며 자갈치 시장 상인들의 이 대표를 향한 기대를 전했다. 앞서 '이 대표가 영리하게 젠더 이슈 등을 공정성 이슈로 전환하면서 안티페미니즘과 선을 긋고 20대 여성들의 지지를 확장해냈다'는 한 언론사 대표의 평가를 덧붙이기도 했다.

중반부 <시사편집>이 전한 이 대표의 이미지는 그렇게 친근하고 긍정적이었다. 여기에 박성민 대표는 이준석 열풍을 "정권교체의 열망, 2030 MZ 세대의 세대교체의 열망"이라고 요약한 뒤 "민주당은 집권당이면서 586이 주류인 정당이라 이중 기득권 상황에 처해 굉장히 곤혹스러울 것"이라 평했다. 이렇게 대체로 호평일색이던 평가가 이어진 뒤 나온 임 변호사와 이 대표 간의 논쟁은 상징하는 바가 컸다.

이 대표가 취임 이후에도 할당제 폐지를 비롯해 공약들을 되돌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 특히 교조주의적이라고 표현한 여성시민단체들에 대해 상당히 적대적이라는 점, 페미니즘이나 불평등, 능력주의 등 민감한 이슈에 대해 기존 입장을 고수하리라는 점을 확인시켜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일부에서 단점으로 부각시켰던 논쟁적 말투나 태도 역시 여전하다는 사실이 입증된 장면이기도 했다. <시사직격>도 이후 준비된 화면에서 이를 환기시키고 있었다.
 
 11일 방송된 KBS1 <시사직격>의 한 장면.

11일 방송된 KBS1 <시사직격>의 한 장면. ⓒ KBS

 
싸가지 없음과 자신만만함 사이

"야당 입장에서는 새로운 숙제가 생겼습니다. 이 대표 특유의 공격적인 화법이 당 대표의 언행으로서 부적절하다는 우려입니다(...). 이 대표의 거침없는 모습에는 당원들조차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습니다." (임재성 변호사 나레이션)

경선 TV토론회 과정을 통해 여과 없이 생중계된 나경원 후보와의 설전이 비춰졌다. 직후 지난 2일 부산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제2차 합동연설회 현장에서 이 대표를 만난 당원들의 목소리와 대구 시민들의 우려가 이어졌다.

"아니, 당원들이 이렇게 나와서 어른들이 있으면 좀 인사들 좀 하고 그래야지." (국민의힘 중년 남성 당원)

"말하고 이러는 건 또 잘하는데. 행동하는 거 하고 말하는 거 하고는 조금 차이가 있는 것 같고." (대구 시민)

"너무 막말 판으로 가니까 믿음이 깨지잖아. 그럼 다른 사람들하고 똑같다는 거지." (대구 시민)


차량 이동 중 <시사직격> PD가 물었다. "(이 대표가) 발언이 좀 쎄다거나, 너무 젊어서 예의가 없다"고 느낌을 받는 분들도 있는 것 같다고. 이 대표는 그런 지적에 별로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그거는 뭐 10년째 그렇게 달고 다니는 거기 때문에 제가 뭐 그런 것 때문에 위축되거나 하지 않을 텐데요. 거꾸로 제가 봤을 때는 경험과 경륜에 대응할 수 있는 젊은 사람들의 무기는 결국 논리와 강단밖에 없습니다. 그걸 빼고 싸우라는 건 아마 중진들 하자는 대로 그냥 끌려 다녀와 비슷한 거여서. 제가 당대표가 된다고 하더라도 그런 면을 놓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이에 앞서, 과거를 답습하는 정치, 엘리트 정치, 실제 청년 문제의 해결이 아닌 공정 경쟁에로의 함몰과 같이 이동학 더불어민주당 청년최고위원과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가 전한 우려를 짚은 <시사직격>은 이어 광주 학생들의 '국민의힘 반대' 시위와 이 대표의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계승해서 정치를 할 수 있는 첫 세대"란 광주 연설을 교차시켰다. 나름 이 대표의 향후 과제를 짚은 것이다. 

끝으로 두 패널을 통해 향후 당 대표로서 전망과 세대교체론이 대선에 미칠 영향까지 언급한 <시사직격>은 이렇듯 생방송이란 파격적 형식과 함께 '이준석 돌풍'의 명암을 짚었다.

이 대표를 지지하든 지지하지 않든 36세 0선 제1야당 당 대표 시대는 이제 현실이 됐다. <시사직격>은 방송 말미 광주 시민의 입을 통해 과거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노무현 바람'을 언급하기도 했다. 방송 말미에 배치된, 제작진의 의도가 반영된 무척이나 호의적이고 희망적인 평가가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진행자는 넌지시 오는 11월 대선후보 선출까지 한시적 당 대표가 되는 것 세간의 우려를 전했다. 이 대표의 마지막 대답은 누가 봐도 '두고 보시라'는 의지가 뚝뚝 떨어지는, 자신만만함 그 자체였다.  

"당 대표는요, 어떤 정치인이든지 인기가 있으면 계속 갑니다. 11월 19일 얘기하신 건 당무 우선권이라는 것 때문에 대선후보가 선출되면 제가 그 밑에 놓이는 상황 때문에 말씀하시는 것 일텐데요.

그래도 제가 인기가 좋고, 공약을 잘 지키고 대중적 인기가 높다면 제 말에 힘이 실릴 것이고요, 안 그러면 11월 되기 전에 제가 힘이 빠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까 말씀하셨던 공약들 실현하기 위해 소처럼 일하겠습니다."

 
 11일 방송된 KBS1 <시사직격>의 한 장면.

11일 방송된 KBS1 <시사직격>의 한 장면. ⓒ KBS

 
이준석 시사직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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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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