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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생각에 대한 생각, 시선에 대한 시선> 포스터
 전시 <생각에 대한 생각, 시선에 대한 시선> 포스터
ⓒ 문화적 도시재생 인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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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자주 접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미술관은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까?"

전주시 서노송동에 있는 '뜻밖의 작은 미술관'의 여섯 번째 전시 <생각에 대한 생각, 시선에 대한 시선>(11월 8일~26일)을 여는 장근범 작가는 기획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서노송동은 과거 전주시 최대의 성매매 집결지였다.

이번 행사의 특징은 오프라인 뿐만 아니라 공간적 제약이 없는 가상세계(메타버스)에서도 동시에 전시가 열린다는 것이다. '메타버스'는 가상을 뜻하는 'Meta'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Universe'의 합성어로, 코로나19 때문에 더 이상 예전처럼 대면을 일상화하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 3차원 가상세계를 의미한다.

팬데믹이 길어지면서 비대면 방식의 출근·회의·교육이 늘어남에 따라 메타버스는 더 이상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이 됐다. 어떻게 보면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실제가 있지만 실제가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전시는 김연경(서양화), 이주리(서양화), 최은우(서양화), 서완호(서양화), 이창훈(조소), 고형숙(한국화), 장우석(한국화), 이봉금(한국화), 유대수(판화), 범준(미디어) 등 10명 작가가 참여한다. 이들의 작품은 로(Raw)데이터로 전주대학교에서 게임을 전공으로 하는 48명의 학생에게 제공됐다.

"원래 전시가 기획되어 있었는데, 메타버스를 활용해 온라인에서도 열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이 전시는 48명의 학생들이 가상의 공간에서 각자의 방식대로 28개의 플랫폼을 '큐레이션' 해본 것이다.

"큐레이션이 일반 사람들에게는 어렵잖아요? 그래서 대학교에 가서 강의하고 학생들이 '개더타운'(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자기 방식대로 구현해봤어요. 48명이 각자 또는 팀으로 28개의 플랫폼을 만들었고, 그것이 현장에서 전시됩니다."

여기에 48명의 학생을 이끈 전주대학교 문화산업 연구소의 박형웅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게임학과) 수업 중에 게임만 만들고 끝날 게 아니라 메타버스에 주목했어요. 요즘 학생들에게 미술관은 어떤 의미일까 궁금했거든요."

전체 48명 중 최근 1년간 미술관에 가본 적이 있는 인원이 채 10명도 안 될 정도며, 그것도 예전에 누가 시켜서 가봤지 자의적으로 간 적이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됐단다. "개더타운은 공간적 제약도 없고, 상호작용도 있으니까 최대한 자의적으로 마음껏 해석하게 했죠. 결국엔 28개의 가상 미술관이 생긴 겁니다."
 
오프라인 전시와 온라인(메타버스)에서 펼쳐지는 전시
 오프라인 전시와 온라인(메타버스)에서 펼쳐지는 전시
ⓒ 이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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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모두가 메타버스를 주목하고 있는데, 일반 사람들이 느끼기엔 상당히 복잡합니다. 솔직히 이해가 되는지도 모르겠고요. 그리고 서울과 지방은 이에 따른 온도 차이도 많이 나요. 서울에는 기업이나 기관들이 투자하니까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데, 지방은 그렇지 못해요. 모든 것이 다 결정된 상황에서 내려오니까, 우리는 제약요건이 너무 많아요."

'문화적 도시재생 인디'의 대표인 장근범 작가가 2019년부터 2년간 운영하면서 현장에서 느꼈던 생생한 체험 후기랄까. 큰 미술관에 비해 작았던 사례를 고백하면서 자신이 운영하는 단체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2019년부터 문체부에서 '문화적 도시재생'을 만들어 진행했는데, 2020년에 갑자기 없애더라고요. 마을주민하고 커뮤니티 하라고 만들었는데, 갑자기 없앨 수도 없잖아요? 주민들과 함께해보자고 약속했는데 갑자기 없애면 이상하잖아요. 그래서 민간으로 다시 만들었습니다."
 
장근범 작가(왼쪽)와 전주대 박형웅 교수
 장근범 작가(왼쪽)와 전주대 박형웅 교수
ⓒ 이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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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미술관'은 시골 동사무소나 마을회관 등의 유휴공간을 미술관으로 바꾸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래 '위원회')의 지원사업으로, 올해로 7년째를 맞았다. 매년 공모를 통해 '생활권 내 미술관이 없거나 미술문화 확산이 절실한 지역'을 뽑는다.

공모에 선정되면 위원회는 시설 운영을 위해 매년 7000만 원 이내에서 지원한다. 이번에 전시가 열리는 전주 뜻밖의 미술관은 4000만 원이 조금 안 되는 지원금을 보조받아 올해 말까지 총 8번의 전시를 열게 됐다.

'전주 뜻밖의 작은미술관'은 60여 년간 여성 성 착취 공간이었던 성매매집결지인 선미촌을 미술관으로 바꾼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이다. 특히 이 사업은 지속가능발전대상에서 대통령상을, 얼마 전에는 '도시재생 사례공유 발표대회'에서 최우수상(국토교통부장관상)을 받을 정도로 전국에서 도시재생의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전주 최대 성매매집결지였던 서노송동의 선미촌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전주 최대 성매매집결지였던 서노송동의 선미촌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 이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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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열리는 여섯 번째 전시는 크게 두 파트로 나누어 진행된다. 먼저, 플랫폼상에서 1주일 먼저 공개되는 '메타버스 프리뷰 전시'(8~14일)가 끝나면 개더타운(온라인)에서 보였던 전시가 전시장(오프라인)에서 구현되는 '메타버스×뜻밖의 작은 미술관 전시'(15~26일)가 이어진다. 이번 전시가 끝나면 전주 뜻밖의 작은미술관은 연말까지 두 번의 전시가 남았다.

전시 17개 팀을 선발해 1년 동안 실험하고 교류하는 결과보고전인 <작은 미술관×청년예술인>(12.4~12.11)가 일곱 번째로, 미술품이 계속 팔리는 장치가 있는 서울에 비해 지역에는 그런 창고나 통로가 부족한 현실을 반영한 <작은 미술관 아트페어>(12/13~31)가 피날레를 장식한다.

덧붙이는 글 | 기사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작은미술관 지원사업에 선정된 지방의 현장을 방문하는 체험기로 위원회의 공식 블로그에 동시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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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빼고 문화만 씁니다." 문화예술 전문 월간지<문화+서울>(문화플러스서울) 편집장을 지냈으며, 매주 금요일마다 한겨레신문에 예술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사람in예술' 코너에 글을 쓰고 있다. sortir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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