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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포를 대표하는 명소인 반월호수는 해 질녘 낙조의 풍경이 정말 아름답다.
▲ 반월호수의 풍경 군포를 대표하는 명소인 반월호수는 해 질녘 낙조의 풍경이 정말 아름답다.
ⓒ 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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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군포로 떠나보려고 한다. 이 시리즈에서 군포 편을 가장 마지막에 남겼던 이유 중 하나가 아무리 지도를 둘러봐도 정보를 찾아봐도 테마를 잡을 만한 무언가가 보이지 않았다.

시에서는 자체적으로 '책의 도시'라는 타이틀을 밀고 있지만 의정부처럼 특색 있는 도서관이 아니기에 굳이 타지 사람들이 찾아올 만한 곳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그래도 직접 찾아가 군포시에서 소개하고 있는 명소들을 하나씩 가본다면 적어도 우리가 알지 못했던 군포의 매력을 재조명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군포에 대해 하나씩 살펴보기로 하자.     

군포는 본래 과천, 시흥에 속해있던 작은 마을이었으나 경제개발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서울에 있는 산업시설이 대거 이곳으로 이전하면서 큰 발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게다가 지금의 산본지역이 1기 신도시 택지지구로 지정되었고, 1989년에 독립된 군포시로 승격했다.

하지만 발전 속도에 비해 군포의 정체성 확립은 더디기만 하다. 군포의 지명유래 자체도 여러 설이 존재한다. 임진왜란이 일어났을 당시 이 지역에서 관군들에게 배불리 식사를 제공했다고 해서 군포(軍飽)에서 군포(軍浦)로 변했다는 설, 근처에 흐르는 군포천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전해졌다고 하는 설도 존재한다. 

그 밖에도 군인들이 머물러서 지명이 고착되었다는 이야기와 군포장 역설, 군웅산설 등 정확한 지명의 유래를 알 수 없다. 하지만 군포의 중심은 뭐니 해도 산본신도시다. 인근의 평촌이나 일산, 분당신도시만큼 유명하거나 화려하진 않지만 도시 계획이 비교적 깔끔하고, 경기도의 명산 수리산이 병풍처럼 도시를 감싸고 있다.   
   
7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군포식당이 군포역앞에 자리해 있다. 양지고기가 듬뿍 들어간 설렁탕을 판매하는 식당이다.
▲ 7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군포식당 7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군포식당이 군포역앞에 자리해 있다. 양지고기가 듬뿍 들어간 설렁탕을 판매하는 식당이다.
ⓒ 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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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굳이 군포의 옛 자취를 조금이나마 느끼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군포역 앞에 자리한 60년 전통의 식당, 군포식당을 한번 가보시길 추천드린다. 족히 수십 년은 돼 보이는 회색 빛깔의 건물과 진하게 뼈를 우리는 육수 냄새, 적어도 10년 이상은 단골로 다녔을 손님들, 노포로서의 조건이 완벽한 가게다.

설렁탕에는 양지고기가 한가득 올려져 있었고, 깔끔함과 담백함도 기본이다. 게다가 이 가게만의 스토리가 더해지니 맛이 무척 훌륭했다. 좋은 기억을 가지고 수리산 자락을 중심으로 군포의 이야기를 풀어가 보기로 하자.     

수리산은 경기도에서 몇 안 되는 도립공원으로 군포, 안양, 안산에 걸쳐 있는 산이기도 하다. 높이는 489m밖에 되지 않지만 이곳저곳에 암봉이 솟아 있고, 수목이 울창함은 물론 주위의 경관이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가장 높은 봉우리인 태을봉을 중심으로 슬기봉, 관모봉, 수암봉 등 다양한 봉우리들이 연이어 이어져 있고, 코스도 다양해 도심 어디서든 접근성이 편리하다.

골짜기를 내려가다 보면 산기슭을 따라 예전의 자취를 엿볼 수 있는 역사적인 장소가 더러 남아 있다. 신라 진흥왕 때 창건했다는 수리사를 비롯해 최경한 프란치스코 수리산 성지도 이곳의 자랑거리다.     

하지만 나의 첫 발걸음은 주택가와 산의 경사를 따라 올라간 지점에 있는 산본동 조선백자 요지에서 시작된다. 산본동 택지개발을 통한 발굴에 의해 그 실체가 드러난 곳으로 이 일대에서 조선시대 전기의 백자 파편들이 더러 발견되었다.
 
