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차기 끝에 스페인을 꺾고 9년만에 결승진출한 이탈리아.

승부차기 끝에 스페인을 꺾고 9년만에 결승진출한 이탈리아. ⓒ 유로 2020 공식 트위터

 
이탈리아가 승부차기까지 가는 힘겨운 승부끝에 스페인을 물리치고 9년 만에 결승진출을 이뤘다.

이탈리아는 7일 새벽(한국시각)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UEFA EURO 2020' 준결승전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연장전끝에 1-1 무승부를 거둔 뒤 승부차기에서 4-2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이탈리아는 지난 유로2012 이후 9년 만에 결승진출에 성공해 잉글랜드 vs. 덴마크 경기 승자와 우승을 놓고 한판 승부를 펼치게 됐다.

영웅 모라타... 승부차기 실축으로 눈물

전반전 경기주도권은 스페인이 가져갔다. 슈팅수 5대 1, 볼 점유율 66대 34의 우세를 보여준 스페인은 전체적인 라인을 올린 채 중원에서의 압박을 통해 이탈리아를 몰아붙였다.

그러나 마무리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냈다. 전반전 5개의 슈팅을 기록하고도 유효슈팅 1개에 그친 스페인은 전반 25분 다니 올모의 슈팅이 이탈리아 돈나룸마 골키퍼에게 막힌 것 외엔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오히려 이탈리아의 역습이 날카로웠다. 수비에 치중한 뒤 역습을 노리는 작전을 펼친 이탈리아는 전반 종료직전 레프트백 에메르송이 오버래핑을 시도한 뒤 로빙 슛을 시도했으나 골대를 맞고 나와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후반 15분 역습 한 방으로 선제골을 기록했다.

페널티박스 안에서 임모빌레가 트래핑 한 볼이 수비맞고 흐르자 뒤에서 침투하던 키에사가 볼을 받은 뒤 오른발로 감아차 반대편 골대 구석에 꽂아 넣으며 이탈리아가 1대 0 리드를 가져간 것. 공격을 끊어낸 뒤 2명의 선수가 펼친 빠른 역습으로 상대의 허를 찔렀다.

일격을 당한 스페인은 후반 17분 페란 토레스를 빼고 알바로 모라타를 투입한 데 이어 후반 25분에는 오야르사발과 코케를 빼고 헤라르드 모레노와 로드리를 투입해 공격에 무게를 실었다. 이와 함께 다니 올모가 측면으로 빠져 마무리보다 찬스메이킹에 집중하면서 스페인의 공격은 활로를 띄기 시작했다.

이는 후반 35분 결실을 맺었다. 모라타가 상대 배후공간으로 침투하자 이를 놓치지 않은 올모는 스루패스를 찔러줬고 이를 모라타가 마무리 지으면서 동점을 만들었다. 이탈리아 만치니 감독은 선제골 이후 베라르디, 톨로이 등을 투입해 한 골을 지키고자 했으나 동점골을 허용하면서 계획이 틀어지고 말었다.

연장전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한 두 팀은 결국 승부차기까지 이어졌다. 이탈리아의 첫 번째 키커 로카텔리의 슈팅을 우나이 시몬 골키퍼가 막어낼 때만 해도 스페인쪽으로 승리가 기우는 듯 보였으나 스페인 첫 번째 키커 다니 올모 역시 실축하며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승부는 모라타에 의해 갈렸다. 네 번째 키커로 나선 그는 오른쪽으로 낮게 깔아찬 슈팅을 시도했으나 이를 놓치지 않은 이탈리아 돈나룸마 골키퍼는 모라타의 슈팅을 막어내면서 이탈리아의 3대 2 리드를 지켜냈다. 그리고 다섯 번째 키커로 나선 조르지뉴가 깔끔하게 성공시킨 이탈리아는 결국 결승진출에 성공했다.

동점골을 기록한 모라타는 유로 통산 6골을 기록해 스페인 역대 최다골 기록을 달성하는 등 교체로 출전해 엔리케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승부차기에서 팀의 패배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그는 이전 대회 팀 내 최다골(3골)을 기록할 정도의 활약이 수포로 돌아가고 말었다.

메이저대회 실적에 목마른 이탈리아, 노력의 결실 맺을까?

프랑스, 잉글랜드, 포르투갈이 강력한 우승후보로 손꼽힌 가운데 뚜렷한 스타 플레이어가 없었던 이탈리아의 결승진출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보였다.

그러나 막상 대회가 시작하자 이탈리아의 강세가 눈에 띄었다. 터키와의 경기에서 3-0 승리를 시작으로 조별리그 3승, 7득점에 무실점을 기록하는 등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이는 이탈리아는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최고성적을 기록하며 16강에 올랐다.(C조 네덜란드 3승, 8득 2실점)

토너먼트에서도 이탈리아의 활약은 계속 이어졌다. 오스트리아와의 16강전은 힘겨운 승부였으나 2-1 승리를 거둔 데 이어 우승후보 벨기에와의 8강전에서도 2-1로 승리한 이탈리아는 스페인과의 준결승전에선 승부차기 끝에 승리를 거두고 결승에 진출했다.

이런 가운데 우승후보들은 줄줄이 탈락했다. 잉글랜드가 준결승까지 생존한 가운데 프랑스와 포르투갈은 16강의 벽을 넘지 못했고 유력후보인 벨기에와 스페인은 이탈리아가 직접 물리쳤다.

이탈리아 상승세의 비결에는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는데 첫 번째는 32경기 무패행진이다. 만치니 감독 부임 뒤 2018년 9월 포르투갈전 패배 이후 오늘 스페인전까지 32경기 동안 무패행진을 이어간 이탈리아는 이를 통해 이기는 방법을 터득했고 이는 오스트리아-벨기에-스페인전으로 이어진 토너먼트에서 빛을 발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두 번째로는 신구조화를 들 수 있다. 베테랑이자 팀의 리더인 조르지오 키엘리니와 레안드로 보누치를 비롯해 마르코 베라티, 조르지뉴, 로렌조 인시녜 등과 같은 중간급, 신진급 선수인 마누엘 로카텔리와 잔루이지 돈나룸마가 완벽한 조화를 이룬 이탈리아는 뚜렷한 스타플레이어가 없는 약점을 조직력으로 보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탈리아는 키에사가 득점을 터뜨리면서 유로2000 프랑스에 이어 두 번째로 유로 본선에서 5명의 선수가 2골을 기록한 팀이 되었는데 이는 이탈리아의 조직력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설명해주는 기록이라 볼수있다.

이탈리아는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탈락으로 인해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이후 부임한 만치니 감독의 지휘하에 세대교체에 성공하였고 완벽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지난 3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A매치 32경기 무패행진을 이어오는 등 이기는 방법을 아는 팀으로 탈바꿈했다.

이탈리아에게 이번 결승전은 그간의 노력에 대한 결실을 맺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006 독일 월드컵 우승 이후 2010-2014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2018 러시아월드컵 지역예선 탈락을 비롯해 유로2008과 2016 8강, 유로2012 준우승 등 최근 메이저대회 우승에 목마른 이탈리아가 우승을 이룰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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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2020 이탈리아 스페인 키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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