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가 멀티골을 기록한 해리 케인의 활약에 힘입어 우크라이나를 물리치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잉글랜드는 4일 새벽(한국시각) 이탈리아 로마에 위치한 스타디오 올림피코에서 열린 'UEFA EURO 2020' 8강 토너먼트 우크라이나와의 경기에서 해리 케인의 멀티골 속에 4-0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지난 유로 1996이후 25년 만에 준결승에 오른 잉글랜드는 다크호스 덴마크와 결승진출을 놓고 한 판 승부를 벌이게 되었고, 기적같은 행보로 8강에 오른 우크라이나 돌풍은 다소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멀티골로 팀 승리를 이끈 해리 케인. 케인은 이날 잉글랜드가 기록한 4골에 모두 관여했다.

멀티골로 팀 승리를 이끈 해리 케인. 케인은 이날 잉글랜드가 기록한 4골에 모두 관여했다. ⓒ 유로2020 공식 트위터

 
전·후반 골 몰아친 잉글랜드, 완벽한 공수조화가 이룬 승리

초반 기선제압의 중요성이 부각된 경기였다. 전반 3분 스털링이 드리블 돌파를 시도한 뒤 볼을 내주자 이를 케인이 오프사이드 트랩을 무너뜨린 뒤 침착하게 득점에 성공하면서 이른시간에 잉글랜드가 리드를 가져왔다.

리드를 잡은 잉글랜드는 전방에서부터 강한압박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공격전개를 억제시키면서 빌드업 실수를 유발시켰다.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는 투톱으로 출전한 야르몰렌코와 야렘추크가 미드필드 진영까지 내려와 볼을 받아주는 플레이를 하게되면서 공격전개가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했다. 결국 우크라이나는 전반전 볼 점유율 52대48로 근소하게 앞섰으나 대부분의 볼 소유는 자기진영에서 이뤄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잉글랜드의 수비진또한 철옹성을 과시했다. 해리 매과이어와 존 스톤스가 구축한 센터백은 환상적인 호흡을 과시하면서 야르몰렌코-야렘추크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효율적으로 차단했다. 루크 쇼와 카일 워커가 포진한 측면역시 공수를 넘나드는 맹활약으로 상대 측면공격을 막아냈다.

위기에선 픽포드 골키퍼의 선방도 나왔다. 전반 19분 우크라이나의 득점기회에서 야르몰렌코가 회심의 슈팅을 시도했으나 픽포드 골키퍼가 선방해내며 실점위기를 넘긴 잉글랜드는 전반전 5개의 슈팅을 내줬음에도 유효슈팅 1개로 틀어막는 등 안정적인 수비를 과시했다.

이런 가운데 후반 초반 연달아 2골을 터뜨려 승부를 결정지었다. 후반 1분 해리 케인의 파울로 얻어낸 프리킥 기회에서 루크 쇼의 크로스를 받은 해리 매과이어가 헤더골을 터뜨린 잉글랜드는 4분 뒤 역습상황에서 루크 쇼의 크로스를 받아 해리 케인이 추가골을 터뜨려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3골차의 여유가 생긴 잉글랜드는 후반 12분 데클란 라이스대신 조던 핸더슨을 투입하며 경고 트러블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이 교체카드는 성공을 거뒀다. 후반 18분 코너킥 상황에서 메이슨 마운트가 올린 볼을 핸더슨이 헤더골로 연결시켜 4-0으로 점수를 벌린 것. 이 득점은 핸더슨의 A매치 첫 골임과 동시에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용병술이 보기 좋게 들어맞는 장면이었다.

4골차로 점수가 벌어지자 우크라이나 선수들은 전의를 상실했고 잉글랜드는 라힘 스털링, 칼빈 필립스, 루크 쇼, 해리 케인을 빼주며 주축 선수들의 체력을 안배해줬다. 동시에 출전기회가 적었던 쥬디 벨링엄, 마커스 래시포드, 도미닉 칼버트-르윈을 비롯해 키에런 트리피어를 투입하는등 여유있는 경기를 펼친 잉글랜드는 후반 28분 마카렌코의 슈팅을 픽포드 골키퍼가 펀칭해내는등 우크라이나에게 실점을 허락하지 않은 채 4-0 승리로 장식했다.

