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이탈리아가 뛰어난 공수 조직력을 앞세워 유로 2020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 이탈리아 이탈리아가 뛰어난 공수 조직력을 앞세워 유로 2020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 유로 2020 공식 트위터 캡쳐

 
약 1개월 동안 24개국이 자웅을 겨룬 유로 2020이 지난 12일(한국시간) 이탈리아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는 역대 가장 많이 골(51경기 142골, 경기당 2.78골)이 터지면서 축구팬들에게 큰 재미를 선사했다.
 
전술적인 트렌드를 보는 재미 역시 남달랐다. 개개인에 의존하기 보단 조직적인 시스템을 바탕으로 유기적인 팀 플레이와 움직임을 보여주거나 수준급의 좌우 풀백을 보유한 팀들이 좋은 성적을 거뒀다.
 
유로 2020에서 더욱 부각된 풀백의 중요성
 
이미 현대축구에서는 풀백의 중요성이 오랫동안 대두됐지만 이번 유로 2020에서 보여준 영향력은 굉장했다.
 
우승팀 이탈리아에서 주목할 왼쪽 풀백은 레오나르도 스피나촐라다. 실질적으로 8강전까지 대회 최고의 선수로 각광받을 만큼 절정의 기량을 뽐냈다. 이번 대회에서 이탈리아의 주요 공격 루트는 왼쪽이었다. 공격시 비대칭 포백을 운용하는데, 라이트백 지오반니 디 로렌초가 좀 더 수비에 치중하고, 반대편에 위치한 레프트백 스피나촐라가 적극적으로 상대 진영으로 올라가는 움직임을 가져갔다.
 
왼쪽 윙 포워드 로렌초 인시녜는 측면 돌파보단 중앙으로 좁혀 들어가는 움직임이 탁월하다. 이때 왼쪽 빈 공간을 스피나촐라가 메꾸면서 크로스, 침투, 슈팅 등 다양한 공격 장면을 생산했다. 실제로 스피나촐라는 경기 MVP에게 주어지는 '스타 오브 더 매치'를 무려 두 차례나 수상할 만큼 팀 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8강전 경기 도중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낙마하며, 이후 4강과 결승전에서는 에메르송이 스피나촐라를 대체했지만 확연한 기량 저하를 드러냈다.
 
준우승팀 잉글랜드의 좌우 풀백 루크 쇼, 카일 워커도 빼놓을 수 없다. 쇼는 정력적인 공격 가담과 정확한 크로스로 잉글랜드 공격의 숨통을 트이게 했다. 16강 독일전 1도움, 8강 우크라이나전 2도움에 이어 결승 이탈리아전에서는 선제골마저 터뜨리며, 토너먼트 4경기에서만 1골 3도움을 기록했다.
 
반대편의 워커는 공격보단 수비에 좀 더 초점을 맞춘 풀백이다. 워커는 빠른 주력과 넓은 수비 커버 범위로 수비진의 무게감을 더했다. 뿐만 아니라 쇼는 16강, 결승전에서 스리백의 오른쪽으로 출전해 해리 매과이어, 스톤스의 부족한 스피드를 상쇄했다. 잉글랜드를 상대한 대부분의 팀들은 워커가 위치한 오른쪽에서 별다른 기회를 창출하지 못했다.
 
스리백 전술에서 한 칸 전진배치된 윙백들의 활약상도 단연 뛰어났다. 대표적으로 요아킴 맬레(덴마크), 스티븐 추버(스위스), 덴젤 둠프리스(네덜란드)다. 맬레가 페널티 박스 안으로 과감한 침투를 통해 2골 1도움을 잡아냈다면, 주버는 정확한 왼발 킥력으로 4어시스트를 기록, 대회 도움왕에 올랐다. 둠프리스는 팀이 16강에서 조기 탈락했지만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연속골을 터뜨리며, 유로 2020이 낳은 신예 스타로 주목받았다.
 
