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배우의 성격과 이름을 따서 영화화를 한다는 건 일종의 모험일 수 있다. 그 자체로 실재감을 준다는 점에서 흥미는 끌 수 있겠지만, 특정 배우나 상황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선입견이 작용할 여지도 있다.

배우 황정민을 주연으로 내세워 그의 실제 일부 삶을 극화한 <인질>은 꽤 영리한 프로젝트다. 액션 및 여러 휴먼 드라마에서 고루 활약해 온 그였기에 관객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부담이 없고, 연기력 또한 보장된 배우라 재미나 흥행 또한 어느 정도 담보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황정민의 여러 모습 중 영화는 특유의 소박하면서 투박한 이미지, 액션 영화로 크게 흥행해 온 그의 삶을 반영했다. 영화 제작발표회 후 뒤풀이 자리를 마친 뒤 귀가하던 그를 납치 집단이 계획적으로 납치해 가둬두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황정민에 앞서 몇몇 피해자가 있었고, 범인들은 자신들의 존재를 들키지 않고 돈을 요구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짜놓는다.

유명 배우의 납치 탈출기로 이 영화를 간단히 정의해볼 수 있다. 납치 전과 납치 후의 상황, 그리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사건 전개 자체는 단순하지만 얼마나 생동감을 주고, 관객에게 장르적 쾌감을 주는지가 관건인 작품이다. 황정민 역을 맡은 황정민은 실제로 그런 범죄가 일어나면 안 되겠지만, 혼자 생각을 많이 하면서 본인의 성향과 개성을 꽤 차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가상의 세계에 현실 속 황정민을 스스로 반영한 셈이다.

제작보고회 직후 혼자 귀가하는 모습도 평소 황정민이 자주 보이는 행동이라고 한다. 고생한 매니저와 스태프들에게는 무리 말고 뒤풀이를 즐기라고 하면서 본인은 자가나 택시를 이용해 귀가하곤 했다. 이 설정이 영화에서 범죄 포인트로 작용한 것인데,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벌어진 납치극이라는 다소 황당한 설정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이유다.

황정민의 상대 캐릭터인 납치범들은 대중에겐 익숙하지 않은 신인 배우나 모델, 무대 공연 배우로 구성됐다. 김재범, 류경수, 정재원, 이유미를 비롯해 이호정은 각각 납치범 그룹과 또 다른 피해자를 연기하며 상황에 현실감을 더했다. 제작진 입장에선 이 캐릭터들이 대중에게 익숙한 배우가 했을 경우 긴장감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듯하다. 
   
황정민과 이 배우들은 촬영 한 달 전 작업실을 빌려 함께 동선을 맞추고 연극처럼 합을 짰다고 한다. 철저히 연습하면서 유연한 상황에 대처하는 힘을 길렀다. 영화엔 황정민의 출연작 <신세계> <베테랑> 등에 나오는 대사나 인물 설정 또한 언급되는데 영화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이 부분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도 있다.

간결하면서도 치밀한 구성만으로 <인질>은 올 여름 한국 영화 시장을 주도할 요소를 갖췄다고 할 수 있다. 연출을 맡은 필감성 감독은 <결혼은 미친 짓이다> <무사> <말죽거리 잔혹사> 등의 연출부, 현장 스태프를 거쳐 왔는데 이 영화로 상업영화 연출 데뷔를 알리게 됐다. 

한줄평: 올여름 가장 강력한 오락성을 담보한 블록버스터
평점: ★★★☆(3.5/5)
 

영화 <인질> 관련 정보

감독: 필감성 출연: 황정민, 김재범, 류경수, 정재원, 이규원, 이유미, 이호정 등 제공 및 배급: NEW 제작: ㈜외유내강 공동제작: ㈜샘컴퍼니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94분 개봉: 2021년 8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