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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현장에서 진화 작업 중 순직한 고(故) 김동식 구조대장(52·경기 광주소방서)의 영결식이 21일 오전 경기 광주시민체육관에서 경기도청장(葬)으로 엄수된 가운데 동료 소방관들이 경례를 하고 있다. 경기도는 고인에게 소방경에서 소방령으로 1계급 특진과 녹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
▲ 쿠팡화재 김동식 구조대장 영결식 엄수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현장에서 진화 작업 중 순직한 고(故) 김동식 구조대장(52·경기 광주소방서)의 영결식이 21일 오전 경기 광주시민체육관에서 경기도청장(葬)으로 엄수된 가운데 동료 소방관들이 경례를 하고 있다. 경기도는 고인에게 소방경에서 소방령으로 1계급 특진과 녹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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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새벽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작업자들이 안전하게 대피했다고 하여 안심했다가, 소방관 한 분이 돌아오시지 못했다는 소식에 마음 졸이며 무사귀환을 소원했다. 그러나 김동식 구조대장은 결국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천운

쿠팡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작업자들이 잘 대피한 것이 천운이라고 이야기한다. 덕평물류센터는 가장 큰 센터 중 하나이고, 교대로 5천명 가까이 일을 하는 공간이다. 공교롭게도 이번 불이 난 시간대는 퇴근시간이었고, 가장 적은 수의 노동자가 일하는 새벽이었다.

쿠팡은 통로가 매우 복잡하고 물건이 쌓여있는 경우가 많아서 대피하기도 쉽지 않다. 불이 나면 타기 쉬운 물품들이 물류센터 안에 너무나 많다. 그래서 소방설비가 매우 중요하고 평소에 대피 훈련이 잘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쿠팡은 노동자의 안전에 관심을 기울이는 기업이 아니다. 여기는 일상적으로 '빨리빨리'를 외치는 곳이고 새벽배송, 로켓배송을 위해 노동자들을 갈아넣는 곳이다.

노동자들이 증언한대로 화재경보가 작동하면, 관리자들은 제대로 살피기보다는 '신경쓰지 말고 일하라'고 한다. 2018년, 덕평물류센터에서는 건물 밖에 화재가 나서 연기가 안에 들어오는데도 자리를 이탈하지 말고 일하라고 강요해서 문제가 된 적도 있었다. 혹시라도 위험할까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혹시라도 노동자들이 동요하거나 자리를 이탈할까를 더 걱정하는 것이 쿠팡 관리자들의 태도이다.

이번에도 화재가 난 것을 확인한 노동자가 관리자에게 가서 '대피안내를 하고 신고를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관리자는 오히려 비웃고 무시했다. 이 노동자가 다른 이들에게 대피하라고 소리쳐서 큰 사고를 막은 것이다.

노동자들이 위험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 일반적으로 작업장에 불이 나거나 위험한 상황에 처하면 노동자들은 작업을 중단하거나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확인한다. 그런데 쿠팡의 노동자들은 자리를 이탈할 경우 관리자에게 욕을 먹는다.

일용직의 경우 일을 못하게 될 수도 있고, 계약직도 다음 재계약 때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 그래서 제대로 문제제기를 하지 못한다. 쿠팡에서는 방역미비를 문제제기했다가 재계약 거부로 해고당한 노동자도 있고, 성희롱과 일터괴롭힘을 제보했다가 재계약을 거부당한 노동자들도 있다. 그러니 노동자들은 그저 침묵하게 된다.

언론플레이와 실상
 
지난 17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가 5일이 지난 21일에도 연기가 나고 있다.
 지난 17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가 5일이 지난 21일에도 연기가 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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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언론에 그럴듯한 이야기만 한다. 쿠팡은 작업자들이 큰 피해를 입지 않은 이유가 평소에 대피훈련을 잘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2020년 말 대피훈련을 한 적이 있다는 이야기는 있지만, 일부의 이야기였고 대다수는 그런 일이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오히려 관리자들이 노동자의 신고를 무시해서 더 큰 사고가 날 뻔했고, 노동자가 열심히 대처하고 인원이 적은 시간대였기 때문에 더 큰 참사를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놓고도 회사가 대응을 잘했다고 언론에 이야기를 하니 참으로 뻔뻔하다.

쿠팡은 언론에 '덕평 화재로 일을 못하게 된 노동자들의 생계를 보장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쿠팡은 계약직 노동자들에게 6월 21일까지 전환배치를 신청하라고 했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회사가 강제로 전환배치를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사직 안내도 했다.

