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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는 누구나 환자의 마음을 공감하는 진료를 위해 노력을 합니다. 치료라는 과정을 위해서는 환자가 어떻게 얼마나 아픈지를 먼저 알아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기 때문인데, 가장 쉬운 것은 스스로 겪어본 증상을 환자가 똑같이 호소할 때지요.

저 역시 제가 직접 아파 본 부위나 질환은 공감이 쉽지만 혼자서 모든 질병을 다 겪어볼 수 없으므로 겪지 않은 아픔도 어떻게든 공감하기 위해 여러 가지 이론과 케이스를 공부하는데, 그 쉽지 않은 과정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첫째로 환자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실제로 어떤 환자에게 들은 이야기를 비슷한 증상의 다른 환자에게 전해보면 빨리 공감대를 형성할 수가 있었습니다. 이런 건 의학서적엔 없는 내용이죠.

최근 한국사회 갈등의 양상이 좀 변했다고 합니다. 과거의 갈등이 지역갈등이나 계층, 이념 갈등이었다면 최근에는 세대갈등과 남녀갈등이 더 문제라고 합니다. 지긋지긋한 지역갈등이 좀 완화된 건 큰 다행이면서도 이해하기 어렵지 않은 부분입니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을 넘어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장이 생기면서 더 이상 지역별 경험이 크게 다르지 않은 시대가 왔기에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졌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념갈등과 계층갈등은 사실 대한민국 정치경제사에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발달과 함께 자연스럽게 완화될 수 있었겠지요.

그런데 세대 간 갈등과 남녀갈등이 악화되는 건, 같은 시대를 사는 것 같아도 서로 다른 경험을 하고 있기 때문에 좀처럼 쉽게 풀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해방 이후 전쟁을 겪고 살아온 지금의 노인세대의 생존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반공과 경제 성장이었을 것입니다. 군부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권위주의 독재 정권이라도 당시엔 북괴의 침략을 막아내고 국민들을 먹고살게 해줄 수만 있다면 충성할 수 있었을 거라고 짐작해봅니다. 상대적으로 공산군에게 피해를 많이 입은 지역 출신일수록 더 심했겠지요. 붉은 완장을 찬 공산당에게 가족과 재산을 잃은 사람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나 전쟁과 가난을 겪어보지 않은 다음 세대 입장에선 군부독재와 독점재벌의 횡포가 가장 큰 모순이었기에 민주화와 노동자의 권익 보호를 최우선으로 삼았으니, 언제 쳐내려올지 모르는 북한과 맞서 싸우던 군부를 위협하는 민주화운동도, 전후의 궁핍한 폐허 경제에서 기적 같은 업적들을 이루어내고 있던 재벌기업의 책임을 묻는 노동운동도 기존 세대에겐 공산당과 같은 목소리로 들렸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 20대는 반대로 독재정권도 노동착취도 공감하기 힘들 수 있습니다. 지금 40, 50대가 앞선 세대의 빨갱이 타령을 이해하지 못했듯이, 매우 현실적이고 개인적인 고민들을 안고 살아가는 지금의 20대에는 아직도 민주주의와 노동인권을 이야기하는 기득권층을 보면서 답답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고 애써 넘겨짚어 봅니다. 당장 내 삶에서 학업과 취업, 그리고 여러 가지 경제문화적인 이슈들로 고통 받는 이들이 현 정부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해서 '요즘 젊은이들은 역사를 모른다' 고 폄하해 버리면 갈등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현재의 여론을 보고 20대의 보수화라고 하지만 정작 20대들은 무엇이 보수고 무엇이 진보냐고 되물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 '젊은 꼰대'라고까지 폄하하는 걸 들은 적이 있는데, 꼰대란 자기 시대의 가치관을 젊은이들에게 강요하는 것 아닐까요.

어떤 환자가 병원에 가서 허리가 아프다고 하는데 의사가 검사를 해보고는 '아니, 당신은 아프지 않다. 나약한 소리 하지 마라' 라고 했다고 합니다. 검사 결과가 좋게 나온 건 다행이지만, 환자는 그 의사를 신뢰할 수 있을까요. 마찬가지로 젊은이들은 우파로 돌아선 것이 아니라 지금 내 삶이 힘들고 미래를 낙관하기 힘든 상황에서 현 정부에게 책임을 묻고 싶을 뿐인데, 그게 역사를 몰라 군부독재를 지지하거나 국정농단을 옹호하는 것이라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남북 대치상황에서 전쟁의 위협도 마찬가지였지만 과거 민주화 운동에서의 희생과 영광도, 당장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의 고뇌와 아쉬움을 감내하며 현재의 부조리와 권력의 일탈을 눈감으라고 강요할 수 있는 핑계가 안 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보수언론이 몇 년 전 국정농단 심판에 앞장섰다고 해서 다른 모든 가짜뉴스와 왜곡 선동 등의 잘못이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닌 것처럼 말이죠.

이런 세대 갈등에 남녀 갈등이 더해지면 조금 더 복잡해 보입니다. 상대적으로 남성의 기득권이 공고하던 시대에 살았던 어른들은 기울어진 운동장과 유리천장을 잘 이해하고 우리 사회가 아직도 구조적으로 성 평등을 향해 갈 길이 멀다고 인식을 하는 것이 어렵지 않지만 20대 남성들은 전혀 다르게 느낄 수 있습니다. 학교를 다니는 동안 남성의 특권은 거의 없지요. 게다가 군 입대 연령이 되면 도대체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기에 자꾸 힘든 일은 시키면서 이것저것 양보하라고 하는 거냐며 볼멘소리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페미니즘을 여성표 공략으로 내세우는 정치권을 보면서 그들은 '특권은 자기들이 다 누려놓고 우리에겐 역차별을 해서 보상하려고 한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성들은 한국 사회에 여전히 남아있는 남성 본위의 사회구조를 불편해하고, 여성의 안전이 더 확실히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해결돼야 할 문제가 많다고 느끼니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요. 이것 역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아주 많이 해야 대화가 가능한 주제입니다.

이렇듯 정말 공감은 어려운 일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서도 단편적인 부분만 보고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화를 내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제 생각이 잘못된 부분도 분명히 있겠지만, 한쪽은 선이고 반대편은 악으로 규정이 되어야 편하다고 느끼는 분들에게는 더욱 불편하겠지요.

그래도, 우리 포기하지 말고 서로의 입장을 공부했으면 좋겠습니다. 누구도 악한 편이 되기 위해 선택을 하지 않았습니다. 각자 서있는 자리와 지나온 길이 다르기 때문에 생각이 다른 것뿐입니다. 함께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끼리 조금씩만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더 공감하기 시작하면 세상은 훨씬 더 살기 좋은 곳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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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주 : 판교 한성주한의원 원장. 첨단의 전통의학을 꿈꾸는 판교의 한의사.
 
 한성주(한성주 한의원 원장)
 한성주(한성주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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