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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서도 '삼선'이 들어가면 좀 나을까??다 그런 건 아니다.
 정치에서도 "삼선"이 들어가면 좀 나을까??다 그런 건 아니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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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불십년? 삼선 12년!

삼선짬뽕. 고급 짬뽕의 상징이다. 일반 짬뽕보다 비싼 재료도 많이 들어가고, 맛도 있고 몸보신용으로도 좀 더 낫다. 삼선슬리퍼. 실용성, 편안함, 가성비의 상징이다. 그러고 보니 '삼선'이 들어가는 것은 다들 나름 괜찮은 것 같다. 그런데 말이다. 정치에서도 '삼선'이 들어가면 좀 나을까? 
 
삼선(3선)의 힘으로 우리 지역에 힘이 되겠습니다.

보통 '삼선'에 도전하는 의원들이 주로 쓰는 슬로건이다. 삼선 국회의원이라 하면 '힘과 실력의 조화' 같은 이미지가 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초선 때는 의욕적으로 겪고 배우고, 재선 때는 일을 알고 처리하고, 삼선쯤 되면 권한을 어떻게 쓰는지 능수능란해 지니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건 맞는 것 같다. 

그런데 안 좋은 것도 적지 않다. 삼선이면 보통 12년 임기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고, 권력을 지칭하는 말 중에 '권불십년'이란 말도 있다. 경험적으로 봐도 고인 물(권력)이 썩는 것도 그쯤 되지 않을까? 그래서 국회 개혁을 논할 때 '삼선 이상 못 하게 하자'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물론 그렇게는 안 될 것이다. 법을 정하는 힘 있는 사람들이 다들 삼선 넘는 의원님들인 것을 우리 모르지 않는다. 

제가 겪어보니 알겠습니다... 구청장 삼선은 안 뽑겠습니다

주변에 '삼선' 구청장의 폐해에 대한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같은 구청장이어도 초선, 재선, 삼선일 때 각각 평가가 달라지는데 주민들 이야기와 주변 정치권 의견을 종합해 보면 삼선에는 고개를 절래절래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주민들에게 좋은 정치서비스, 적극적인 행정서비스를 안 한다는 불만이 많다. 쉽게 말해 '말을 잘 안듣고' '일을 잘 안 한다'는 거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자치단체장은 보통 3선까지만 할 수 있다. 삼선이 되면 다음이 없으니 눈치를 좀 덜 본다. 다시 구청장 할 거 아니니까 좋게 말하면 소신정치 소신행정을 하고 나쁘게 말하면 주민 눈치까지 안 보는 행정을 할 때가 잦다. 물론 예외는 있다. 구청장 삼선 찍고 더 높은 곳으로 영전을 노리는 분들은 아무래도 다르긴 하다. 그래도 '소신행정'의 극치를 달리다 보니 이견 조정, 토론 같은 게 별로 없는 경직행정이 된다. 당연히 주민들에겐 고구마 100개쯤 먹는 답답행정이다.

두 번째로, 매너리즘과 자기경험의 과대평가다. 10여 년 겪다보면 숙원사업, 민원도 겪을 대로 겪어서 새롭지가 않다. 사실 행정에서는 새로운 시각과 접근이 매우 중요하다. 예전엔 안 됐지만 환경이 바뀌어서 되는 것들, 시대와 사람이 변하면서 새롭게 바라봐야 할 것들이 많이 생긴다. 그래서 '내가 겪어봐서 아는데'가 자리 잡는 순간 꼰대행정, 구태행정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10여년 무소불위의 '장'을 하고, 선거에서도 계속 이기고, 거의 제왕적인 권한 속에 수백수천 명의 직원들로부터 둘러싸여 있는 분들에게 자기경험의 과대평가는 거의 필연적이다. 그리고 이것은 독선으로 흐르기 마련이다.

일 안 하는 조직, 경직된 조직

마지막으로, 삼선 구청장이 있는 곳은 일을 잘 안 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조직의 역동성이 거의 사라진다. 공무원들을 움직이는 힘, 공무원들의 낙은 승진 아닐까? 승진 자체를 나쁘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열심히 일해서 인정받아 승진하고 사무관이 되고 과장, 국장 달고 조직 내에서나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아지는 건 공무원(구청직원)들의 당연한 목표다.

그런데 10년쯤 구청장(사장님, 직원들은 단체장을 그렇게 부르기도 한다)이 변화가 없으면 어떻게 될까? 이 구청장 밑에서 승진할 '라인' 사람들은 다들 별 일 없이 잘 승진한다. 괜히 나서서 실수하거나 남에게 미운털 박힐 이유가 없다. 자연스럽게 역동적인 행정, 적극행정보다는 그냥 이대로 쭉 가는 행정을 택한다.

반대로 지금 구청장 밑에서 별로 인정받지 못하는 라인(꼭 라인이 아니어도 지금 구청장과 스타일이 안 맞는 사람들) 사람들은 어떨까? 죽어라 열심히 해도 부당해 보이는 결과를 받아들고, 그렇게 한 번 두 번 하다보면 '내가 왜 열심히 해?' '내 몫만 하면 되지' 하는 생각이 어느새 자리 잡는다. 무슨 조선시대 숙종, 영조처럼 사화나 환국으로 라인 바꿔가며 정치하는 시대가 아니니 뭔가 크게 바뀔 일도 없다.