상식적인 기업이라면 덕평물류센터 휴업을 선언하고 휴업급여를 지급하면서, 그 사이에 노동자들의 주거지와 의사를 고려하여 전환배치에 대한 합의를 해야 한다. 그런데 현장의 증언에 따르면 아직 타 센터는 노동자들을 받을 준비도 안 되어 있는데 일방적으로 전환배치를 하고, 타 센터에서 수용하지 않는 경우 쿠팡은 노동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하고 있다. 그리고 21일부터는 일을 하지 않으면 무급이란다. 이것이 생계보장인가?

쿠팡은 참으로 일방적인 기업이다. 자신들의 말만 하고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듣지 않는다. 덕평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은 문의할 것이 있어도 누가 책임있는 주체인지 알 수가 없다. 본사의 연락처는 알려져 있지 않고, 회사는 노동자들에게 지침만 내린다.

계약직이 몇 명이고 일용직이 몇 명인지 알려달라고 해도 이것이 회사의 영업비밀이라고 한다. 쿠팡은 정보를 잘 공유하지 않는다. 3개월, 9개월, 12개월 계약을 하면서 그 때마다 노동자들을 탈락시키는데 그 기준이 무엇인지 공개하지 않는다. 인센티브도 어떤 기준으로 주는지 알 수 없다. 그야말로 일방성의 극치이다.

고질적인 무책임
 
지난 17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가 5일이 지난 21일에도 연기가 나고 있다.
 지난 17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가 5일이 지난 21일에도 연기가 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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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태도는 참으로 고질적이다. 2020년 5월 부천신선센터에서 코로나19에 집단감염된 피해자들과 만나서 들었던 쿠팡의 대처는 대기업이 하는 일이라고 믿기 어려운 정도였다. 제대로 방역조치를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센터를 빠르게 폐쇄하지 않아서 피해를 확산시켰다.

쿠팡은 집단감염 피해자들에게 사과 한 번 하지 않았고, 감염피해자인 일용직이 쿠팡에서 일하는 것도 막았다. 피해자들은 현재 집단소송으로 대응을 하고 있다. 2차 감염으로 남편이 사경을 헤매는 와중에도 해당 노동자와의 협상도 시간만 끌다가 결렬됐다.

쿠팡은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책임을 부인한다. 2020년 10월 쿠팡 칠곡 물류센터에서 20대 청년노동자가 과로로 사망했을 때에도 쿠팡은 책임을 부인했다. 산재를 인정받고서야 쿠팡은 마지못해 사과했다.

다른 산재 사망사고 때도 마찬가지였다. 증거를 제대로 내놓지 않고 시간을 끌기가 일쑤였다. 쿠팡은 코로나19 방역조치의 문제점이나 노동강도 문제를 지적한 언론에 대해 기자 개인을 상대로 수천만원에서 1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하기도 했다. 쿠팡에 대한 언론의 문제제기를 위축시키려는 태도였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이번에는 달라지기를 원했고 달라질 수밖에 없다. 많은 시민들이 쿠팡에 분노하여 '쿠팡 탈퇴' 운동을 시작했다. 노동자를 소모품 취급하는 기업에 대해서 시민들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 것이다. 쿠팡 물류센터에도 노동조합이 만들어졌다. 비록 만들어진 지 2주밖에 되지 않은 노동조합이고 기본협약도 체결하지 않은 상태이지만 현장의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믿고 현장 실태를 제보하고 있다.

쿠팡의 버릇대로라면 노동조합의 집행부를 계약만료라는 이유로 재계약을 거부하는 등 또다시 노조 활동을 가로막겠지만, 그렇게 해서는 쿠팡이 유지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또한 정부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언제까지 쿠팡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명분으로, 혁신기업이라는 명분으로 쿠팡에 대한 관리감독을 손에서 놓고 있을 것인가. 무려 9명이 과로 혹은 유해물질로 사망했다. 그렇다면 쿠팡을 중대재해다발기업으로 지정하고 제대로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

노동자들의 권리를 완전히 무력화하는 쪼개기계약에 대해 시정을 요구하고 문제제기한 노동자들을 일방적으로 해고한 것을 되돌려야 한다. 냉난방 설비도 없고 휴대폰 반납 등 인권침해가 저질러지는 것에 대해서도 조치를 취해야 한다. 물류센터에서 계속 화재사고가 발생하고 위험이 지적되고 있으니 정밀 안전진단과 특별근로감독을 해야 한다.

쿠팡 물류센터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에 이어 세 번째로 노동자들을 많이 고용하고 있으며 이후에도 계속 고용인원은 늘어날 것이다. 미국증시상장을 했지만 결국 노동자들을 갈아넣기해서 성장하는 기업이라면 결코 그 기업의 성장을 반가워할 수 없다. 시민들이 나서고 노동자들이 나선 이 때, 정부가 책임있게 역할을 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혜진 시민기자는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이며 '쿠팡 노동자와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 활동가이다.


태그:#쿠팡, #쿠팡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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