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틸워터> 관련 이미지.

영화 <스틸워터> 관련 이미지. ⓒ CJ ENM

 

애지중지하던 딸이 살인용의자가 됐고, 아빠는 그런 딸을 돕고 싶지만 상황이 여의지 않다. 알코올 중독과 가정 소홀로 딸의 기대를 저버린 지 오래인 아빠의 선택은 묵묵하게 할 일을 하는 것이었다.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진실을 찾기 위한 고군분투를 다룬 영화가 개봉을 앞둔 가운데 지난 24일 국내 언론에 선공개됐다. 

<스틸워터>는 단순히 부성애로 설명될 수 없다. 실패한 아빠 취급을 받는 빌(맷 데이먼)과 그런 아빠를 심정적으론 사랑하지만, 차마 자기 인생에서 인정할 수 없던 앨리스(아비게일 브레스린) 간의 팽팽한 긴장감이 영화의 흐름을 좌우하는데 두 세대 모두 자기 입장에서 충분히 그럴 수 있을 법한 선택을 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미국 오클라호마주를 벗어나 본 적 없는 빌이 딸의 혐의 때문에 프랑스 빈민가로 흘러 들어가며 시작된다. 아빠의 그늘을 피해 프랑스로 유학간 앨리스는 룸메이트를 살해한 혐의로 교도소에 갇히게 되고, 그 소속을 들은 빌이 누명을 벗기기 위해 진범을 찾으러 다니는 구성이다. 여기에 선의를 갖고 빌을 돕는 버지니(카밀 코탄) 가족의 이야기가 삽입되어 삶의 복잡다단함을 드러낸다.
 
 영화 <스틸워터> 관련 이미지.

영화 <스틸워터> 관련 이미지. ⓒ CJ ENM

  
 영화 <스틸워터> 관련 이미지.

영화 <스틸워터> 관련 이미지. ⓒ CJ ENM

 
평생 일용직을 전전한 빌은 정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지만 마음 만큼은 순수하다. 술과 마약으로 얼룩진 자기 인생을 단순히 한탄하지 않고, 자력 갱생을 위해 딸에게 더욱 성심껏 다가간다. 이미 아빠로서 신뢰를 잃은 그가 딸의 마음을 얻을 기회는 곧 누명을 풀어주는 것. 영화는 빌의 간절함을 곳곳에 숨겨 놓은 채 천천히 딸과,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는 빌의 모습을 묘사한다.

<스틸워터>가 뛰어난 지점은 극적 사건, 극적 인물이 있음에도 자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는 데에 있다. 2007년 이탈리아에서 벌어진 아만다 녹스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은 이 영화는 자칫 법정물이나 사건의 진실을 파헤친 후 부녀의 관계 회복 정도로 마무리 할 수도 있었겠지만, 등장 인물들의 복잡한 내면과 속사정을 제시하며 섣부른 판단이나 화해의 가능성을 원천 배제했다. 빌 또한 완벽한 아빠가 아닌 거친 어투와 편견, 선입견에 가득찬 인물로 묘사되어 현실감을 배가시킨다.

이 때문에 이야기 흐름이 다소 느리고, 밀도가 높아 일부 관객에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서로 마음을 열고 다가가는 속도가 다를 수밖에 없는 두 부녀를 차례로 조명하며 이야기를 쌓아가기에 좀 더 설득력이 있고, 진실성 또한 갖추게 된다. 특히 아무 연고도 없는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방황하는 빌을 포용한 버지니와 그의 딸의 존재는 우리네 삶이 작은 기적으로 가득차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우치게 한다.

실패한 아버지의 신뢰 회복, 이해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딸의 선택과 더불어 <스틸 워터>는 대안 가족의 가능성까지 제시하며 한 편의 드라마를 완성해낸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지만, 정작 중요한 건 그 실수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깨닫고 다음 기회에서는 보다 나은 선택을 하는 것 아닐까. 묵직한 실화를 바탕으로 영화는 꽤 단단한 주제의식을 전한다.

실제로 네 딸의 아버지인 맷 데이먼은 이번 영화를 선택하면서 누구보다 빌의 감정을 고백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연출을 맡은 토마스 매카시 감독은 "인간의 도덕성이 사회와 가족에 대한 사랑에 의해 타락할 수 있다는 걸 말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며 가족의 본질과 삶의 다양성을 짚은 바 있다.

속이 후련하거나 시원한 결말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 영화를 통해 주위 소중한 사람들과 깊은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스틸워터> 관련 정보

감독: 토마스 맥카시 
출연: 맷 데이먼, 아비게일 브레스린, 카밀 코탄
수입: CJ ENM
배급: CJ CGV
러닝타임: 138분
개봉: 2021년 10월
 
스틸워터 맷데이먼 프랑스 부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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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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