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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카피라이터가 요즘 뜨는 플래그십 스토어를 탐방하며 기업들의 참신한 브랜딩 전략을 살펴봅니다.[편집자말]
카피라이터로 8년째 일하면서 알게 된 불변의 사실은, 완벽한 브랜드는 없다는 것이다. 모든 브랜드에는 단점이 존재한다. 수많은 대중이 선호하더라도 이를 싫어하는 소비자가 어딘가에는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세상은 넓고 취향은 다양하기 때문이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제품이나 브랜드는 허구에 가깝다.

브랜딩은 곧 이런 취약점을 어떻게 보완할지를 고민하는 일과도 같다. 단점을 없앨 수는 없더라도 줄일 수는 있으니까. 새로운 장점으로 바꿀 수도 있으니까. 나이가 들수록 입는 옷의 스타일이 달라지는 것처럼 브랜드도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스타일이 필요하다. 변화하는 체형과 외양에 어울리는 옷은 또 다른 멋을 자아낸다. 나이에 걸맞는 신선한 스타일은 곧 시대에 적응한 브랜딩이 된다.

오뚜기에선 느낄 수 없던
 
빨간 벽돌과 노란색 포인트 컬러가 돋보이는 롤리폴리 꼬또의 입구
 빨간 벽돌과 노란색 포인트 컬러가 돋보이는 롤리폴리 꼬또의 입구
ⓒ 이승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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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표 식품전문 기업 중 하나인 '오뚜기' 역시 이런 스타일의 변화를 꿰하고 있다. 그 시작은 이들의 새로운 공간이다. 지난해 오픈한 복합문화공간 '롤리폴리 꼬또(rolypoly cotto)'는 오뚜기의 다양한 굿즈를 비롯해 카페 및 음식점 등이 입점한 브랜드 스토어다.

3분 카레나 라면 등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소년의 익살맞은 윙크가 새겨진 로고가 기억에 남는 오뚜기. 하지만 낯익은 오뚜기의 모습이 이곳에선 느껴지지 않는다. 빨간색 벽돌로 가득한 공간 속에는 지금까지의 오뚜기가 하지 않았던 시도들이 엿보인다. 이들은 어떤 이유로 색다른 공간 브랜딩에 도전하게 된 걸까?

오뚜기는 분명 장점이 많은 브랜드다. 50년 넘게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착하고 올바른 이미지를 가진 건실한 기업이다. 장수 브랜드인 만큼 오뚜기를 모르는 한국 사람도 없다.

하지만 이런 강점은 보기에 따라 단점이 되기도 한다. 우선, 전통과 역사라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누군가에겐 고루하게 느껴질 지점이다. 변치 않는 브랜드란, 곧 새롭지 않은 브랜드와도 같다. 모두에게 익숙한 브랜드는 앞으로 더 기대할 게 많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올곧다'는 이미지는 긍정적이지만, 그렇기에 통통 튀는 재미난 혁신을 보여줄 거란 기대가 다소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마트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저렴한 제품군이 대부분이다 보니 고급스럽지 않다는 시선이 존재하기도 한다. 

기존의 장점이 조금씩 단점으로 바뀌어 가는 시점에서 롤리폴리 꼬또는 이런 우려를 공간 브랜딩으로 자연스럽게 풀어나간다. 일단 슈퍼마켓에서만 만나던 오뚜기를, 집에서만 맛보던 오뚜기를, 근사한 레스토랑으로 옮겨왔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보이는 오픈 키친은 고급스러운 식당의 분위기를 떠올리게 한다. 오뚜기에선 느낄 수 없던 톤 앤드 매너다.
 
