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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에서 다녀온 아내가 텃밭 가장자리에 줄지어 심어진 옥수수밭을 몇 번이나 둘러봅니다.

"뭐하는데, 자꾸 왔다 갔다 해?"
"그냥!"
"뭘 그냥이야? 옥수수 여문 것 찾는 것 같구먼!"
"근데, 왜 옥수수가 안 익지?"
"내 참! 때 돼야 익지!"
"그걸 몰라서 그러나? 혹시 지금 딸 게 있나 그러는 거야!"
"내 눈엔 익은 것도 몇 개 보이던데!"
"그래요?"

  
우리 텃밭 가장자리에 자라고 있는 옥수수밭. 요즘 한창 여물어가고 있습니다.
 우리 텃밭 가장자리에 자라고 있는 옥수수밭. 요즘 한창 여물어가고 있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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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보다 옥수수를 좋아하는 아내. 옥수수가 익어가기만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 같습니다. 몇 개 익은 게 있다는 소리에 아내는 또 옥수수밭을 둘러봅니다. 옥수수꽃을 쳐다보기도 하고, 옥수수수염도 만져봅니다.

옥수수가 여물어가는 여름
  
옥수수 수술. 수꽃으로 '개꼬랑지'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옥수수 수술. 수꽃으로 "개꼬랑지"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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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 암꽃인 수염에 수꽃 꽃가루가 떨어지면 옥수수 알이 여물어 갑니다.
 옥수수 암꽃인 수염에 수꽃 꽃가루가 떨어지면 옥수수 알이 여물어 갑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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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는 대표적인 자웅동주(雌雄同株). 한 그루에 암꽃과 수꽃이 따로따로 핍니다. 꼭대기에 껑충 올라온 '개꼬랑지'라 부르는 게 수꽃이고, 암꽃은 마디 중간에 있습니다. 수염은 암술머리에 해당하고요. 수꽃의 꽃가루가 암술머리에 떨어지게 되면 토실토실한 열매가 여뭅니다. 한 그루에 보통 두세 개가 달리는데, 먹을 만한 것은 한두 개입니다.

옥수수는 제때 따야 맛이 좋습니다. 너무 일찍 따면 알이 안 차 물컹거리고 씹히는 맛이 없어요. 그렇다고 수확 시기를 놓쳐 똑똑 여문 것을 따먹으면 딱딱하고 단맛을 잃어버립니다.

옥수수는 수확 시기를 가늠하기가 어렵습니다. 가장 쉬운 방법으로 수염을 보고 익은 정도를 가늠하죠. 수염이 진한 갈색으로 변해 말라 있으면, 대개 익었다고 봅니다.

"여보, 이런 게 익은 거 아냐? 수염 색깔도 마르고 통통해!"

내가 오케이 사인을 보내도 아내는 미심쩍은지 껍질을 살짝 벗겨봅니다. 하얀 옥수수 속살이 드러났습니다. 딱 알맞게 여문 것 같습니다. 이제야 얼굴이 환해집니다.
  
우리가 첫 수확한 옥수수 다섯 개. 기쁨이 컷습니다.
 우리가 첫 수확한 옥수수 다섯 개. 기쁨이 컷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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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다섯 개를 땄습니다. 하나는 좀 덜 여물었습니다. 하루 이틀 지나 땄으면 좋았을걸!

영양에도 만점인 옥수수

옥수수는 압력밥솥에 적당히 물만 넣고 삶으면 됩니다. 세상에서 가장 간단한 레시피입니다. 밥솥에서 칙칙 소리에 불을 끄고, 김만 빠지면 끝입니다.

김이 모락모락한 옥수수에 윤기가 자르르 흐릅니다. 한 입 베어 물자 찰지고 맛이 다디답니다. 아내는 옥수수는 따뜻할 때 먹어야 제맛이라며 하모니카를 불 듯 맛나게 먹습니다. 단숨에 세 개를 뚝딱 해치웁니다.
  
 옥수수. 맛이 차지고 설탕을 치지 않았는데도 맛이 달았습니다.
  옥수수. 맛이 차지고 설탕을 치지 않았는데도 맛이 달았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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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는 주전부리로 맛도 좋지만, 영양도 만점입니다. 특히, 식이섬유소가 풍부하고, 50% 이상이 수분으로 돼 있어 열량이 낮습니다. 지방 함량도 적어 변비에도 좋고 다이어트에도 좋다고 알려졌습니다.

요즘은 옥수수수염이 이뇨 작용에 도움이 된다고 하여 음료수로 개발되었습니다. 혈압을 떨어뜨리거나 남성들 전립선 비대증에도 좋다는 효능 때문에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옥수수를 뻥튀기한 팝콘! 영화관과 같은 공연장에서 심심풀이로 먹는 간식으로 최고입니다. 고수한 맛의 대명사이죠.

아내 입에서 즐거운 목소리가 들려 나옵니다.

"와! 깡냉이 맛있게 먹었네! 내일은 더 딸 게 많겠지!"

옥수수를 '깡냉이'이라고도 불렀습니다. 먹을거리를 흔하지 않던 시절, 옥수수는 식량이자 최고의 간식이었습니다. 예전 어머니는 밭에서 많이도 꺾어온 옥수수를 가마솥에 쪄냈습니다. 마른 풀을 태워 모깃불이 마당에 피어오르는 여름밤, 온 가족이 평상에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며 옥수수를 맛나게 먹었습니다. 옥수수 먹는 밤에는 별도 유난히도 총총 빛났던 것 같아요.

옥수수가 있어 입이 즐거운 여름입니다.

태그:#옥수수, #옥수수수염, #여름철 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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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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