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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딥페이크 포르노, AI 성희롱 등 온라인 성범죄 문화를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문제 해결을 바라는 우리가 집중력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n번방, 딥페이크 포르노, AI 성희롱 등 온라인 성범죄 문화를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문제 해결을 바라는 우리가 집중력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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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3월, '추적단불꽃'을 통해 텔레그램 n번방이 세상에 알려진 후 1년 3개월이 흘렀다. 그동안 이른바 'n번방 방지법'으로 불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 형법 개정안,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이 줄줄이 국회를 통과했다. 조주빈 등 'n번방'의 주범들은 법의 심판을 받고 있다.

n번방 대응 그 후 1년, 우리 사회는 얼만큼 변했을까. 변화를 진단하고 남은 한계를 짚기 위해 추적단불꽃과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n번방' 대응 1년, 남은 질문들> 캠페인을 진행해왔다. 지난 3월 시작된 캠페인의 마지막은 '온라인 공간 내 여성인권'을 주제로 한 대담으로 꾸려졌다.

지난 6월 24일 진행된 대담에는 추적단불꽃이 질문자로, n번방 피해자 법률지원 업무를 전담하고 있는 신진희 국선변호사·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김홍미리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이 대담자로 함께 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성착취물 구매·소지자에 대한 처벌 강화, '성착취물'로의 법률용어 변경 등을 성과로 짚었다.

신 변호사는 "조주빈 검거 이후 비슷한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못해도 20년부터 선고가 시작된다, 구매를 하거나 소지한 이들에 대한 형량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법률용어상 '음란물'이 '성착취물'로 바뀐 건 큰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여전히 한계는 남아있다. 신 변호사는 "디지털 성착취물 '시청' 부분은 여전히 증명하기 어렵다, 시청한 가해자들은 유야무야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홍 연구위원은 물었다. 


"제도를 만들면 (가해자들은) 제도에서 벗어나는 수법들을 정교화한다. 'n번방' 방지법이 과연 가해자들에게 두려움을 안겼는가? 보호담론이나 피해다자움을 넘어섰는가?"

"플랫폼 기업 구글, 여성인권 문제 회피"
  
2020년 11월 26일 오전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에서 징역 40년을 선고 받은 가운데, 선고 직후 서울중앙지법앞에서 텔레그램성착취공대위 회원들이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전국 법원 1심 선고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2020년 11월 26일 오전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에서 징역 40년을 선고 받은 가운데, 선고 직후 서울중앙지법앞에서 텔레그램성착취공대위 회원들이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전국 법원 1심 선고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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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단불꽃이 "(디지털 성착취물에 대한) 최종적 삭제 권한은 플랫폼 기업이 갖고 있기 때문에, 삭제 지원에 대한 한계를 여실히 느꼈다"고 토로하자 구글 등 플랫폼 기업에 대한 대담자들의 성토가 쏟아졌다. 

서 대표는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해외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대기업의 경우, 국내법의 효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다 보니 여전히 무법천지"라며 "구글과 같은 거대한 해외 사업자들의 경우 피해물이 크롤링(검색 엔진 로봇을 이용한 데이터 수집 방법을 뜻함)되는 주요 사이트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조치도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서 대표는 "특히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연관 검색어, 피해촬영물 썸네일이 뜨는 문제에도 굉장히 비협조적으로 대처를 한다거나 안일한 태도를 가지고 있다"라며 "구글은 국제 기업으로서 이미지가 좋은데도 불구하고 여성인권에 무관심하고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변호사 역시 "피해자분들이 요청하시는 부분이 (구글에서 피해물) 연관 검색어를 지워달라는 것"이라며 "피해물 유통과 연관검색어로 인한 한국인 피해자의 피해는 너무 강하지만, 영리를 추구하는 글로벌 기업 차원에서는 소수 언어를 사용하는 한국 시장에서 불거지는 문제에 기민하게 반응하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김홍 연구위원은 "지금처럼 착취를 방치하는 구조에서 온라인 세상은 '누구에게나' 안전한 공간일 수 없다"면서 "지금과 같은 행태는 누구라도 약자를 성적으로 착취하기 안전한 장소로 만든다, 구글 등 글로벌 플랫폼 기업에 보편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렇기에 신 변호사는 국제앰네스티 등 시민단체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국제 공조와 협력이 이뤄져, 착취나 인권침에 대해 모든 나라에 적용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면서 "이게 시민단체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 변호사는 "현재처럼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았다고 증명해야 하는 구조가 아니라 가해자가 동의를 받았음을 입증하는 방법으로 플랫폼에 요구해야 한다"면서 "기업이 플랫폼 이용자에게 '업로드 기준을 준수하지 않으면 삭제된다'는 걸 선제적으로 안내하게 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대담회를 마치며 '추적단 불꽃'은 마지막 질문을 남겼다.

'지우고 지워도 남아있는 성착취물, 플랫폼은 언제까지 방관할텐가.'
 
지난 6월 26일 열린 <'n번방' 1년, 남은 질문들 대담회>에서 추적불꽃단이 "지우고 지워도 남아있는 성착취물, 플랫폼은 언제까지 방관할텐가" 손팻말을 들고 있다.
 지난 6월 26일 열린 <"n번방" 1년, 남은 질문들 대담회>에서 추적불꽃단이 "지우고 지워도 남아있는 성착취물, 플랫폼은 언제까지 방관할텐가" 손팻말을 들고 있다.
ⓒ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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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편집부 = 이주연·이정환 기자 facebook.com/ohmyeum
 

태그:#텔레그램_성착취, #N번방, #추적단불꽃, #국제앰네스티_한국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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