매장 한편에 위치한 바 테이블, 특유의 노란색 컬러감이 돋보인다
 매장 한편에 위치한 바 테이블, 특유의 노란색 컬러감이 돋보인다
ⓒ 이승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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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의 메뉴 구성도 흥미롭다. 라면부터 카레까지, 쉽게 즐기던 오뚜기 제품군을 '우삼겹파채라면'이나 '소고기사과카레' 등 업그레이드된 요리로 바꿔놓았다. 미처 알지 못했던 오뚜기 제품의 가능성을 다양한 메뉴로 보여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냉장고를 부탁해>와 같은 TV 프로그램에서 일상적인 식재료를 활용해 쉐프들이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내는 식이다. 당연한 재료에서 생경한 요리가 태어나는 순간, 놀라움이 생겨난다.

흥미로운 건, 이 모든 과정에서 오뚜기의 로고와 네임을 최대한 배제시켰다는 것이다. 브랜드 컬러라고 할 수 있는 노란색이 공간 여기저기에 묻어나지만, 문을 여는 손잡이도 심지어 '오뚝이' 모양이지만, 오뚜기 로고는 매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다. 메뉴판에도 브랜드명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진라면으로 만든 우삼겹파채라면
 진라면으로 만든 우삼겹파채라면
ⓒ rolypoly cot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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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오뚝이 모양과 비슷한 숫자 8이 메뉴 가격 끝마다 붙어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이곳이 오뚜기의 공간이라는 건 어디서나 느낄 수 있다. 브랜드를 상징하는 요소가 곳곳에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공간을 체험하면서 '오뚜기스러움'을 편안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본 적 없던 '오뚜기스러움'

이것은 브랜딩의 가치를 전하는 보다 세련된 방식이다. 2014년, 프랑스 맥도날드에서 집행했던 옥외 광고는 맥도날드의 로고를 최소화하고 제품을 상징화한 일러스트를 커다랗게 표현했다.

많은 설명이 없어도, 로고가 잘 보이지 않아도, 누구나 맥도날드를 떠올릴 수 있는 광고였다. 이런 접근은 소비자 스스로 브랜드를 연상하게끔 만든다. 그리고 자신의 힘으로 브랜드를 떠올리는 순간, 임팩트는 더욱 커진다. 머릿속에 각인될 확률도 올라간다.
 
맥도날드 프랑스에서 집행했던 옥외 광고. 미니멀한 표현이 독특하다.
 맥도날드 프랑스에서 집행했던 옥외 광고. 미니멀한 표현이 독특하다.
ⓒ McDonald Fr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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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리폴리 꼬또도 마찬가지다. 표현이 미니멀해질수록 스타일리쉬해질 확률은 높아진다. "이게 오뚜기의 새로운 공간이야!"와 같은 직접적인 메시지가 거의 없다는 점이, 오히려 브랜드를 거부감없이 받아들이게 한다. 친숙한 브랜드를 잠시나마 낯설게 바라보게끔 만든다. 누구나 다 아는 브랜드니까. 설명 대신 상징으로 승부하겠다는 자신감도 느껴진다.
  
2층 브런치 카페에서 바라본 정원의 모습
 2층 브런치 카페에서 바라본 정원의 모습
ⓒ 이승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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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뚜기의 이런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만 같다. 올해 5월, 서울 도곡동에 위치한 '도시서점'과 협업하여 진행한 '오뚜기 수비니어 샵' 팝업 스토어에선 심플하고도 과감한 디자인의 오뚜기 굿즈를 선보였다.

새로운 로고 타입 디자인 덕분에 특유의 유쾌하고도 활발한 이미지에 '영(Young)'함을 더했다. 즐거운 의외성이 느껴지는 시도였고, 덕분에 많은 화제를 끌었다. 공간에서 굿즈까지, 경험을 활용한 오뚜기의 '새 옷' 갈아입기는 쉽게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뚝이의 핵심은 무게중심이다. 앞으로 오뚜기는 어떤 위치에 서 있을까? 오뚜기는 새로운 시대 속에서 무게중심을 옮겨 가고 있는 듯하다. 그 변화를 맛보고 싶다면 롤리폴리 꼬또는 꽤나 괜찮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필자의 브런치(https://brunch.co.kr/@seung88)에도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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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라이터. 술 마시며 시 읽는 팟캐스트 <시시콜콜 시시알콜>을 진행하며 동명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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