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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 만남 후 기념으로 사인을 받는다
▲ 작가 친필 사인 작가와의 만남 후 기념으로 사인을 받는다
ⓒ 서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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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다. 가슴이 콩닥 콩닥 뛰고 있다. 퇴근 후 누군가와 만난다는 일은 설레는 일이다. 친구와 만나도 좋고 가족과 만나도 좋고 연인과 만나면 더 좋은 일이고 더 설레는 일이지만, 나에게는 놀이터가 생겼다. 놀이터에서 노는 것이 더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나의 놀이터가 생긴 지 2~3년이 된 것 같다. 군산에서는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 서점 지원사업'이 있다. 군산의 서점 한길문고에서 에세이 쓰기 수업을 하게 되면서 우리 동네 서점과 가까워지게 되었다. 수업을 나가면서 서점에서 하는 행사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글쓰기 수업을 가르쳐 준 작가님이 추천해주는 행사와 작가와의 만남은 나에게는 생소한 일이었다. 글을 쓰고 책을 쓴 작가를 내 바로 가까이 코앞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나에게 가슴 뛰는 일이다.

일이 겹치지 않는 이상 한길문고와 예스트서점에서 저녁에 하는 '작가와 함께하는~' 시간은 빠지지 않으려고 애쓰는 편이다. 퇴근 후 술 약속이 많았다. 식사 약속이 많았다. 그 술 약속과 식사 약속은 그때 당시 즐거운 일이고 웃고 떠들면서 즐겁게 보낸다. 끝난 후 돌아오는 길은 후~ 하는 허탈감이 있을 때가 있다.

작가와의 만남은 허탈감을 주지 않는다. 나에게 희망을 안겨준다. 글을 쓰는 초년생인 나에게는 작가님들 한 분 한 분이 하는 이야기를 흘려들을 수가 없다.

작가님들과 만남을 가지면서 그분들은 참 욕심이 없는 사람들 같다. 여태 자기들이 어떻게 작가가 되고 어떻게 글을 썼는지의 노하우를 전부 다 쏟아 부어주고 간다.
작가와의 만남에서 난 취미 하나가 더 생겼다. 책을 읽는 것과 책을 모으는 것은 당연하고, 요즘은 직접 만난 작가님들의 친필 사인이 있는 책을 모으는 게 취미가 되었다.

작가님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놓치지 않으려고 난 노트를 가지고 가서 계속 적는다. 휴대전화에 적는 사람들도 있다. 그 자리에 온 사람들은 열정이 가득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작가의 한마디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눈은 반짝거리고, 귀는 쫑긋 손은 바쁘다.
 
욕심없이 자신의 노하우를 다 꺼내주는 작가
▲ 작가강연 욕심없이 자신의 노하우를 다 꺼내주는 작가
ⓒ 서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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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바로 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서점 대표님들은 우리에게 마음이 따뜻해지는 간식을 준비해주신다. 대표님 또한 열정이 많은 분이다.

지역의 작은 서점 살리기 운동은 우리가 함께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서점을 외면하지 않고 서점을 놀이터 삼아 드나들면서 소통하고, 우리가 무엇을 바라는가를 서로 알아차려서 작가와 지역의 작은 서점과 서점을 찾는 사람들은 하나가 되는 것이다.

퇴근 후 만난 작가님들 중 유독 기억에 많이 남는 작가님들이 있다. 글 쓰는 유머 코드가 맞는 작가님, 꿈을 가지라고 응원해 주는 작가님, 매일 글을 써야 작가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말해주는 작가님, 금세 동화 한 편을 쓸 것 같은 희망을 주는 작가님. 우리는 그냥 작가와 함께하는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았다. 어린아이처럼 스펀지의 물이 흡수하듯이 흡수해서 빨아들였다.

퇴근 후 작가와의 만남은 나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고, 쉬어갈 수 있는 쉼터의 역할을 하였다. 이런 시간이 없었으면 내가 언제 대 작가님들과 바로 코앞에서 강연을 듣고 질문을 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작가와 함께하는~'은 퇴근 후 피로를 풀어주는 피로 회복제 같은 시간이다. 

내가 사는 동네는 아름답다.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월명산과 호수가 있는 은파유원지와 청암산, 그리고 마음의 양식을 전해주는 작은 서점이 있다. 우리 동네 서점에서는 작가와 직접 만날 수 있다. 유명한 사람들은 우리하고 다른 사람들인 줄 알았는데, 같이 숨 쉬고 같이 공감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따뜻함을 전해 주었다. 나 같이 초보 글쟁이들에게는 희망까지 전해주었고, 용기를 주었다.

오늘도 나는 퇴근길 집이 아닌 서점으로 향할 것이다. 그 안락함이 여러 사람의 발길을 서점으로 향하게 한다. 소통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시간에 마음의 문이 열리고 있다. 열린 틈 사이로 비치는 작은 빛과 희망을 오늘도 잡는 시간이 될 것이다.

작가와 함께하는 사업이 계속되었으면 하는 나의 작은 바람이다.

덧붙이는 글 | 기자의 블로그나 브런치 등에 올라갈 수 있습니다.


태그:#작가와 함께하는 지원사업, #작은서점, #놀이터, #취미, #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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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이 좋아서 아이들과 그림책 속에서 살다가 지금은 현실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현실 속에서는 영화처럼 살려고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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