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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주위에서 젊은 사람들을 탓하는 얘기들이 많이 들린다. 

"이기적이다."
"예의가 없다."
"참을성이 없다."
"끈기가 없다."
"말도 없이 출근을 안 한다."


그런 이야기가 계속 들리면서 "아, 이제 우리 세대도 드디어 '꼰대'가 되어가는구나"라고 느꼈다. 젊은 사람들에 대한 평가는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70년대도 80년대도 어른들은 항상 젊은 사람들에 대해 그런 평가를 내렸다. 

관성보다 강한 게 없다고 했다. 나이가 들면서 '꼰대'가 되는 건 어쩌면 자연의 속성인지도 모르겠다. 하긴, 역사가 조금씩 조금씩 나아진 걸 보면 대체로 뒷세대가 앞세대보다 나았다는 증거일 것이다.
 
 선생님들의 수다, 공립 대안 태봉고 이야기 2편.
 선생님들의 수다, 공립 대안 태봉고 이야기 2편.
ⓒ 여름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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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위기감과 착잡함을 느끼는 가운데 읽게 된 책이 <선생님들의 수다>다. 공립 대안 태봉고에서 학교 생활을 했거나 하고 있는 교사 6명이 지난 날을 돌아보며 쓴 책이다. 책장을 넘기며 내내 든 생각은 '이분들은 꼰대가 아니군'이었다.

선생님 실명을 부르는 아이들, 실명을 부르면서 선생님이라는 호칭도 생략하는 아이들, 선생님 앞에서 담배 피는 아이들, 담당교사에게 언성을 높이며 자기 주장을 하는 학생회장... 이럴 때 교사는 어떻게 할까. 한 교사가 회고를 한다.
 
"예전에 ○○○ 선생님이 했던 행동 중 하나가 지금도 기억에 강하게 남아 있어요. 아이들이 담배를 피우려고 할 때 본인도 옆에서 함께 피우는 장면을 본 적이 있었어요."

이 말을 전한 교사는 이 선생님의 행동에서 많은 감화를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여러 학창시절과는 다른 공립 대안학교의 활동들. 사진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러 학창시절과는 다른 공립 대안학교의 활동들. 사진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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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번은 제주도 이동학습 때 제주도행 배 안에서 학생의 3분의2가 술을 마시는 일이 벌어졌다. 벌칙이 내려져야 했겠지만 숫자가 너무 많았다. 어디까지 벌을 줄지, 어떻게 벌을 줄지, 행사 자체를 취소할지 너무도 막막한 상황. 교장이 급하게 호출됐다. 어떻게 정리가 될지 모두의 눈길이 모아진 상황. 교장은 쓱 둘러보고 "갑시다" 하면서 걷기 시작했단다. 

몇몇 학생이 "왜 이렇게 불량한 학생을 많이 뽑으셨어요?" "불량 학생이 이렇게 많으면 평범한 학생들이 동화되지 않겠어요"라며 따져 물었단다. 이에 대한 교장의 답변은 이랬단다.
 
"이러려고 뽑은 거다. 배움은 통일된 것이 아니다.... 네가 학교와 친구를 걱정하는 상황 자체가 배움이고 저 친구들은 사고 친 것을 걱정하면서 걷는 것 자체가 배움이다."

대안학교 생활은 학생들에게도, 학부모들에게도, 교사들에게도 내내 충격이었다고 고백한다. "근면 성실하고 헌신적인 선생님이 이상적인 교사라 여기며 생활해왔다"고 토로하고, "아이들한테 속상하다고 솔직하게 나의 감정을 표현하게 된 것이 태봉에서 얻은 가장 큰 변화"라고 고백한다.

자유주의 교육을 표방한 만큼 사고를 치는 학생들도 많고, 수습하는 방식도 단순 처벌보다는 서서히 오랫동안 변화시키는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해도 되는지' 두려움도 많이 들고, 어디까지 믿고 권한을 줄지 판단이 서지 않을 때도 많았다고 말한다.

