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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월드컵 예선 경기에서 군부에 저항하는 의미로 '세 손가락 경례'를 하는 미얀마 대표팀의 피아 리안 아웅
 카타르월드컵 예선 경기에서 군부에 저항하는 의미로 "세 손가락 경례"를 하는 미얀마 대표팀의 피아 리안 아웅
ⓒ 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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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열린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 참가한 미얀마 축구대표팀 선수가 귀국을 거부하고 망명을 신청했다.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16일 밤 미얀마 축구대표팀 골키퍼 피아 리안 아웅(27)은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경기를 모두 마쳤으나,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잡고 있는 미얀마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날 밤 동료 선수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일본 간사이 공항에 도착한 피아 리안 아웅은 미얀마로 귀국하는 항공편에 탈 예정이었으나, 출국 심사를 받던 중 탑승을 거부하고 대표팀에서 이탈해 일본 공익 변호인들의 보호를 받고 있다.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진행하던 카타르월드컵 2차 예선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장기간 중단되자 조별로 한 나라에 모여 치르는 방식으로 변경했고, 미얀마가 속한 F조는 일본이 잔여 경기 개최지로 선정됐다. 

국가 제창 때 '세 손가락' 경례... "돌아가면 체포될 것"

지난달 대표팀에 선발돼 일본에 온 피아 리안 아웅은 5월 28일 열린 일본과 미얀마의 경기에서 미얀마 국가 제창 때 생중계 카메라를 향해 쿠데타에 대한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했다. 이는 쿠데타 발발 이후 미얀마 대표팀의 첫 공식 경기였다. 

그는 세 손가락에 영어로 '우리는 정의를 원한다'(WE NEED JUSTICE)라고 적었고, 이 모습은 방송과 소셜미디어를 타고 전 세계로 퍼지면서 큰 지지를 받았다.

미얀마 대표팀은 6월 11일 키르기스스탄, 15일 타지키스탄과도 경기를 치르며 2차 예선 일정을 모두 마치고 이날 출국했다. 그러나 피아 리안 아웅은 미얀마로 돌아갈 경우 군부로부터 처벌을 받을 것이라며 귀국을 거부했다. 

이날 출국 거부 후 간사이 공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세 손가락 경례를 한 피아 리안 아웅은 "나는 군부를 믿지 않는다"라며 "군부는 내가 귀국하면 공항에서 곧바로 체포할 수도 있고, (국제사회의 시선을 우려해) 1~2주 정도 있다가 체포할 수도 있다"라고 걱정했다. 
 
일본에서 열린 카타르월드컵 예선에 참가한 미얀마 축구대표 선수의 귀국 거부를 보도하는 NHK 갈무리.
 일본에서 열린 카타르월드컵 예선에 참가한 미얀마 축구대표 선수의 귀국 거부를 보도하는 NHK 갈무리.
ⓒ N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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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난민 지위를 신청하겠다는 피아 리안 아웅은 군부로부터 축출당한 아웅 산 수치의 민주 진영이 정권을 되찾으면 미얀마로 돌아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만 "내가 벌인 일에 대해서는 모든 책임을 지겠지만, 나 때문에 이번 일과 관계없는 사람들까지 피해를 입는 것은 원치 않는다"라며 가족이나 친구들이 처벌을 받게 될 경우에는 즉각 귀국하겠다는 뜻도 나타냈다.

"대표팀 선발됐을 때부터 결심... 국제사회가 도와달라"

앞서 미얀마에서는 일부 선수들이 군부에 저항하는 뜻으로 대표팀 합류를 거부했으며, 피아 리안 아웅처럼 대표팀에 합류한 선수들은 시민들로부터 "국가가 아닌 군부를 대표한다"라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그러나 대표팀에 선발됐을 때부터 어떻게든 경기장에서 군부에 대한 저항을 보여주겠다고 결심했다는 그는 "미얀마가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되찾을 수 있도록 일본 정부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도와주길 바란다"라고 호소했다.

NHK는 "일본 정부가 지난해 난민으로 받아들인 사례는 47명으로, 전체 신청자 가운데 1%에 불과하고, 심사 기간도 1년 넘게 걸리는 경우가 많다"라며 "일본에서 난민으로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일본 정부도 미얀마 쿠데타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이번 사례에 대해서는 유연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월드컵 예선을 포함한 모든 공식 경기에서 정치 및 종교적 의사 표현을 엄격히 금지하며, 이를 어기면 중징계를 내려온 국제축구연맹(FIFA)도 현재까지 피아 리안 아웅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처분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태그:#미얀마, #카타르월드컵, #쿠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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