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7.29 06:41최종 업데이트 21.07.29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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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하고 나면 산책길을 나서 기혈운동을 합니다. 기혈운동을 하고 나면 식욕이 왕성해집니다. 하지만 그 왕성한 식탐에서 멀어지는 만큼 암세포에서 멀어질 수 있습니다. ⓒ 송성영

 
공복에 먹으면 독이 될 수 있음에도 암에 좋다 하여 토마토, 바나나, 사과, 그리고 고구마를 몇 개월에 걸쳐 먹고 위출혈과 함께 병원 신세를 졌던 건 항암 식품에 대한 무지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와 함께 또 하나의 적이 있습니다. 속 쓰림이 득달같이 달려드는 줄 빤히 알면서 자극적인 음식의 맛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식습관, 식탐입니다. (관련기사 : 항암식품이라기에... 몇 달간 '독'을 먹었습니다 http://omn.kr/1ui3f)

자연치유를 위해 평소 입에 달고 생활했던 술, 담배를 끊자 먹고 싶은 것이 더 많이 늘어났습니다. 기혈운동으로 기운을 축적해가며 할 일없이 빈둥거리다보니 "심심해"를 입에 달고 다니는 어린아이처럼 군것질거리를 찾곤 했습니다. 먹고 싶은 것들 대부분은 튀긴 음식이나 고소하고 달콤한 과자, 탄수화물이 많다는 밀가루 음식 등 위암을 유발하는데 일조했을 것으로 보이는 자극적인 음식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몸을 자동차와 비유했을 때 가짜 휘발유나 불량휘발유를 넣게 되면 자동차의 시동이 걸리지 않거나 얼마 가지 못해 정지할 수 있듯이, 위암 환자가 먹지 말아야 할 불량식품을 먹게 되면 속 쓰림으로 고생하게 됩니다. 그 속 쓰림이 쌓여 급기야 견디기 힘든 통증을 우르르 몰고 오기도 합니다.

식탐이 위통을 부르다

고집멸도, 고통의 원인을 알면 그 고통을 멸할 수 있듯이 위암 판정을 받고 자연치유를 하면서 가장 먼저 했던 일이 위암의 원인을 찾아내는 일이었습니다. 특히 위통을 유발하는 식습관을 바꿔야 더 이상 암세포가 확장되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그 위통을 유발하는 식습관 중 하나가 먹을거리에 대한 유혹을 쉽게 뿌리치지 못하는 우유부단한 성격을 가장한 식탐이었습니다. 저는 누군가 제게 뭔가를 베풀고자 하면 부대낀다 할지라도 그 손길을 쉽게 뿌리치지 못했습니다. 평소 많이 먹는 편은 아니지만 특히 먹는 것에 대한 유혹에 약했습니다. 그것이 설령 위에 좋지 않은 음식일지라도 말입니다.

암 판정을 받았던 2018년 그 해, 2014년에 이어 두 번째 인도 기행을 했습니다. 남인도에서부터 북인도까지 4개월여 동안 인도 곳곳을 싸돌아다녔는데, 그때 이미 속 쓰림이 잦아 종종 배를 움켜쥐어야 했습니다.

남인도에서 2개월여 머물면서 밀가루 위주의 식사와 위에 좋지 않다는 설탕 덩어리, 사탕수수를 거의 매일 두서너 잔씩 마셨습니다, 특히 북인도 코사니에서는 락시미 아쉬람(우리나라의 대안학교와 비슷함)의 부럼 선생 가족들과 한 달여를 함께 지냈습니다.

저를 한 식구처럼 대했던 부럼 선생 가족은 매일 이른 새벽에 일어나 목욕재계하고, 자신들이 믿는 신에게 기도를 올리고, 집 주변을 사원처럼 정갈하게 청소합니다. 그리고는 인도의 전통 차 짜이를 마십니다. 짜이를 마시고 나면 밀가루로 만든 차파티로 아침을 먹고 다시 후식으로 짜이를 또 마십니다.

짜이는 거의 설탕 반 홍차 반으로 엄청 달콤합니다. 위에 좋지 않은 그 설탕 덩어리의 짜이를 하루 대여섯 잔 마시고 아침 점심 저녁 삼시 세끼, 대부분 밀가루 음식으로 식사를 했습니다.