교사와 학교의 기본 생리와도 항상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한다. 어쩔 수 없는 관성과의 충돌이다. 교사는 기본적으로 보수적인 측면을 지니고 있고, 학교와 규칙이라는 틀을 지켜야 하니, 교칙과 규정을 넘어서서 아이들에게 양보하는 게 쉬운 선택이 아니었다는 것.

좌충우돌, 뒤뚱뒤뚱거렸을 테지만 어쨌든 국내 최초 기숙형 공립 대안학교인 태봉고는 지금도 여전히 건재하다. 어떤 것이 교사와 학생이 함께 어깨동무하게 만들었을까. 교사들과 학생들 이야기를 들으면서(졸업생들도 태봉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느낀 몇 가지는 이러하다.

함께 한다.
"한 번은 학교폭력 사건이 일어났는데 학생들과 그 일을 책임지기 위해 어느 폐교에 가서 일주일간 단식을 함께 했어요."

듣는다.
"아이들이 모여서 옥신각신하는 것을 어른들이 끝까지 함께 하고 들어주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가르치는 대신 배움으로.
"온돌을 배우는 선생님, 재밌지 않나요? 보통 학교에서 선생님들이라 하면 학생들을 가르치는 존재이지 뭔가에 도전하는 존재로 인식하지는 않거든요."

 
 책에는 "노이로제에 걸린 학자보다 행복한 청소부의 길을 찾아나서길 바란다"는 구절이 나온다. 결국 뭘 배울지가 아니라 어떻게 살지에 대한 책이다.
 책에는 "노이로제에 걸린 학자보다 행복한 청소부의 길을 찾아나서길 바란다"는 구절이 나온다. 결국 뭘 배울지가 아니라 어떻게 살지에 대한 책이다.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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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자신이 더 우월하다고 생각할 때 남을 꾸짖고 훈계를 한다. 귀와 손은 사라지고 입만 살아남게 된다. <선생님들의 수다>에 등장하는 교사들은 기꺼이 부서지고 상처받으면서 학생들과 더불어 변화한다. 그래서 그들은 기꺼이 '꼰대'의 길에서 벗어난 게 아닐까.

물론 과제도 많다. 한 교사는 "대안학교라는 나르시시즘이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한 학생은 교사들 관심이 "사고 치는 학생들에게 치우쳐 서운했다"라고 털어놓는다. "대안학교 왔으니까 대학교를 가면 안 된다는 (진보) 학부모의 이야기가 폭력적으로 느껴졌다"는 고백도 등장한다. 사업을 진행하는 한 졸업생은 "만약 직원을 뽑는다면 대안학교 졸업자를 뽑는 게 고민되겠다"면서 "경쟁이란 단어에 거부감이 없었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인다.

책은 술술 읽힌다. 현장에서 잔뼈가 굵고 고민이 많았던 교사들의 살아있는 경험담이기 때문일 것이다. 교사들이 쓴 책을 읽다 보면 이런 생각도 든다. 학생이자 한 인간이 성장하려면 학교 뿐만 아니라 가정과 주변 여러 사람들, 책과 여러 매체가 영향을 미친다. 교사와 학교가 한 인간의 성장을 다 책임질 수 있을까? 그건 불가능한데 교사와 학교들이 너무 많이 짐을 지거나 어쩌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과신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다. 

교사라는 주어 대신 부모나 어른으로 바꾸어도 책을 읽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이 책은 교사와 학생들에게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라, 이 시대 어른들, 어른이 되어가는 사람들 모두가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꼰대'가 안 될 방법을 찾고 있다면 말이다.

선생님들의 수다 - 배움과 성찰에 목마른 교사들의 10년 실천교육학

류주욱, 백명기, 손옥금, 오도화, 이인진, 하태종 (지은이), 여름언덕(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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