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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대전현충원. 애국지사 홍범도 장군과 정부에서 공인한 친일반민족행위자 백선엽 예비역 육군대장이 한 공간에 안장돼 있다.
 국립대전현충원 홍범도 장군의 묘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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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범, 백홍석, 송석하, 신현준, 백선엽.

서거 78년 만에 고향땅에 돌아온 홍범도 장군 유해 위쪽에 묻혀있는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이다. 18일 대전현충원 애국지사3묘역(917번)에 안장된 홍범도 장군 묘소에서 직선거리로 모두 350m 안쪽에 위치해 있다.

특히 지난해 7월 대전현충원 장군2묘역에 안장된 백선엽 예비역 육군대장의 경우 홍 장군 묘소에서 도보로 불과 4분 거리인 340m 지점에 자리해 있다. 이로 인해 백선엽 묘에서 아래쪽을 바라보면 홍 장군의 묘가 멀찍이 굽어 보인다. 

백선엽을 비롯한 5인은 지난 2005년 발족한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이하 진상규명위)가 4년 반에 걸친 조사 끝에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한 인물들이다. 진상규명위는 이들을 포함해 이완용, 민영휘, 송병준, 김성수(동아일보 창업주), 방응모(조선일보 사주) 등 1006명에 대해 일제에 적극 협력을 이유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했다. 

김석범, 백홍석, 송석하, 신현준은 정부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하기 이전에 국립묘지법에 명시된 '장성급 장교'라는 이유로 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그러나 백선엽은 정부에서 친일반민족인사로 공인 후 사망했음에도 논란 끝에 지난해 7월 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당시 정부가 내세운 이유는 '안장을 막을 관련법이 없다'였다. 

이로 인해 사후 78년, 봉오동전투 101년 만에 고향땅에 묻힌 홍범도 장군이 국가공인 친일반민족행위자 5인과 함께 대전현충원에 안장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서울현충원까지 포함하면 현충원에 안장된 친일반민족행위자는 김백일, 김홍준, 신응균, 신태영, 이응준, 이종찬, 백낙준 등 12명이다.

홍범도 장군의 경우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에 의거 국립현충원 안장대상자가 됐다.
 
 국립대전현충원. 애국지사 홍범도 장군과 정부에서 공인한 친일반민족행위자 5인이 한 공간에 안장돼 있다.
 국립대전현충원. 애국지사 홍범도 장군과 정부에서 공인한 친일반민족행위자 5인이 한 공간에 안장돼 있다.
ⓒ 이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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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대전현충원. 애국지사 홍범도 장군과 정부에서 공인한 친일반민족행위자 백선엽 예비역 육군대장이 한 공간에 안장돼 있다.
 국립대전현충원. 애국지사 홍범도 장군과 정부에서 공인한 친일반민족행위자 백선엽 예비역 육군대장이 한 공간에 안장돼 있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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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홍범도 장군 묘역에서 기자를 만난 참배객 김요중(서울)씨는 눈시울을 붉힌 채 "홍범도 장군을 고국으로 모셔온 문재인 정부에게 너무나 고맙다"면서도 "과연 홍범도 장군님이 친일파 아래쪽에 잠든 현실을 알면 편히 잠드셨겠냐. 그러지 않았을 것 같다"라고 씁쓸해했다.

앞서 18일 홍범도 장군 유해 안장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을 떠나 만주로, 연해주로, 중앙아시아까지 흘러가야 했던 장군을 비롯한 고려인 동포들의 고난의 삶 속에는 근현대사에서 우리 민족이 겪어야 했던 온갖 역경이 고스란히 배어있다"며 "우리는 다시는 그런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절치부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17일 문재인 정부는 홍 장군에게 독립유공자 1급인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추서했다. 그에 앞서 1962년에는 박정희 정권이 홍 장군에게 독립유공자 3급 훈장인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추서한 바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현충원 재정비사업 시급하게 추진해야"
 
