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1년 연기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개최된 2020 도쿄 올림픽이 17일간의 일전을 마치고 지난 8일 폐막했다. 코로나 팬데믹 속에 치러진 도쿄올림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지만 다행히 선수단 대규모 집단 감염 등 최악의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올림픽 시작 전 대한체육회는 금메달 7개로 종합순위 10위권 내 진입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금6, 은4, 동10으로 종합순위 16위를 차지했다. 대한체육회가 목표로 했던 순위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수영 등 기초 종목에서 의미있는 기록이 나왔고 국민들 또한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2020 도쿄 올림픽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스포츠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들어보고자 올림픽 기간 내내 도쿄에서 선수들을 밀착 취재했던 정재용 KBS 스포츠 국장과 11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정재용 KBS 스포츠 국장

정재용 KBS 스포츠 국장 ⓒ 정재용

 
다음은 정 국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20도쿄 올림픽이 마무리됐습니다. 전반적으로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과거와 비교는 불가능하고요. 앞으로도 이런 올림픽이 있을 거 같지 않아서 비교 평가가 상당히 어렵긴 한데요. 일단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사실 코로나 상황 등 많은 것들을 감안할 때 솔직히 저 개인적으로 '아, 이거 무리하게 추진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은 갖고 있었고요. 그 생각이 끝날 때까지 바뀌진 않았어요. 근데 올림픽에 대한 기대치가 워낙 낮았기 때문에 우려했던 것만큼 최악의 상황으로 가지는 않았죠. 선수단이나 관계자들 사이에서 감염에 대한 우려가 컸는데 생각했던 최악은 피했죠. 성공이라고 얘기하긴 좀 어려울 것 같고요."

- 일본 내에서 올림픽을 치르는 분위기는 어땠나요?
"제가 올림픽을 굉장히 많이 가보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일본 사회 내에서 올림픽 개최와 관련해 축제 분위기는 거의 없었어요. 올림픽을 개최하는 나라에 가면 공항에서부터 시내까지 각종 배너와 환영 플래카드, 조형물이나 장식물 같은 것들이 축제 분위기를 높였는데, 그런 게 거의 없었어요. 처음 도착해서 든 생각은 '이 도시가 과연 올림픽을 치르는 도시가 맞나'였어요. 다만 막상 경기가 시작되니까 사람들이 TV나 미디어를 통해서 올림픽 경기를 접하면서 관심이 높아지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 아까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고 하셨는데, 일본이 코로나 방역을 잘했다고 보시나요?
"일본이 방역을 잘했다고 표현하기 어려워요. 그래도 참가하신 선수단과 관계자들 및 언론 관계자들이 상당히 방역지침을 잘 지켰죠. 일본의 방역이 굉장히 좋았다기 보다는 참가하신 분들이 적극적으로 방역 지침을 따라 주셔서 좋은 성과로 이어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우리나라는 금6, 은4 동10으로 종합순위 16위를 차지했어요. 아쉽게도 목표 달성은 하지 못했는데.
"목표라는 게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일단 매달 성과 측면에서 목표를 달성하진 못했죠. 그러나 국민들의 올림픽을 바라보는 눈높이가 달라졌어요. 더이상 금메달 숫자와 종합순위만이 목표가 아닌 거죠. 선수들이 국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국민들이 선수들을 응원하고 격려하고 그런 측면에서 많은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우상혁 선수를 보고 저희도 깜짝 놀랐으니까요. 메달 이벤트가 없는데도 국민들이 굉장한 관심을 쏟아준 걸 보면서 과거에는 금메달 몇 개와 종합 순위가 목표였다면 이제는 달라져야 하지 않나 생각한 거죠."