멀티골 해리케인, 살아난 세트피스

우크라이나전은 잉글랜드의 수비력이 다시한번 돋보인 경기였다. 지난해 11월 아이슬란드전을 시작으로 유로 본선 이전인 루마니아와의 평가전까지 6경기에서 단 1실점을 기록할 정도로 철옹성 수비를 과시했던 잉글랜드는 유로 본선에 접어들어서 그 탄탄한 수비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크로아티아와의 경기를 시작으로 스코틀랜드-체코-독일로 이어진 경기에서 모두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던 잉글랜드는 우크라이나와의 경기마저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면서 지난 4월 1일 폴란드와의 월드컵 예선에서 후반 13분 야쿱 모더에게 실점을 허용한 이후 A매치 662분간 무실점 기록을 이어가게 됐다.

잉글랜드의 수비력만큼 가장 돋보인 것은 해리 케인의 활약이었다. 조별리그에선 잭 그릴리쉬-라힘 스털링의 활약속에 득점을 터뜨리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던 케인은 독일과의 16강전에서 득점을 터뜨리며 마침내 기대에 부응했다.

기세를 탄 케인은 우크라이나와의 8강전에선 완벽한 활약을 선보였다. 전반 3분 선제골과 후반 4분 추가골을 터뜨려 멀티골을 기록한 케인은 후반 1분 매과이어의 득점 상황에선 파울을 얻어내 프리킥 기회를 만든데 이어 후반 18분 조던 핸더슨의 득점상황에서도 날카로운 중거리슈팅으로 코너킥을 만들어내는 등 잉글랜드가 기록한 4골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

특히 케인이 기록한 두 번째 골은 우크라이나의 추격의지를 꺾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후반 1분 매과이어의 득점이나와 2-0으로 점수를 벌린 잉글랜드지만 우크라이나는 네덜란드와의 조별리그에서 0-2로 뒤지던 경기를 2-2까지 만든 전적이 있기에 남은 시간을 고려했을 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서 빠른 시간 안에 케인의 득점이 나오면서 잉글랜드는 우크라이나의 희망을 완벽히 꺾으면서 손쉽게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케인의 폼이 올라왔다는 점은 잉글랜드에게 희소식이다. 3골 1어시스트로 활약하는 스털링을 비롯해 조커로서 공격의 창의성을 불어넣어 줄 그릴리쉬의 존재 속에 케인의 골 감각까지 살아나게 되면서 준결승전을 앞둔 잉글랜드의 공격진은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세트피스 득점이 나왔다는 점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2018 러시아월드컵 당시 12골 중 절반에 가까운 득점을 세트피스로 기록할 정도로 세트피스에서 강점을 보였던 잉글랜드는 이번 대회에선 세트피스 공격에서의 득점이 나오지 않으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전에서 후반전에 나온 해리 매과이어, 조던 핸더슨의 득점이 세트피스 상황에서 나오면서 잉글랜드는 러시아 월드컵때의 기억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만들었다. 토너먼트에선 탄탄한 수비는 물론이거니와 세트피스 득점도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을 상기해봤을 때 준결승전을 앞둔 상황에서 세트피스 득점이 나온 것은 잉글랜드에겐 우승에 대한 기대를 걸기에 충분하다 볼 수 있다.

조별리그에선 탄탄한 수비에 비해 빈약한 득점력으로 인해 아쉬움을 남겼던 잉글랜드는 토너먼트에 접어들면서 더욱 강한 면모를 드러내며 우승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계속 해나가고 있다. 기세를 탄 잉글랜드가 사상 최초로 유로 우승을 거머쥘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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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2020 잉글랜드 우크라이나 해리 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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