짜이든 밀가루 음식이든 먹고 나면 속 쓰림이 몰려왔습니다. 하지만 그 마음씨 좋은 부부의 정성을 거부할 수 없었습니다. 평소 양약을 거부해 왔지만 속이 참기 어려울 만큼 뒤틀리면 약국에서 위통을 진정시키는 약을 사먹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약조차 잘 들지 않았습니다.

하루 이틀 지나면 괜찮겠지 싶었던 속 쓰림은 두 달 넘게 지속되었습니다. 그 지속적인 속 쓰림에 시달리고 있는데 16년을 함께 해온 우리 집 개 곰순이가 사경을 헤매고 있다하여 한 달 앞당겨 귀국했습니다. 나처럼 속이 좋지 않아 한 달 가까이 곡기를 끊고 죽을 날만 기다리던 곰순이는 안타깝게도 내가 인천공항에 도착할 무렵 세상을 떴습니다.
 

곰순이는 그나마 산과 바다를 뛰어다니며 자유롭게 살다갔습니다. ⓒ 송성영

 
곰순이는 동물병원 문턱에도 가본 적이 없습니다. 평생 예방 주사나 약을 먹지 않았고 진드기를 잡는 약 처방이 전부였습니다. 긴 털 때문에 여름철이면 진드기로 고생했지만 잔병치레 없이 산과 바다를 누비며 살았습니다.

평생 사람에게 송곳니를 드러내지 않았던 순하고 순했던 순딩이 곰순이는 제가 인도로 떠나기 전, 이미 온몸에 기운이 빠져나가고 있었습니다. 그 무렵 일기처럼 써 놓은 메모장이 곰순이와 함께 해변으로 나섰던 기억을 재생시켜주었습니다.

그날 곰순이는 더 이상 뛰지 않았습니다. 산과 바다로 나설 때마다 늘 팽팽한 심줄을 원했는데 훈련 받은 개처럼 얌전히 걸었습니다. 목줄에서 풀려나자마자 해변을 힘차게 내달렸던 예전의 기마병이 아니었습니다. 모래사장에 선명한 발자국도 없이 터벅터벅 걷거나 혓바닥도 내밀지 않고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해변으로 굴러온 용암 덩어리처럼 우두커니 서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곰순이는 나비의 날개 짓으로 수평선 저만치로 가볍게 날아가 버릴 것만 같았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이미 곰순이와의 이별을 예감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모든 사랑하는 것들은 이별하기 전에 이미 이별에 대한 그리움으로 다가와 있습니다. 나또한 언젠가 누군가의 그리움으로 훨훨 날아가겠죠. 곰순이처럼.

식이요법·명상·기혈행공 3개월 만에

곰순이가 세상을 떠나고 5개월 쯤 지나서 저 또한 다섯 봉지의 수혈을 해야 할 만큼의 위출혈과 함께 호흡곤란으로 쓰려져 병원에 입원, 암 판정을 받았습니다.

암 판정을 받기 이전에 인도에서 몸을 돌보지 않고 4개월여의 무대책 장거리 여행을 했던 것입니다. 거의 매일 인도의 서민들이 즐겨 먹는 값싼 자오민(기름에 볶은 국수종류), 모모(만두) 등의 밀가루 음식과 함께 짜이를 하루 평균 두세 잔씩 마셨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밀가루 음식과 튀긴 음식, 삼겹살, 차가운 맥주를 거의 매일 같이 마셨던 것이 한창 암세포가 자라고 있을 위에 독이 되어 위출혈을 유발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암 발생 원인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따로 언급하겠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누군가의 자비로운 손길을 뿌리치지 못하는 성격을 가장한 식탐의 유혹을 쉽게 뿌리치지 못했습니다. 그 분들 중에는 내가 원치 않는 음식을 극구 권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인도에서 음식 때문에 고생했기에 한국에 돌아와서도 내내 속이 좋지 않아 육고기를 먹지 않고 있었는데 그 분들은 내가 고기를 먹지 않아 몸이 부실하다며 한 달에 두세 차례, 특히 기름투성이의 삼겹살을 권했습니다.

"먹고 싶은데, 요즘 소화가 잘 안돼서..."
"기운이 없어서 그려, 먹어 먹으면 괜찮아져."