이밖에 로빈 고젠스(독일), 아틸라 피올라(헝가리)를 비롯해 대회 도중 포지션을 중앙에서 측면으로 옮긴 다비드 알라바(오스트리아), 올렉산드르 진첸코(우크라이나)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반면 풀백들이 부진했던 팀들은 이번 유로 2020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 가운데 우승후보 1순위 프랑스는 풀백 운영에서 가장 아쉬움을 남겼다. 좌우 풀백 뤼카 에르난데스, 벵자멩 파바르는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의 포스를 전혀 재현하지 못하며, 비판을 받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6강 스위스전을 앞두고 왼쪽 풀백 자원인 뤼카 에르난데스, 뤼카 디뉴가 모두 부상으로 낙마하면서 전문 포지션이 아닌 아드리랑 라비오를 출전시켜야 했다. 결국 프랑스는 좌우 풀백들의 미진한 공격 지원 속에 대회 내내 답답한 경기력으로 일관했고, 16강에서 스위스에 패하며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또 다른 우승후보이자 디펜딩 챔피언 포르투갈도 마찬가지다. 주전 오른쪽 풀백 주앙 칸셀루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대회에 불참한 것이 뼈아팠다. 그 자리를 넬손 세메두가 대체했지만 독일과의 2차전에서 수시로 측면 공간을 노출하며 2-4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덴마크 에릭센 부상 이후 기적적으로 살아난 덴마크는 에이스 부재에도 불구하고, 하나로 응집하며, 동화같은 4강 진출을 써냈다.

▲ 덴마크 에릭센 부상 이후 기적적으로 살아난 덴마크는 에이스 부재에도 불구하고, 하나로 응집하며, 동화같은 4강 진출을 써냈다. ⓒ 유로 2020 공식 트위터 캡쳐

 
이탈리아-덴마크, '원 팀'다운 조직력으로 결실
 
대회의 큰 이변은 없었지만 우승후보들이 16강에서 줄줄이 조기 탈락하면서 흥미를 더했다. 결과적으로 팀 조직력이 강한 팀들이 오래 살아남았다. 대표적 예가 이탈리아다. 당초 이탈리아는 우승후보 상위권으로 분류되지 못했다. 심지어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하며 암흑기가 도래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 부임 후 망가진 이탈리아를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재건했다. 지난 3년 동안 만치니 감독은 60여 명의 선수들을 테스트하며, 치밀하면서도 최대한 많은 기회를 부여하는 데 주력했다. 비록 화려한 스타플레이어는 없지만 하나의 팀으로 응집시켰고, 조직력을 극대화했다.
 
이탈리아는 이번 대회에서 7경기 동안 5승 2무, 13득점 4실점으로 완벽하게 균형잡힌 공수 밸런스를 자랑했다. 팀 내 최다 득점자는 2골을 기록한 인시녜, 로카텔리, 페시나, 임모빌레, 키에사 등 무려 5명이다. 이토록 다양한 득점 분포에서 나타나듯 이탈리아는 잘 조직된 시스템과 팀 단위의 유기적인 호흡을 선보이며, 53년 만에 유로 우승이라는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덴마크도 '원 팀'으로서의 품격을 보여줬다. 이번 유로 2020 본선을 앞두고 최고의 다크호스로 평가받은 덴마크는 핀란드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팀 내 에이스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심정지로 쓰러지는 사고로 인해 정신적 충격을 극복하지 못한 채 0-1로 패했다.

그동안 덴마크는 에릭센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팀이었다. 패스와 경기 조율에 능한 에릭센은 대표팀 유니폼을 입으면 엄청난 득점력을 뽐내며 덴마크 공격에 큰 비중을 차지한 바 있다. 그래서 에릭센의 부재는 덴마크에게 치명적인 손실이었다. 벨기에와의 2차전에서는 뛰어난 경기력에도 불구하고 역전패하며 사실상 탈락 위기에 내몰렸다.

하지만 기적적으로 회복한 에릭센이 덴마크 대표팀 훈련장을 방문해 동료들을 격려했고, 동기부여를 얻은 선수들은 하나로 응집하며 마지막 러시아전을 4-1로 승리해 16강에 올랐다. 이른바 '코펜하겐의 기적'을 연출한 덴마크는 이후 뛰어난 조직력을 앞세워 동화같은 4강 신화를 연출했다.
 
잉글랜드는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보수적인 팀 운용과 선수 교체, 페널티킥 전담 키커 지정 미스 등으로 끝내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탄탄한 수비 조직을 구축해 준우승을 차지한 것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조던 픽포드가 지키는 골문과 쇼-매과이어-스톤스-워커로 구성된 철의 포백은 8강전까지 5경기 연속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사상 첫 유로 결승 진출에 성공한 원동력이었다.
 
이에 반해 뛰어난 인재를 보유하고도 조직력을 극대화시키지 못한 프랑스, 벨기에, 포르투갈 등은 우승후보에 걸맞지 않은 성적표를 남기며 초라하게 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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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2020 이탈리아 잉글랜드 덴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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