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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강릉시는 ㈜태영건설과 '강릉남부권개발사업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3일 강릉시는 ㈜태영건설과 "강릉남부권개발사업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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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시(시장 김한근)가 1조5천억 규모의 관광단지 개발사업에서 기존 투자협약(MOU)사가 있는데도 새로운 사업자와 같은 내용의 협약을 맺어 이중협약 논란을 빚고 있다.

강릉시는 "지지부진한 사업 진행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관련 투자자들은 "최근까지도 강릉시와 협의를 진행해왔다"며 거짓 해명 가능성을 제기했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자료에서도 김한근 시장이 새 협약을 맺기 불과 한달여 전에 투자자들을 직접 만나 사업추진을 약속한 사실이 확인됐다.

하루 아침에 바뀐 투자협약사... 투자자들 "협약파기" 

강릉시는 지난 2019년 옥계면 금진리 산 1번지 일원에 대규모 리조트와 부대시설을 짓는 사업을 ㈜영풍문고와 MOU를 맺고 추진해 왔다.

지난 3일 강릉시는 돌연 ㈜태영건설과 '강릉남부권개발사업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영풍문고와 체결한 '강릉 금진온천휴양지구 특구개발 조성사업 투자 양해각서'에서 이름만 바뀌었을 뿐 동일한 사업이다.

이같은 발표에 영풍문고 측 투자사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해당 사업에는 영풍문고 외에 ㈜대우건설, ㈜한반도, NH투자증권이 출자회사로 참여했다. 이들은 강릉시-태영건설 발표 전까지 이같은 사실을 통보받지 못했다.

"협약파기" "밀실계약"라고 주장한 이들은 "사전 예고도 없이 사업자를 급작스럽게 바꾼 것은 법적인 것을 떠나서 미래 강릉시의 사업 파트너들에게 신뢰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특수관계의 밀실계약이 아니라면 강릉시는 우리가 배제된 이유를 정확하게 설명하고, 태영건설 측의 제안이 어떤 측면에서 유리했는지에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앞서 투자협약을 맺은 영풍문고와 새로운 사업자인 태영건설 모두 침묵을 지키고 있다.

강릉시 특구개발과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이번 결정은) 톱다운(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방식이기 때문에 시장의 정무적인 판단에 의해 결정됐다"면서 "자세한 결정 배경은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김한근 시장 "사업 지지부진"... 투자자들 "시장이 직접 약속"

논란이 계속되자 김한근 강릉시장은 "영풍문고가 강릉시에 지중해식 금진 온천휴양지구를 개발하기로 했지만 2년여간 진척이 없어 완전히 배제했다"고 언론에 해명했다. 또 이중협약 논란도 "MOU 당사자인 영풍이 사업에서 스스로 빠졌기 때문에, 태영과의 MOU는 이중계약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영풍문고 관련 투자사 관계자는 "사업이 지지부진해서 배제했다는 강릉시의 설명은 전혀 사실과 다르고, 영풍이 스스로 사업에서 빠졌다는 것 역시 다르다"면서 "최근까지 김한근 시장을 만나 최종개발계획을 보고하고, 오케이 사인까지 받은 뒤 법인 설립을 위한 사무실 계약을 진행하던 중이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6월 3일 새로운 투자협약이 발표되기 불과 4일 전인 5월 31일에도 강릉시 관계부서 실무자들은 투자사에 특수목적법인(SPC) 설립 관련 일정을 문의하기도 했다. 또 5월 중순에는 SPC 설립추진 일정보고가 완료됐으며 강릉시 특구개발과 요청으로 조감도까지 전달된 상태였다. 투자자들은 6월 15일을 SPC 설립 완료일로 잡고 추진 중이었다.

 
지난 4월 20일, 김한근 시장과 영풍문고 측 투자사들이 협의한 내용 중 일부
 지난 4월 20일, 김한근 시장과 영풍문고 측 투자사들이 협의한 내용 중 일부
ⓒ 김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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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입수한 회의자료에서도 강릉시가 최근까지도 투자사들과 법인 설립 일정 등을 협의하고 김 시장이 직접 투자자들을 만난 약속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4월 20일에는 김한근 강릉시장을 비롯해, 강릉시 특구개발과 과장, 최영일 ㈜영풍문고 대표, ㈜한반도 송장관 대표, 대우건설 임원 3명(상무 부장 차장), NH증권 A이사, 제일eng 대표관계자들이 강릉시청 시장실에서 모였다. 앞서 2월과 4월 초에는 김 시장이 ㈜영풍문고 측과 두 차례 면담했고 이 자리에서 김 시장이 투자자들과의 직접 만남을 요청해 이날 자리가 성사됐다.

이날 만남에서 투자사인 ㈜한반도 측은 "지구지정 등 인허가 진행하는 동안 토지의 1/3이상 매입 예정이라고 밝히고, 비용은 약 1천억 범위로 예상하고 있으며, 지구지정 이후에는 금융을 통한 추가재원 확보 가능하다"고 계획을 밝혔다.

이에 김 시장은 빠른 사업 추진을 요구하고 투자사 대표들과 협약식을 하는 방식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시작에 대한 시그널을 주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SPC와) 협약체결을 서둘러서 하자"면서 "각 사별 대표들이 참여하면 주민들에 대한 강한 메시지를 줄 수 있어 효과적이고, 스케줄 조정을 통해 내가 서울로 가서 서울에서 하는 (SPC와 협약) 것도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김 시장은 또 "언론 홍보 시 반드시 대표님들이 같이 사진 찍고 홍보하면 시민들도 확신하고 향후 업무 진행에 좋을 것이니, 잘 협조해 주시고 많이 도와 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강릉시의회 행정사무감사 예정

강릉시 관계자는 "MOU라는 것이 법적 효력도 없을 뿐더러, 당초 MOU를 체결했던 영풍문고가 빠졌기 때문에 기존 MOU의 효력은 없어졌다고 봐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영풍(문고)과 시장님이 가까운 사이어서 이 문제를 특별하게 문제 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또 다른 강릉시 관계자는 "영풍문고와의 MOU가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고 두가지 모두 유효한 상태에 검토하고 있다"고 다른 답변을 해 혼선을 보였다.

김한근 시장은 <오마이뉴스> 질의에 "담당 부서에게 물어보라"며 답하지 않았다.

㈜영풍문고 투자사 측은 "시가 어떤 근거로 태영이 본사업에 가장 적합한 민간투자자로 선정했는지와 강릉시의 민간투자자 유치기준과 원칙 절차를 공개하고, 태영과의 협약체결의 정당성을 입증할자료나 근거를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강릉시의회는 오는 17일부터 진행되는 강릉시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그동안의 진행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한 시의원은 "사업자가 바뀐 전 과정을 투명하게 밝히기 위해 모든 자료를 강릉시에 요청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태그:#강릉시, #김한근, #강릉시장, #영풍문고, #태영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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