그 성의를 무시 못해 고마운 마음으로 꾸역꾸역 먹다가 종종 인도에서처럼 속 쓰린 배를 움켜잡곤 했습니다. 2018년 11월, 위출혈로 쓰러지던 그 전날에도 그 분들이 고맙게 챙겨준 낙지를 대충 씹어 삼켰으니 위에 엄청난 부담이 되었던 것입니다.

한 달에 두세 차례 먹는 육고기, 특히 삼겹살을 구워 먹는 게 뭔 식탐이냐 하겠지만 결과가 그랬듯이 부실한 위, 암세포가 자라고 있는 위에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 올 수 있었던 것입니다. 결국 반복되는 위통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야 괜찮겠지'라던 우유부단한 성격이 화를 불러들였습니다.

암 판정을 받고 나서 음식을 가려먹는 식이요법을 시작했음에도 그 분들의 성의는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 정도는 별거 아니다, 먹어도 괜찮다'며 온갖 첨가물, 화학조미료가 들어 있는 음식들을 권했습니다.

그들이 권하는 맛난 음식들은 먹을 때는 큰 무리가 없는데 먹고 나면 쉽게 잠들지 못했습니다. 화학조미료나 화학소금 등의 탁한 첨가물들이 느껴져 쉽게 잠들지 못했습니다. 속이 더부룩하고 입안이 견디기 힘들 정도로 역겨워 물로 헹궈내야 할 정도였습니다. 그런 어리석은 식탐을 몇 차례 겪고 나서야 정신을 챙겨 그 고마운 유혹들을 단호히 거절할 수 있었습니다.

암 판정 받고 수술을 거부하면서 채식위주의 식이요법, 명상과 기혈행공을 꾸준히 시작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입맛이 변했습니다. 내 입이 잘못된 것인지 그동안 맛나게 먹었던 시중의 음식들이 문제가 있는 것인지 분석해 보지 않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내 입맛이 변하고 탁한 음식에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장어구이. 채식 위주로 식사를 하지만 기력이 쇠할 때 민물장어나 오리고기로 단백질을 보충합니다. ⓒ 송성영

 
그렇다고 지금 제가 고기를 전혀 먹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콩만으로는 단백질 보충이 안 되기 때문에 기력이 떨어질 때 마다 민물장어를 비롯한 생선, 그리고 육고기 중에 기름이 비교적 몸 안에 잘 달라붙지 않는다는 오리고기를 먹고 있습니다.

나만의 식이요법

식이요법 조절 실패로 몇 차례 낭패를 보고 나름 수행자들처럼 그 어떤 계율을 철저하게 지켜야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했습니다. 이전처럼 음식을 가리지 않고 함부로 먹으면 속 쓰림이라는 죽비가 가차 없이 날아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소화하기 힘든 육식을 함부로 하게 되면 속이 무척 부대낍니다. 하지만 기력이 쇠할 때 영양 보충할 것이 마땅히 없으면 육식, 단백질을 통해 기운을 챙깁니다. 그 과정을 통해 생활하는데 크게 지장이 없음에도 육고기를 필요 이상 먹으면 몸이 탁해진다는 사실을 알아챘습니다. 수행자가 육고기를 먹지 않는 것은 생명 존중, 그 이면의 부대낌, 몸과 마음이 탁해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거의 모든 생명은 뭔가 먹어야 생존합니다. 생명 유지를 위해 먹을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을 포함해 우리가 먹는 그 모든 생명은 하늘을 통해 나온 또 다른 하늘입니다. 하여 무엇인가를 먹을 때는 하늘이 하늘을 먹는 마음으로 그 먹을거리를 통해 얻은 기운을 하늘에 되돌려 놓고자 합니다.

일테면 한여름 기력이 뚝 떨어진 요즘은 글을 쓰기 전에 소화에도 좋고 기운을 북돋아 주는 민물장어를 먹습니다. 글을 한편 쓰고 나면 기진맥진 힘이 빠지기 때문입니다. 민물장어를 먹고 생성된 기운을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는 글쓰기로 되돌려 놓는 것입니다.

민물장어는 다른 생명처럼 하늘이 내준 하늘입니다. 나 또한 하늘이 내준 하늘입니다. 하늘의 기운인 민물장어를 먹고 하늘에 되돌려 줘야 마땅할 것입니다.
 