 홍범도 장군 유해가 16일 대전현충원 현충관 임시안치소에 안치되어 있다.  정부는 오는 17일까지 현충탑 앞 국민분향소와 온라인 분향소를 마련, 추모기간을 거친 뒤, 18일 안장식을 할 예정이다.
 지난 16일 대전현충원 현충관 임시안치소에 홍범도 장군 유해가 안치되어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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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처 관계자는 20일 <오마이뉴스>에 "홍 장군님은 역사적으로나 상징적으로 따져봐도 대표적인 독립유공자다. 그러니 당연히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공헌하는 (이들을 위한) 대표 장소인 국립묘지 대전현충원으로 모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서울현충원 대신 대전현충원으로 모신 것에 대해 "서울현충원 독립유공자 묘역은 만장 상태"라면서 "유골 안장이 가능한 대전현충원으로 모실 수밖에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한 마디로 예우를 다하기 위해 현충원에 모셨다는 의미다. 그러나 보훈처가 밝힌 뜻과 달리 홍 장군 안장 전날인 17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현충원에 묻혀있는 친일파와 매국반역자들의 묘지 강제이장을 추진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나라 독립을 위해 온몸을 바친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의 유해봉환이 이루어져 많이 늦었지만 부끄럽지 않은 한걸음이 시작된 것 같아 국민으로서 벅찬 감동이었다"라고 썼다. 그러면서 "친일파, 매국행위자, 독립운동 배반자로 밝혀진 자들과 함께 홍 장군이 묻혔다는 사실이 너무 마음에 걸린다. 현충원 재정비사업을 시급하게 추진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으로 국민을 핍박하고 학살한 자들의 자손들이 이장을 반대한다고 하니 현충원 입구에 친일파, 매국행위자, 반민족행위자 묘지를 조성해서 역사의 산교육이 될 수 있게 해 달라. 적어도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에게 떳떳한 현충원이 될 수 있게 해 달라."
           
청원인 말대로 대전현충원에 안장된 국가공인 친일파 묘역에는 어떤 표시나 안내 문구가 없다. 홍 장군 바로 위쪽 장군2묘역 555번 8평의 크기의 묘지에 안장된 백선엽 묘에는 오히려 형형색색의 꽃과 태극기가 화려하게 꽂혀있다. 백선엽 묘비에는 "내가 후퇴하면 나를 쏴라"는 말과 함께 "나는 대한민국을 사랑한다. 이 몸이 열 번 백번 죽았다 다시 살아난다 해도 조국을 위해 내 한 목숨 기꺼이 바치겠다"라고 새겨졌다. 

홍범도 장군의 묘에는 '애국지사 홍범도의 묘'라고 새겨진 비와 함께 하단에 "아 홍범도 장군, 고통받는 민족과 늘 함께 한 그대여. 무명용사들과 총을 들고 떨쳐 일어나 민족의 독립을 향한 일념으로 일제에 맞선 대한독립군 총사령관이여. 이제 조국의 품으로 돌아오시니 그대의 숭고한 정신 온 민족의 가슴에 통일의 넋으로 울려퍼지리"라고 적혔다. 홍 장군 묘비에 사용된 글씨는 고 신영복 선생의 글씨체다.

수차례 법안 발의에도 논의 못한 국립묘지법 개정안
 
 국립대전현충원. 애국지사 홍범도 장군과 정부에서 공인한 친일반민족행위자 백선엽 예비역 육군대장이 한 공간에 안장돼 있다.
 국립대전현충원.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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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공인 친일반민족행위자와 독립유공자가 국립현충원에 함께 묻힌 상황, 국회는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그동안 수차례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시작은 김원웅 광복회장이 2007년 현역 의원 시절 처음 발의한 국립묘지법 개정안이다. 당시 김 회장은 반민족행위 진상규명 특별법에 따라 친일 반민족 행위를 한 것으로 결정된 자에 대해서는 국립묘지에 안장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그러나 관련 법은 제대로 된 논의 한 번 못하고 임기만료로 그대로 폐기됐다. 

2013년 당시 김광진 의원이 친일인사는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없도록 규정하는 국립묘지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폐기됐다. 2016년과 2018년 6월, 같은 해 8월에 발의된 개정안 모두 마찬가지다. 논의조차 제대로 못 하고 폐기됐다.

21대 국회에 들어와 민주당 권칠승 의원이 친일반민족행위자의 국립묘지 안장을 금지하고 이미 안장된 경우 강제 이장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립묘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같은 당 전용기 의원도 친일반민족행위자를 국립묘지에 안장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관련 법안은 모두 상임위원회에서 특별한 논의 없이 계류 중에 있다.

현행 상훈법에는 "서훈 공적이 거짓으로 밝혀진 경우나 국가 안전에 관한 죄를 범해 형을 받거나 적대지역으로 도피한 경우, 형법·관세법·조세범 처벌법 등에 규정된 죄를 범하여 사형·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금고형을 받은 경우에만 서훈을 취소할 수 있다"라고 명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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