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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고성군의 긴급생활지원금 지원 조례. 지원대상을 "고성군에 주소를 둔 고성군민으로 한다"고 돼 있다.
▲ 고성군 긴급생활지원금 지원 조례 경남 고성군의 긴급생활지원금 지원 조례. 지원대상을 "고성군에 주소를 둔 고성군민으로 한다"고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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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90일 이상 장기거주 외국인 중 상당수가 코로나 19에 따른 정부와 지자체의 재난지원금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정부의 코로나 19 재난 지원금 지급 대상 기준과 각 지자체가 제정한 현행 '긴급재난지원에 관한 조례'의 지급 대상을 살펴본 결과 국내 장기 거주 외국인(재한 교포, 영주권자, 결혼이민자 등)이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례가 적지 않아 이에 대한 통일된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현재 제5차 재난지원금인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을 온·오프라인으로 신청 받아 지급 중이다. 지급자 대상 기준은 '국내 거주 국민'이다. 여기에는 국내에 거주하는 재중동포를 비롯한 재한교포나 결혼이민자, 영주권자 같은 외국인이 포함되지 않는다. 2020년 5월 제1차 전국민긴급재난지원금의 경우도 지원 범위가 '전 국민 대상 2171만 가구'였다. 이때 '국민'은 주민등록법상 거주지가 분명한 내국인인 거주자(주민)를 가리킨다. 장기 거주자로서 거주지가 분명한 사람이라도 외국인이라면 국민재난지원금 대상이 아닌 거다.

지자체는 정부에 비해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의 범위가 넓은 편이다. 가령 강원 영월군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에 따른 긴급재난 지원 조례'을 보면 '영월군에 주민등록을 둔 사람' 뿐만 아니라, 결혼이민자와 "외국인주민으로 영월군의 외국인등록대장에 등록되어 있는 사람"(관내에 90일 이상 거주하며 생계활동에 종사하고 있는 외국인)도 지급 대상에 포함시켰다. 장기 거주 외국인도 영월군의 '외국인 주민 지원 조례'에 따라 긴급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규정한 것이다.

또한 전남 순천시의 경우는 관련 조례에 지원 대상을 "순천시에 주민등록을 두고 있는 사람, 결혼 이민자, '출입국관리법' 제10조에 따라 체류자격을 취득하여 순천시에 체류지를 두고 있는 사람"으로 규정한다. 따라서 순천시에서는 외국인 중에 영주권자, 장기와 단기 일반 체류 자격을 취득하여 순천시에 체류지를 둔 사람도 긴급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경기도 광주시, 부천시, 안성시, 포천시(4곳)의 경우는 일반 시민과 결혼 이민자 말고도 출입국관리법 제10조 내지 제31조에 따라 외국인 등록이 되어 있는 자나 재외동포법 제6조에 따라 해당 지자체를 거소지로 하여 거소신고가 돼 있는 사람을 지원 대상에 포함한다.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검색한 지자체의 긴급재난지원금 조례
▲ 긴급재난지원금 조례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검색한 지자체의 긴급재난지원금 조례
ⓒ 정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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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법제처 현행 자치법규에서 '긴급재난지원금' 또는 '재난기본소득'을 검색한 결과 거제시, 경주시, 과천시, 광명시, 광양시, 구리시, 구례군, 군포시, 논산시, 동두천시, 무안군, 보성군, 부산남구, 부산북구, 시흥시, 안양시, 양구군, 양주시, 양평군, 원주시, 여주시, 연천군, 영덕군, 영광군, 영암군, 영양군, 예천군, 용인시, 의왕시, 장성군, 정읍시, 철원군, 평창군, 평택시, 하남시, 함평군(36곳) 등에서는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 '결혼이민자'와 '영주권자'를 포함시켜 놓은 상태다. 이 중에서 하남시는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집합금지 및 집합제한 조치를 받은 자'도 대상자에 포함돼 있다.

반면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으로 '주민등록법상 해당 지자체에 주소를 둔 사람'으로 한정하거나 "그 밖에 해당 지자체의 장(시장, 군수, 구청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람"이란 모호한 문구를 덧붙여 지자체의 장(무주군은 재난안전대책본부)에게 지급 대상 범위의 권한을 대폭 부여한 지자체들이 있다.

이에 해당하는 지자체는 가평군, 군위군, 김제시, 고성군, 나주시, 남원시, 남해군, 무주군, 목포시, 부산 강서구, 부산 사상구, 부산 연제구, 속초시, 신안군, 양산시, 양양군, 여수시, 완주군, 울산시, 울진군, 의령군, 의성군, 완도군, 창녕군, 청양군, 태백시, 통영시 함양군(28곳) 등이다. 동해시, 고창군, 고흥군, 순창군, 진안군, 해남군(6곳)의 경우는 지자체에 주소를 둔 사람과 결혼이민자까지 지급 대상에 포함시킨 지자체이다.

앞서 언급한 지자체 말고도 여러 구, 시, 군 지자체가 더 있지만 관련 조례를 찾을 수 없어 모두 확인하진 못하였다. 나머지 지자체도 외국인 중에 '영주권자, 결혼이민자, 재한동포, 장기와 단기 일반 체류 외국인' 등을 지급 대상에 포함하는 지자체와 제외하는 지자체로 크게 나뉠 것이다.

요컨대 국내 장기 거주 외국인들은 코로나 19에 따른 정부의 국민 재난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되고 여러 지자체 중에서도 관련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태이다. 그 중에는 재중동포들처럼 동포들도 존재하고, 국내에 수십 년 장기 거주하며 자녀를 낳고 생업에 종사하는 사람도 많다. 특히 소상공인 자영업자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내국인은 다 받는 긴급 재난지원금이라도 단지 '외국인' 신분이라 받지 못하는 사례가 허다한 형편이다.

가령 외국인 A씨는 20여 년 전 한국에 5000만 원 이상을 투자해 입국한 뒤, 현재는 전남 광양에 9년째 거주하며 가게를 차려 요식업에 종사하는 중이다. 얼마 전 아내가 아기도 출산한 상태이다. 코로나 19로 내국인 자영업자들이 힘들 듯이 그의 가게도 월세를 내기 힘들 만큼 장사가 잘 안 되어 올해 초 보다 월세가 낮은 곳으로 이사해야 하였다. 하지만 합법적으로 장기 거주하는 외국인이지만 여태 재난지원금을 한 번도 받지 못한 상태다. 광양시는 외국인의 경우 영주권자와 결혼이민자만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외국인이라도 1년 이상 국내 거주하면서 지자체에 주소를 두고 사업장을 둔 개인사업자(직년연도 부과세 과세표준 4800만 원 이상)는 주민세를 내야 한다. 또한 정부는 2019년 7월부터 국내에 6개월 이상 머무는 외국인(재외국민 포함)은 건강보험에 의무 가입해 매달 11만 원 이상 건강보험료를 내게 하였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와 여러 지자체는 국내에 장기 거주하며 경제활동을 하고 주민세와 건강보험료를 내는 외국인에게조차 재난 지원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지금처럼 각 지자체마다 국내 거주 외국인에 대한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을 달리 정할게 아니라, 보다 형평에 맞는 통일된 지급 기준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나아가 정부도 다문화 사회에 맞도록 전국민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을 완화해 외국인에 대한 차별 없는 보다 실질적인 사회 통합을 이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뉴스>에도 싣습니다.


태그:#긴급재난재원금, #코로나 19, #전국민재난지원금, #장기 체류 외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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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솔샘교회(solsam.zio.to) 목사입니다. '정의와 평화가 입맞추는 세상' 함께 꿈꾸며 이루어 가기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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