- 맞아요. 이번엔 분위기가 좀 다르다고 느꼈어요. 왜 이런 현상이 생긴 걸까요?
"사실 대한민국 스포츠가 최근 몇 년 동안 많은 사건들을 겪었잖아요. 빙상 대표팀 성폭력 사건이라든지 배구계를 위주로 한 학교 폭력의 문제라든지. 이런 것들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스포츠를 단지 금메달 결과만으로 평가해야 하나 국민들이 고민을 하신 것 같아요. 최선을 다해 도전하고 결과를 받아들이고 실패하면 다시 도전하는 스포츠 본질적인 측면을 국민들이 바라보기 시작한 것 아닌가 합니다. 사실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가 스포츠를 그렇게 바라봐야 한다고 오래전부터 기사를 써 왔기에 드디어 우리 사회가 바뀌는 건가 생각하게 돼요. 결국 체육을 바꾸는 주체는 국민들인 거예요. 올림픽 같은 국민적 차원의 이벤트에서는 결국 국민들이 요구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겠구나 생각해요."

- 태권도 같은 경우는 우리나라가 종주국이잖아요. 우리나라가 메달을 못 딴 건 그만큼 다른 나라의 태권도 실력이 올라갔다는 것이니 오히려 바람직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어요. 
"전 그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모든게 좋은 것만 있거나 나쁜 것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저희가 사실 종주국으로서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에요. 분명히 아쉬움이 있지만 사실 태권도를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빼야하지 않냐는 외부의 공격도 있었던 게 사실 아닙니까? 그런 측면에서는 노메달이라는 아픔이 향후 태권도가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보고요. 우리 내부의 시스템을 개선한다면 (향후 올림픽에서) 금메달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기초 종목에서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나름 의미 있는 기록이 나온 거 같아요.
"그럼요. 저는 계속해서 우리나라의 스포츠 시스템을 고민하는 사람인데 시스템이 잘돼서 의미 있는 기록이 나왔다고 보진 않습니다. 특히 우상혁 선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메달권에 들지 못하더라도 선수가 노력해서 의미 있는 기록을 냈을 때 국민들이 더 많은 관심을 보여주지 않습니까. 그런 측면에서 이 기록 자체의 의미도 있지만, 그것을 보는 국민 입장이 바뀐 측면도 의미있는 것 같아요."

- 기초 종목에서 좋은 성적을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초 종목이야말로 시스템을 선진화하는 게 중요합니다. 폭넓은 선수 저변을 만들어 주고 재능있는 선수를 발굴해 지원해야 합니다. 현재의 시스템에서는 육상, 수영, 체조 등 기초 종목에 참여하는 선수가 갈수록 줄어들어 종목을 유지하는 것 조차 힘든 상태입니다. 학생선수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투명한 대학진학과 은퇴 후 진로를 열어주고, 동시에 폭력이나 강압이 없는 훈련문화를 제공하는 선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실제 성적으로 이어질 겁니다. 다른 왕도는 없습니다."

- 구기 종목에 대한 관심도 크잖아요. 야구는 동메달 결정전에서 도미니카에 패했고 축구는 8강에서 멕시코에 패했어요. 야구는 '도쿄 참사'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데.
"아시겠지만 워낙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종목이기 때문에 기대치가 컸던 게 사실이죠. 국민들이 기대했던  성과가 안 나온 거고요. 국민들이 볼 때 메달을 따지 못하더라도 과정을 지켜보면서 '아 이 정도면 정말 우리 국민들이 달아준 국가대표 태극마크가 부끄럽지 않다'고 납득이 돼야 하는데 축구와 야구는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감도 컸던 거죠."

- 여자배구는 선수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동메달 결정전에서 세르비아에 패했어요. 그래도 선수들을 향한 응원이 끊이지 않았는데.
"여자배구는 제가 봐도 '아 정말 이 사람들은 정말 최선을 다 했다. 선수들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모든 분이 박수를 보내 주는 거 같아요."

- 한국 스포츠가 당면한 과제는 어떤 게 있을까요.
"전체적으로 시스템을 선진화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처럼 스파르타식 훈련으로 소수의 선수를 집중훈련 시키는 국가주의적 관점의 엘리트 스포츠 체제로는 더 이상 갈 수 없는 거죠. 너무 명백하게 입증된 이야기죠. 그리고 국민들도 더이상 그런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 것 같아요. 과거 국가주의 중심의 이른바 국위 선양을 목표로 한 엘리트 스포츠 시스템에서 선진화된 엘리트 스포츠 시스템으로 바꿔 나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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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WBC 복지TV 전북방송에도 중복 게재합니다.
정재용 도쿄 올림픽 양궁 우상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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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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