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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살면서 나와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일이 벌어졌다. 그 시작은 다른 부서 후배의 전화였다. 

"선배, 'TV는 사랑을 싣고'에서 송영애 시민기자를 찾는다고 합니다."

송영애 시민기자? 기억이 희미했다. 후배가 전하는 사연인즉, 송영애 시민기자가 2007년에 쓴 기사 '5만원짜리 축구교실 포기한 초등생 아들'(http://bit.ly/UdPKp)을 배우 유태웅씨가 보고 2년을 후원해 왔다는 것.
 
'오마이뉴스 때문에 생긴 일' 기사 공모에 참여해 '고마운 '오마이 유태웅씨'를 찾습니다' 글을 썼던 송영애 시민기자. 배우 유태웅인지 전혀 몰랐다고.
 "오마이뉴스 때문에 생긴 일" 기사 공모에 참여해 "고마운 "오마이 유태웅씨"를 찾습니다" 글을 썼던 송영애 시민기자. 배우 유태웅인지 전혀 몰랐다고.
ⓒ 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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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2년이 지나 송영애씨가 '고마운 오마이 유태웅씨를 찾습니다(http://bit.ly/KLdGR)'라는 기사를 또 썼는데('오마이뉴스 때문에 생긴 일' 공모 기사였다) 유태웅 배우가 나중에야 그 기사를 보게 되었다고.

당시는 어떻게 찾을 방법도 없고 해서 말았는데 계속 마음에 남기도 하고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서 'TV는 사랑을 싣고'에 송영애 시민기자를 찾아달라고 요청했다는 거였다. 

시민기자를 찾는 배우 유태웅
 
시민기자에 대해 설명하는 방송 자막.
 시민기자에 대해 설명하는 방송 자막.
ⓒ 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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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태웅? 아, <빈센조>에 나온 그 유태웅! 그런데?"   
"저희 쪽에 촬영을 요청하셔서요. 제 생각에는 선배가..."
"어우, 나 그런 거 못 하는 거 알면서..."


말은 이렇게 했는데 결과적으로 하게 됐다. '마이크울렁증'이 있는 내가 이 촬영을 받아들인 건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하나는 후배의 정말 간곡한 부탁. 공중파 방송을 통해 <오마이뉴스>와 시민기자, 사는이야기를 동시에 알릴 수 있는 기회인데, 안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지, 일리 있는 말이지. 그런데 의미는 있지만 나는 출연하기 싫어.'

이게 내 솔직한 속마음이었다. 속엣말만이 아니고 이 말 그대로 후배에게 말했다. 워낙 긴장을 많이 하는 터라 남 앞에 서는 일을 거의 하지 않는 편인데 방송이라니... 가당치도 않다고 생각했다. 이 정도면 포기할 법한데, 후배는 포기를 몰랐다(회사를 그렇게 사랑하는 거였어? 몰라봐서 미안해). 여기저기 수소문을 하던 후배는 나에게(왜 난데!) 최후의 통첩을 보내왔다. 

"사는이야기의 기적을 알려주실 의향이 정말 없으십니까?"

아, 정말 이게 뭐라고. 후배가 이렇게 머리 싸매고 고민할 일인가 싶어 이번엔 내가 물었다. 

"꼭 했으면 좋겠니?"

나는 어떤 일을 결정할 때, 내가 망설여지는 게 있다면 가급적 후배 의견을 따르려고 하는 편이다. 돌아보면 그게 나에게는 도전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내 선택이었다면 하지 않았을 일이니까. 실패든 성공이든 당연히 하나라도 배우는 게 있었고. 그래서 하게 되었다. 그리고 또 하나, 후배에겐 말하지 않은 다른 이유도 있었다.

시민기자 중에는 방송작가 출신이 여럿이다. 그들이 써준 글을 오래 봐 왔고, 우리가 필요할 때 기사 청탁도 많이 했다. 그러면서 자연히 그들이 하는 일에 대한 어려움도 알게 되었다. 특히 섭외가 안 되었을 때의 고통에 대해. 회사 일과 아주 관련 없는 일도 아닌데, 모른 척 할 수 없었다. 

섭외에 응한 지 이틀 만에 촬영을 했다. 떨리는 마음이 컸을 뿐, 촬영은 크게 어렵지 않고 순조롭게 지나갔다. 아니다, 후배가 미리 알려준 대사를 제때 못 쳤다. 송영애 시민기자의 <오마이뉴스> 계정이 휴면 상태임을 알려주면서 "3년만 일찍 오시지 그랬어요!"라고 말하라고 했는데... (미안해, 나 너무 떨렸어) 

뭉클했고, 대단했던 두 사람의 재회 
 
2009년 송영애 시민기자가 쓴 '오마이 유태웅 기자를 찾습니다'를 뒤늦게 보고, 송영애 시민기자를 찾아나선 배우 유태웅.
 2009년 송영애 시민기자가 쓴 "오마이 유태웅 기자를 찾습니다"를 뒤늦게 보고, 송영애 시민기자를 찾아나선 배우 유태웅.
ⓒ 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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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태웅이 시민기자를 찾는다는 프로그램 'TV는 사랑을 싣고'는 지난 16일 방송되었다. 방송이 끝나고 섭외 요청을 망설였던 나는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하지 않으면 안 되었을 일이었다. 후배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 만큼 방송 내용이 뭉클했다.

2007년 송영애 시민기자의 기사를 보던 당시 유태웅 배우는 3살, 2살 두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고 한다. 같은 부모 입장에서 돈 5만 원 때문에 아이가 하고 싶은 걸 못 하는 게 너무 마음이 아팠단다. 그래서 어떻게 연락처를 알아냈는데 송영애씨가 후원을 바라고 쓴 기사가 아니라면서 거절했다고.

유태웅 배우는 송영애 시민기자에게 "아이가 꿈을 포기하게 할 수는 없지 않느냐, 혹시 아나, 나중에 박지성 같은 축구 선수가 될 수도 있는데..."라며 거의 한 달을 설득했다고 했다. 진심이 전해질 수밖에 없는 말이었다. 뭉클했다. 대단하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고마운 마음에 꼭 식사 대접을 하고 싶었다는 송영애 기자님. 당시 기사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고마운 마음에 꼭 식사 대접을 하고 싶었다는 송영애 기자님. 당시 기사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 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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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둘이 만나 서로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모습을 보니, 작게마나 방송에 도움을 줄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송이 나가고 회사 내부에서도 '시민기자 제도가 발휘한 선한 영향력을 잘 보여준 사례'란 생각이 들었다는 시청 소감이 올라오기도 했다.

어디 이 사례뿐일까. 나는 지금도 어디선가 우리의 일상을 뉴스로 전하는 사는이야기의 영향력이 계속되고 있을 거라 확신한다. 아, 이날 방송에서 내가 미처 하지 못한 이야기가 또 있는데... 바로 이 말이다. 

"송영애 시민기자님.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언제든 시민기자로 돌아와 주세요."

태그:#TV는 사랑을 싣고, #배우 유태웅, #시민기자,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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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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