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6.23 07:22최종 업데이트 21.06.23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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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구리와 남양주 지역 아파트 단지. ⓒ 권우성


일부 전문가와 보수언론은 집값 폭등의 원인이 공급 부족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지금까지 발표한 공급 계획에서 밝힌 물량을 모두 합하면 수도권에서만 181만 호로 결코 적지 않다. 
 
이는 노태우 정부의 수도권 200만 호 공급에 버금가는 엄청난 물량이다. 주택보급률이 거의 100%에 달하고 수도권 인구증가가 정체된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181만호 공급은 노태우 정부의 200만 호보다 집값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공급 대책은 집값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집값을 하락시키기는커녕 급등을 멈추지도 못했다.
 
정부의 공급 대책이 집값을 하락시키려면 30대 등 실수요자들이 앞으로 예정된 분양을 기다리며 집을 사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실수요자들은 폭등한 가격에 주택 매수를 지속했다.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 특혜로 수도권에서만 100만 호 이상의 임대주택이 '매물 잠김'으로 묶여있는 상황에서 실수요자의 '패닉 바잉'이 가세하자 집값은 폭등을 지속했다. 왜 30대 등 실수요자들은 분양을 기다리지 않고 패닉 바잉을 지속했을까?
 
무엇이 합리적인가
 
실제 공급이 이루어지기까지 택지 조성부터 시작해 최소 7~8년이 소요되므로 당장 집값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입주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주택을 낮은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면, 실수요자들은 기꺼이 기다릴 것이다. 폭등한 가격에 집을 사는 것보다 낮은 가격의 분양을 기다리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기 때문이다.
 
만약 정부가 3기 신도시를 발표하면서 분양가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내놨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수 있다. 예를 들어 3기 신도시 공급 발표 당시 집값에 분양 시점까지의 물가상승률 정도를 더해 분양가를 결정하겠다는 식의 예측 가능한 대안을 제시했다면, 실수요자들이 폭등한 가격에 집을 사지 않고 기다렸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실수요자들에게 집을 사지 말고 3기 신도시 분양을 받으라고 권유하면서, 분양가 책정에 대해서는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언급하는 선에서 그쳤다. 때문에 실수요자들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더라도 집값이 폭등하면 분양가도 따라서 올라갈 것이므로 하루라도 빨리 집을 사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오는 7월부터 3기 신도시 등의 사전청약이 시작되어 올해 3만 호와 내년 3만2000호의 사전청약을 받는다. 정부 발표와 언론 보도에 의하면 분양가가 주변시세의 70~80% 수준에서 결정된다고 하는데 50% 이상 폭등한 가격의 80%라면 미리 집을 산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실제 사전 청약을 받는 지역 중 위례지구가 속해 가장 주목 받고 있는 경기 하남의 경우, 최근 인근 신축급 아파트들(전용 84㎡)의 시세가 14억원을 오르내리고 있다. 14억원의 80% 수준에서 분양가가 책정되더라도 11억2000만원에 이른다.

이처럼 전용 84㎡ 아파트의 분양가가 10억원 훌쩍 넘게 되면 정부의 권유를 무시하고 '패닉 바잉'을 선택한 사람들은 속으로 쾌재를 부를 것이고, 정부의 권유를 믿고 분양을 기다린 사람들은 정부에 또 한 번 배신감을 느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금리인상 등으로 부동산 가격이 조정을 받게 되면 빚을 내 고분양가를 감당한 구매자들의 고통은 더 커질 수 있다.
 

3기 신도시 중 3만2000호가 들어서는 하남 교산지구(649만㎡) 전경. ⓒ 하남시

  
평당 1000만원이면 '패닉 바잉' 멈춘다
 
3기 신도시의 분양가를 분양가상한제의 본래 취지에 맞게 산정한다면 주변 시세의 절반 이하로 결정될 수 있다. 분양가상한제는 택지비(택지조성원가)와 건축비에 적정이윤을 더해서 분양가를 결정하는 매우 합리적인 제도다. 건설회사도 적정이윤을 보장받으므로 손해를 보지 않는다.
 
3기 신도시의 토지수용은 평당 200만원 이내일 것으로 추정되므로 여기에 토목공사비용과 금융비용을 더하더라도 택지비는 평당 300만원 이내일 것이다. 참여연대가 분양원가를 공개하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5개 단지의 실건축비를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평균 건축비는 평당 494만원이었다.
 
택지비와 건축비에 금융비용과 적정이윤을 더해도 평당 1000만원 이내의 분양가 책정이 가능하다. 34평 기준 3억4000만원에 분양을 해도 건설회사는 적정한 이익을 남길 수 있다.
 
정부가 무리하게 사전청약을 강행하는 이유는 실수요자들의 주택 매수를 막아보려는 것이다. 올해 3만 호를 분양받은 사람들은 주택 매수에 가담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실수요자들의 패닉 바잉을 잠재우기에 역부족이다.
 
중요한 것은 공급 자체가 아니라 분양가다. 만약 사전청약을 받은 지역의 분양가가 분양가상한제의 원칙에 의해 산정된다면, 실수요자들은 폭등한 가격에 집을 사지 않고 3기 신도시 등 앞으로 이어질 분양을 기다릴 것이다. 그래야 비로소 서울과 수도권 집값은 하락·안정세로 접어들 수 있다.  
 
결국 실수요자들의 '패닉 바잉'을 멈추고 문재인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의 성공을 가져올 열쇠는 분양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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