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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세대주택과 아파트가 섞여 있는 서울 강북지역 주택가.
 다세대주택과 아파트가 섞여 있는 서울 강북지역 주택가.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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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신고제. 이 3가지 제도를 묶어서 흔히 '임대차 3법'이라 부른다. 지난해 7월 30일 주택임대차보호법 및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신설했다. 이어 8월 4일 부동산거래신고등에관한법률을 개정해 전월세신고제를 신설했다. 이 중 앞의 두 가지는 7월 31일부터 당장 시행되었고, 전월세 신고제는 올해 6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일부 언론에서는 서울 지역 전세가 상승(한국부동산원 기준으로 서울 전셋값은 107주 연속 상승 중이다)을 임대차 3법 탓으로 돌리거나 재산권 침해 등의 이유를 들어 임대차 3법 폐지를 요구한다. 그러나 이 글은 임대차 3법의 문제점을 비판하되, 지금까지 과보호를 받아온 임대인의 재산권이 아닌 임차인의 주거권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비판해 볼 계획이다. 

한국에서 세입자 보호는 어제오늘의 과제가 아니었다. 세입자 보호는 항상 미흡했다. 1989년 집값과 전셋값 동시 폭등이라는 미증유의 사태 속에서 임대차 보장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지만, 주거 불안의 요인들은 여전했다. 한국 특유의 부동산을 통한 경기부양 구조와 전세 제도가 맞물려 주기적으로 전세난과 역전세난이 벌어졌다.

그래서 시민사회에서는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 도입 등의 임차인 보호 조치를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정치권은 말만 많았고 실천에는 적극적이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열린우리당, 새정치민주연합, 민주통합당도 세입자 보호 법안 제정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래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위한 노력은 번번이 무산됐다.

오랫동안 좌절돼온 세입자 보호 입법

세입자를 강력하게 보호할 수 있는 좋은 법안들은 분명히 있었다. 2004년, 이른바 개혁 민심의 표출로 만들어진 17대 국회에서 민주노동당이 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나름대로 획기적인 내용을 담았다. 법안은 10년간 세입자에게 계약갱신 권한을 주고 임대료 인상률도 연 5% 이내로 제한하도록 했다.

그리고 법 시행 전 임대인들이 임대료를 대폭 올리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법 시행 시점에 임대차 계약을 맺고 있던 임차인에게도 계약갱신권을 부여했다. 그리고 임대인 부당행위 시정명령제 도입, 지자체별 임대차분쟁위원회 설치 등의 조항이 함께 들어갔다. 참고로 이때의 연 5%는 지금의 연 5%와 다르다. 당시는 은행 대출금리가 6%를 넘던 시절이었다.

부질없는 가정이지만 만약 2004년에 국회에서 민주노동당의 법안을 진지하게 논의해서 통과시켰다면 어땠을까? 임차인들은 10년 동안 큰 걱정 없이 자녀를 학교에 보내면서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적어도 다주택자들이 전월세값을 임의로 올려 막대한 불로소득을 챙기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법안은 2년이 넘도록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당시 집권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은 무관심했다. 정부(참여정부)도 아파트값 폭등과 전세난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은 내놓지 않고 전세자금 대출 같은 미봉책만 내놓았다.

세입자 보호 입법의 기회가 다시 찾아온 것은 2006년 말이었다. 집값과 전월세값 폭등으로 민심 이반이 심각해진 2006년 말, 열린우리당은 부동산대책특위를 만들었다.(그렇다. 15년 전에도 여당 부동산특위가 있었다) 특위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세입자가 바뀌는 경우에도 전월세 인상률을 연 5%로 제한하고 임대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방안에 잠정 합의했다. 그리고 이듬해 봄 이사철 전까지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열린우리당 특위 안은 2004년 민주노동당이 제출한 법안에 비하면 매우 소극적인 안이었다. 그런데 이처럼 소극적인 세입자 보호 정책마저도 특위 결정 후 당정협의을 거치며 무산되고 말았다. 당시 정부, 즉 관료들은 "사인 간의 거래인 전월세 문제를 과도하게 규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1989년 임대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릴 당시 시행 직전에 전월세 가격이 폭등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열린우리당은 관료들의 뻔한 논리조차 넘어서지 못하고 자신들이 합의했던 대책을 슬그머니 내려놓았다. 세입자 보호 대책은 용두사미로 끝났다.

여기까지만 살펴봐도 열린우리당의 후신인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이 세입자 보호 법안이 늦어진 데 상당한 책임을 안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다.

박근혜 정부 시기였던 2014년으로 가보자. 19대 국회의 서민주거특별위원회에서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 도입 여부가 다시 논의된다. 당시 야당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은 부동산 3법(분양가상한제 폐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유예, 재건축 조합원 3주택 분양 허용)의 통과에 협조하는 대신 서민주거특위를 통해 임대차 3법이라는 성과물을 얻어내려 했다.

그러나 야당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은 어떤 협상력도 보여주지 못하고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에 끌려다니기만 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전월세 전환율을 약간 인하하기로 했지만, 계약기간 중에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에만 적용되도록 해서 실효성이 거의 없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을 탓했다. 하지만 애초에 집값 올리는 법안인 부동산 3법에 야합한 것부터가 잘못 끼운 단추였다.

