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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서울=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김진방 이의진 기자 = 미중 갈등의 핵심 쟁점이었던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멍완저우(孟晩舟·49) 부회장이 24일(현지시간) 미국 법무부와 기소 연기에 합의함에 따라 전격 석방됐다.

그동안 캐나다에서 가택 연금 상태로 지낸 지 약 3년 만이다.

멍 부회장 체포 사건과 얽혀 중국에서 간첩 혐의로 수감돼 있던 캐나다인 2명도 이날 멍 부회장 석방 직후 풀려났다.

이에 따라 그동안 첨예하게 맞선 미중 관계를 해소할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이번 합의를 두고 미국의 양해 속에 중국과 캐나다가 상호 맞교환으로 껄끄러운 민간인 억류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미국과 중국 당국은 이번 합의에 대해 각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 '기소 연기 합의'에 멍완저우 2년 9개월만에 자유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멍 부회장이 이란 제재와 관련해 일부 잘못을 인정하는 대가로 멍 부회장에 대한 금융사기 사건을 무마하는 기소 연기 합의(DPA)에 도달했다.

이 합의에 따라 미 법무부는 피고인이 특정한 합의 조건을 지키는 한 일정 기간 멍 부회장에 대한 기소를 자제하게 된다. 멍 부회장이 합의 사항을 이행할 경우 그에 대한 사기 등 형사고발은 2022년 12월 1일 기각될 예정이라고 AFP통신이 전했다.

뉴욕시 브루클린 연방 지검은 이날 오후 멍 부회장 사건을 담당하는 브루클린 연방법원에 기소 연기 합의서를 제출했다.

합의에 따라 멍 부회장은 이날 원격 화상회의 방식으로 법정에 출석해 화웨이의 이란 사업에 관해 HSBC 은행에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멍 부회장이 유죄를 인정한 것까지는 아니라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그는 정치적 동기에 따른 기소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 자신은 "무죄"라고 주장했다.

기소 연기 합의에 따라 이날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BC)주 대법원은 멍 부회장의 범죄인 인도 재판을 기각하고 그에게 석방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멍 부회장은 가택연금에서 풀려나 중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법원 판결 직후 멍 부회장은 "지난 3년간 내 삶이 엉망이 됐다"면서 "어머니, 아내, 회사 간부로서 힘든 시간이었다"고 심경을 밝혔다.


멍 부회장의 석방은 지난 2018년 12월 캐나다 밴쿠버 국제공항에서 미 정부의 요청에 따라 캐나다 경찰에 체포된 지 2년 9개월 만이다.

미 검찰은 2019년 1월 이란에 장비를 수출하기 위해 홍콩의 위장회사를 활용,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위반한 혐의 등으로 멍 부회장을 기소하고 캐나다로부터 멍 부회장의 범죄인 인도를 추진했다.

그러나 멍 부회장은 캐나다 법원에 범죄인 인도를 막아달라고 소송을 냈고, 이후 밴쿠버 자택에만 머무르는 조건으로 보석 허가를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가 중국과 첨단기술 등을 둘러싼 무역전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벌어진 멍 부회장의 체포는 이후 다방면으로 확전된 미중 갈등의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였다.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멍 부회장은 회사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런정페이의 딸이기도 하다.

따라서 미 법무부와 멍 부회장의 이번 합의는 한껏 고조된 미중 갈등 국면에서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내다봤다.

그 과정에 개입한 캐나다도 홍역을 치렀다. 중국이 보복성 조치로 대북 사업가 등 캐나다인 2명을 체포한 것이다.

◇ 중국도 '간첩 혐의' 캐나다인 2명 석방

AP 통신 등에 따르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에서 간첩 혐의로 수감됐던 자국민 대북 사업가 마이클 스페이버, 전직 외교관 마이클 코브릭이 석방돼 중국을 떠났으며, 다음날 오전 캐나다로 귀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회견은 멍완저우 부회장이 석방돼 중국으로 떠난 지 약 1시간 만에 이뤄졌다. 이는 캐나다와 중국, 미국 간에 사전에 조율됐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캐나다 법원이 멍 부회장의 범죄인 인도 재판을 기각하고 석방 명령을 내린 직후 중국 선전(深천<土+川>) 행 항공편에 탑승하는 장면이 캐나다 방송 화면에 포착됐다.

스페이버와 코브릭은 2018년 12월 멍 부회장이 미국에서 체포된 지 9일 뒤 중국 당국에 체포됐다.

중국 랴오닝성 단둥(丹東)시 중급인민법원은 지난해 8월 재판에서 북한에서 사업 활동을 해 온 스페이버에 대해 '외국을 위해 정탐하고 국가기밀을 불법 제공한 혐의'를 인정해 징역 11년 및 국외 추방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스페이버의 혐의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후 관영매체인 글로벌 타임스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의 군사장비 사진과 영상을 촬영해 외국에 넘긴 혐의로 형을 선고 받았다고 보도했다.

코브릭 역시 2017∼2018년 사업가로 위장해 중국에 들어와 베이징·상하이(上海)와 지린성 등지에서 소식통을 통해 중국 국가 안보와 관련된 대량의 비공개 정보를 수집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코브릭은 2급 국가기밀에 해당하는 이들 정보를 이용해 중국 국가안보 관련 분석 보고서 작성 업무를 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당시 캐나다가 미국의 요청으로 이란 제재 위반 혐의를 받는 멍 부회장을 체포하자 중국이 보복한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중국은 그간 두 사건의 연관성을 부인해왔다.

◇ 블링컨 "캐나다인 석방 환영"…멍완저우 "공산당에 감사"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멍 부회장이 풀려난 뒤 중국 정부가 캐나디인 2명을 석방한 데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고 AP와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미국 정부는 중국 당국이 2년 반 이상 독단적으로 억류됐던 캐나다 시민 마이클 스페이버와 마이클 코브릭을 석방한 것에 대해 국제사회와 함께 환영을 표한다"고 밝혔다.

캐나다 가택연금에서 풀려나 귀국길에 오른 멍 부회장은 조국이 가장 큰 버팀목이었다면서 중국공산당과 정부에 감사의 뜻을 밝혔다.

멍 부회장은 중국으로 향하는 기내에서도 "곧 위대한 조국 어머니의 품에 들어간다"면서 "중국공산당의 영도 하에 우리 조국은 번영·발전을 향해 가고 있다. 강대한 조국이 없다면 오늘 내 자유도 없다"고 말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웨이보(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귀가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중국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웨이보에는 '멍완저우가 곧 조국으로 돌아온다', '멍완저우가 중국 정부 전세기에서 감사의 말을 했다'는 문구가 인기 검색어 상단에 노출됐다.

firstcircle@yna.co.kr
pual07@yna.co.kr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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