아주 악의적이지 않게, 특별하게 못되거나 나쁜 사람도 없이 이 조직에는 자연스럽게 서로서로 두루두루 일을 '절대 찾아서 하지는 않는' 문화가 스며든다. 그런 조직문화는 어느새 조직 전체를 잡아먹는다. 그리고 그런 상황의 최대 피해자는 행정서비스를 받는 주민들이다.
 
2019년 6월 5일, 오류시장공공개발을위한시민추진위원회가 출범식과 성공기원제를 가지면서 동네주민과 함께 나누는 따끈한 국수나눔 행사를 치르는 모습.
 2019년 6월 5일, 오류시장공공개발을위한시민추진위원회가 출범식과 성공기원제를 가지면서 동네주민과 함께 나누는 따끈한 국수나눔 행사를 치르는 모습.
ⓒ 바른지역언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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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엔 오류시장이 있다. 아주 오랫동안 이 공간에 대한 개발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는데, 현직 구청장도 초선일 때에는 개발 문제에 적극적으로 임했다.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오류시장을 개발하고자 했다. 비록 나는 민간 개발이 최선이라고 보진 않으나 행정의 흐름이란 게 존재하긴 했다. 구민들도 주민편의시설 등을 보장하는 공공 개발 등 다양한 개발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어찌됐든 구청장은 재선 때까지는 의지라는 게 있었다. 중간에 민자유치 사업이 엎어지는 등 여러 굴곡이 있었지만 말이다. 

그러나 삼선인 지금은? 다음 구청장으로 넘기려는 인상이 강하다. 굳이 나서서 일을 하지 않는다. 그사이 오류시장은 을씨년스러운 폐허가 됐고 피해는 구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삼선을 믿지 마세요... '호남아, 영남아' 사랑하는 그 당을 믿지 마세요

어차피 1번당이 늘 되는 호남, 어차피 2번당이 늘 되는 영남. 그 지역단체장들이 당선되는 방식도 비슷하다. 군수? 구청장? 당에서 강력한 힘이 작용한다. 군청과 구청 내에서도 그 힘에 의해 '되는 라인' '안 되는 라인'이 있기 마련이다. 결국 서로서로 두루두루 '절대 일을 찾아서 할 필요가 없는' 문화가 자리잡고 그것이 경험인양, 행정의 기술인양, 현실의 장벽인양 그 틀을 강화한다. 손해는 물론 그 동네 주민몫이다. 늘 그분들을 손수 뽑아주시는...

물론 예외는 있다. 10년 20년을 해도 꾸준한 정약용 같은 훌륭한 관리나 훌륭한 단체장이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고, 이런 와중에 혼신의 힘을 다하는 훌륭한 공무원도 사실 많이 봤다. 그러나 분명히 우리가 더 영리해 질 필요는 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던데... 진인사를 안 하고 요행히 훌륭한 분을 만나기만을 바랄 수는 없지 않은가? 나를 위해, 주민을 위해 한발이라도 더 적극적으로 뛰어줄 사람을 뽑고, 아니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드는 것. 아니면 유권자로서의 나를 무시하게 될 구조를 차단하는 '진인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 스스로 잡은 물고기 통으로 기어들어갈 필요는 없지 않나?

그러고 보니 나도 2022년 지방선거에 지금과 같이 구의원에 도전하면 '삼선' 도전이다. 단체장 삼선의 약점에 대해서 주로 이야기했지만 나도 삼선이 되면 권불십년, 10년 고인 물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면 뭐 어떤가. 내가 기초의원 구의원 삼선 해서 사회에 기여하는 것 보다 경직되지 않는 행정, 적극적으로 주민들 말 듣는 행정, 공무원들이 뭔가를 해 보려는 행정이 훨씬 더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많을 것이기에 이 글을 시작으로 '삼선 안 돼' 열풍이 불어 내가 손해를 본다 해도 아쉬울 건 없다. 

그만큼 진심으로 특히 삼선들은 잘 보고 선택해 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만큼 진심으로 이번에는 내가 사랑하고 늘 찍어왔던 그 당을 의심의 눈초리로 잘 보고 선택해 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김희서 정의당 구로구의원.
 김희서 정의당 구로구의원.
ⓒ 김희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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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김희서씨는 현재 구로구의원(정의당)입니다. [김희서의 알/쓸/우/진]은 매월 둘째, 넷째주에 게재됩니다.


태그:#삼선, #3선, #구청장, #기초의원, #김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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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소속 서울 구로구의회 의원입니다. 오마이뉴스 오랜 독자이기도 합니다. 더많은 사람들의 더많은 행복을 바라는 진보정치인 이고, 지역에서부터 하나하나 쌓아가는 정치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지역정치인 입니다. 오마이뉴스에서 중앙과 여의도에만 편중되고, 거대 양당만 다뤄지는 정치언론 환경을 탈피해보자는 좋은 제안을 받고 지역정치 이야기를 써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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