꼭 필요한 만큼 먹고 되돌려 놓는 것은 암세포와 멀어지기 위한 제 나름 지켜야 할 계율이기도 합니다만 그게 쉽지 않습니다. ⓒ 송성영

 
모든 먹을거리는 꼭 필요한 만큼 먹어야 부대끼지 않습니다. 필요한 만큼 먹으면 되돌려 놓기도 수월합니다. 동학에서 말하는 이천식천(以天食天), 하늘이 하늘을 먹는 것입니다. 특히 저 같은 위암환자가 필요 이상 먹게 되면 그 나머지는 암세포가 먹고 세력을 확장할 것입니다.

하여 꼭 필요한 만큼 먹는 것은 암세포와 멀어지기 위한 제 나름 지켜야 할 계율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수시로 이 계율을 어깁니다. 그럼에도 지키고자 합니다. 살아남기 위해서입니다. 꼭 필요한 만큼 먹게 되면 몸과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면 자연스럽게 건강해집니다. 이것이 제가 추구하는 자연치유법 중에서 식이요법의 근본입니다.

때론 유혹받을지라도

하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이겠습니까? 얼마 전 노래하는 큰 행자가 서울로 공연 갔을 때였습니다. 녀석은 가끔 산막을 나설 때 지 애비 입맛 없을 때를 대비해 뭔가를 숨겨 놓습니다. 홀로 산막에 남은 저는 철부지 어린아이처럼 녀석의 골방을 샅샅이 뒤져봅니다. 결국 원하는 것을 찾지 못해 녀석에게 전화를 겁니다.

"인효야! 그거 어디다 숨겨놨냐?"
"뭘?"
"이 짜식이, 시치미 딱 떼네."
"뭔지 말하셔야 알지."
"아참, 존심 상하게 빵말여 인마! 단팥빵 한 개 남은 거."
"헤 참, 아빠가 그거 먹고 싶어 해도 주지 말라고 했잖아. 먹고 나면 속이 안 좋다고..."


유명 제과점의 단팥빵이라 할지라도 밀가루에 온갖 첨가물을 버무려 만들었기에 먹고 나면 견디기 힘들 정도로 입안이 찝찝해 집니다. 식이요법에서 제외할 먹을거리입니다. 때론 속 쓰림도 유발합니다. 그럼에도 달콤하기 이를 데 없는 온갖 첨가물이 들어있는 단팥빵을 오랫동안 맛나게 즐겨먹던 습에 길들여져 있어 큰 행자를 협박해 한 달에 한 개 정도 먹고 있습니다.

"너 그거 어딨는지 알려주지 않으면 읍내 나가서 사먹는다. 한 보따리."

속이 편하다 싶으면 제대로 씹지 않고 함부로 먹고 자극적인 음식을 탐하고 기혈운동을 생략하면서 먹고 나서 생각 없이 눕고 누워서 영화를 보면서 식탐을 즐기는 몸에 밴 습관은 암환자, 특히 위암환자에게는 마약중독처럼 무섭습니다. 스스로를 해친다는 것을 빤히 알면서도 반복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자연치유법에서의 식이요법은 암을 유발했던 그 오랜 식습관을 버리고 자연의 섭리에 따라 몸을 움직여 하늘이 내준 신선한 음식으로 바꿔 나가는 것입니다. 이를 실현하는 만큼 암세포에서 멀어질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이런 걸 잘 아는 양반이 어째서 암에 걸렸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실패하고 절망한 자들이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고 그 절망을 딛고 일어서다 보면 이전보다 잘 알게 되는 법입니다. 실패의 원인을 잘 알게 되고 또한 그 실패로 절망했기에 절망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알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
 

무엇인가를 먹을 때는 하늘이 하늘을 먹는 마음으로 그 먹을거리를 통해 얻은 기운을 하늘에 되돌려 놓고자 합니다. ⓒ 송성영

 
< 부러 물 한 방울 주지 않았는데 방울토마토인지 그냥 큰 토마토인지 먹다가 흘린 씨앗 하나로 흙 반 줌도 채 안 돼는 돌 틈에 뿌리내려 생명력 질긴 풀처럼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그 어떤 생명이든 차별하지 않는 하늘과 땅의 자비심으로. 우리 몸 또한 불필요한 영양 섭취가 독이 될 수 있다. 저 토마토처럼 꼭 필요한 만큼의 영양분으로도 충분히 생명을 유지할 수 있음을. - 두 번째 위출혈로 쓰러진 그 해, 초여름 마루에 앉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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