2016년 더불어민주당으로 당명을 바꾼 후 일부 야당 의원들이 이번에는 당론으로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을 추진했다. 당시 민주당의 박영선, 김상희 의원과 소수 야당의 윤영일, 정동영 의원 등이 줄줄이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1년 후 촛불 대선이 치러졌고, 문재인 후보는 세입자 보호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전 정부들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는데 정작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집값은 줄곧 폭등하고 서민과 무주택자의 주거는 점점 불안해졌다.

31년 만에 임대차보호법 개정됐지만...
 
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비교 2020년 상반기까지 여러 의원들이 발의했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의 내용.
▲ 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비교 2020년 상반기까지 여러 의원들이 발의했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의 내용.
ⓒ 더불어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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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2017년 11월에 발표한 주거복지로드맵 1차는 공급 계획 위주였고 세입자 보호 대책은 사실상 빠져 있었다. 그리고 한 달 후인 12월에 세입자의 주거 불안을 해소한다는 명목으로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는데, 2020년부터 민간 임대주택 등록 의무화를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이후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경실련은 "임기 말에 단계적으로 하겠다는 것은 (세입자 보호를) 사실상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러한 비판 속에서 2020년 총선 승리로 다수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드디어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에 착수한다. 여당을 중심으로 여러 의원이 앞다투어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절반 이상은 세입자에게 2+2년이나 2+2+2년 동안 거주할 권리를 보장하는 소극적인 안이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대표 발의한 3+3+3안은 계약갱신 가능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고 자녀의 학제와도 일치한다는 점에서 한 발 나아간 안이었다. 또 박주민 의원이 시민단체와 공동 발의한 개정안의 경우 계약갱신청구권을 무기한 행사하도록 한 점이 돋보이긴 했다. 하지만 관철되지 못했고 박 의원은 법 통과 직전에 자신이 임대하는 아파트 임차인에게 월세를 9% 올려 받은 사실이 나중에 드러나는 바람에 '내로남불' 비판을 피해가지 못했다.

또 대부분의 개정안은 임대료 상한선을 5%로 정하고 있었는데, 저금리가 장기간 지속된 상황을 감안하면 5%도 세입자에게 작은 부담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세입자 보호라는 오랜 과제를 제대로 수행하려고 했다면 고금리 시대에 만들어진 5%라는 기준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물가상승률 기준이나 표준임대료 등의 새로운 방안을 검토했어야 한다.

게다가 집권 이후 3년간 집값이 폭등한 상태에서 전월세값도 오르기 시작하던 시점이었다. 코로나 사태로 일용직, 비정규직, 여성, 청년 등 기존 취약계층이 더욱 어려워진 현실을 감안해 임대료를 동결 또는 감면해야 한다는 주장도 개진되고 있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2+2와 5%라는 가장 소극적인 개정안을 선택했고, 임대인들의 반발을 의식해 집주인 실거주 등 여러 가지 예외 조항을 삽입했다. 결국 31년 만에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긴 했지만, 국회를 통과한 개정안은 16년 전인 2004년 법안보다 못한 안이었다.

여당 의원들은 3년간 폭등한 집값에 대해 사과도 반성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임대차 3법을 단독 처리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그날이 "국민이 집의 노예에서 해방된 날"(윤호중 법사위원장)이고 "투기 근절의 날"(김태년 당시 원내대표)이라고 자화자찬했다.

그런데 무주택 세입자들은 이미 집값 폭등으로 큰 피해를 입고 하루하루가 피폐했던 사람들이다. 그들은 2+2로 전세를 2년 더 살게 되고 월세를 2년 더 내게 됐다고 해서 환호할 수 없는 처지였다. 물론 기존 세입자들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부담으로 전세를 연장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한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2년 단위의 주기적인 전월세 상승 대신 4년 뒤 대폭 인상에 대한 불안을 느낀다. 게다가 본인 거주, 가족 거주 등 법의 허점을 이용한 문제가 수없이 발생하고 있다.

임차인들이 환호할 수 없었던 이유

결론적으로 임대차 3법은 불공정한 임대차 관계를 바로잡고 무주택 서민들을 든든하게 보호하는 획기적인 입법이 되지 못했다. 거대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180석의 가치를 증명하지 못했다.

그러면 1년 전에 어떤 법을 통과시켜야 했을까? 독일, 프랑스 등의 선진국들처럼 임차인이 10년 이상 마음 편히 거주할 수 있도록 했어야 한다. 임대인이 반발하더라도 그들의 불로소득은 억제하고 임차인의 임대료 부담을 크게 경감하는 법을 제정했어야 한다. 그러지 않았기 때문에 무주택자들은 환호하지 않았다.

야당과 언론은 어땠을까? 사유재산권 침해라느니 임대 물량이 감소한다느니 하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논리로 임대차법을 공격했다. 그러나 여당은 그런 비판에도 똑 부러지는 대응을 못했다.

미래통합당 의원이 임대인 편드는 연설을 하며 이목을 집중시켰지만 더불어민주당내에서는 "전세는 없어져야 한다"는 엉뚱한 발언이 나와 역풍을 초래했다. 양당의 싸움 속에서 시민들은 여당 편을 들어주지 못했다. '지못미'가 아니라 지켜줄 이유가 별로 없었던 것이다.

* 2편으로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더불어삶 홈페이지(www.livewithall.org)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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