산본신도시 개발을 하던 중 수리산과 가까운 지역에서 조선백자 파편이 대량으로 발견되었다.
▲ 산본동 조선백자 요지 산본신도시 개발을 하던 중 수리산과 가까운 지역에서 조선백자 파편이 대량으로 발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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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치도 않았던 외진 주택가에서 의외의 역사적 흔적을 발견하는 기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번엔 수리고등학교 뒤편, 수리산 골짜기를 따라 조성되어 있는 초막골 생태공원으로 이동해 보기로 하자. 도시화가 가속되며 훼손된 생태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2016년에 들어선 초막골 생태공원은 수리산과 도시 중심부에 자리한 철쭉공원을 연결하는 생태 네트워크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기인 만큼 산에서 내려오는 칼바람이 꽤나 매서웠지만 황금빛 억새가 공원의 입구를 수놓고 있었다. 방문자 센터에서 시작한 발걸음은 계곡을 따라 초막 동천, 전망대, 물새 연못, 반디 뜨락까지 이어진다. 앞으로 군포가 가야할 지향점이 느껴지는 장소라 무척 소중하고 뜻깊었다. 이제 발걸음을 군포의 외곽 대야미동 쪽으로 방향을 틀어 나아가 보기로 한다. 
 
군포 반월호수 근처에는 많은 문화유적이 분포해 있다. 그 중 하나가 정난종의 사당과 묘를 지키는 동래정씨 동래군파 종택이다.
▲ 동래정씨 동래군파 종택 군포 반월호수 근처에는 많은 문화유적이 분포해 있다. 그 중 하나가 정난종의 사당과 묘를 지키는 동래정씨 동래군파 종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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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포와 안산 사이에 위치한 대야미동 주변은 문화재가 제법 산적해 있다. 그중 하나가 동래 정씨 동래군파 종택이다. 조선 전기를 대표하는 문신 정난종의 무덤을 지키기 위해 그의 아들 정광보가 이주하면서 대대로 사당과 종가를 지키고 있다.     

현재 갈치저수지의 마을 깊숙이 자리한 종가는 중앙에 ㄱ자로 안채를 배치하고 주변에 큰 사랑채와 작은 사랑채를 두었으며, 남쪽에는 곳간인 광채를 배치하였다. 북쪽에 신주를 모시 하는 사당이 있고, 남쪽에는 마구간인 마방채가 남아있다.
  
일명 군웅숲이라 불리는 덕고개당숲은 마을 주민들이 오래전부터 마을의 안녕과 무사태평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냈으며 전국 아름다운 숲대회에서 보존해야 할 '아름다운 마을 숲' 우수상에 선정되었다.
▲ 덕고개 당숲 일명 군웅숲이라 불리는 덕고개당숲은 마을 주민들이 오래전부터 마을의 안녕과 무사태평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냈으며 전국 아름다운 숲대회에서 보존해야 할 "아름다운 마을 숲" 우수상에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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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으론 덕고개 중간에 자리한 당숲을 찾아가 보기로 하자. 길이 100미터 정도의 작은 숲이지만 수령 100년에서 200년가량의 굴참나무, 갈참나무, 너도밤나무, 서어나무 등 고목 60여 그루가 두 줄로 늘어서있다. 

군웅에게 제를 올렸다는 터가 남아 있는 당숲에서는 마을의 안녕과 무사태평을 기원했다고 한다. 전국 아름다운 숲 대회에서 보존해야 할 '아름다운 마을 숲'으로 선정된 만큼 짧지만 강한 임팩트를 자랑하는 곳이다.     

이제 군포 시민들의 산책코스로 널리 사랑받는 반월호수로 가야 한다. 하지만 호수로 들어가기 전 호수에 접해 있는 마을의 안쪽으로 조금 들어가면 기대하지도 않았던 군포의 문화재를 발견할 수 있다. 군포시 향토유적 제1호로 지정된 둔대동 박 씨 고택이다. 1930년대 군포지역 농촌계몽운동을 이끌던 박용덕의 살림집이다.

1927년에 건축되었으며 단순히 전통한옥의 형태를 띠는 것이 아니라 창호에서 유리 및 철물을 사용하여 경기지방을 대표하는 근대 가옥이라고 한다. 이제 오늘의 마지막 코스인 반월호수에서 군포 여행의 마무리를 지을 계획이다.

한쪽에서는 변함없이 KTX가 빠르게 스쳐 지나가고 있지만 호수는 변함없이 잔잔하고 고요하게 그 자태를 유지한다. 어느새 노을이 호숫가를 비추고 있고, 나의 경기도 답사도 서서히 마무리되고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이제 경기도의 마지막 대미를 장식할 용인의 이야기만 남았다. 

덧붙이는 글 | 우리가 모르는 경기도 1권 (경기별곡 1편)이 전국 온라인, 오프라인 서점에 절찬리 판매 중 입니다. 경기도 각 도시의 여행, 문화, 역사 이야기를 알차게 담았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경기도는 우리가 모르는 경기도와 함께 합니다.


태그:#경기도여행, #경기도, #군포, #군포여행, #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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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문학 전문 여행작가 운민입니다. 현재 각종 여행 유명팟케스트와 한국관광공사 등 언론매체에 글을 기고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경기도 : 경기별곡 1편> <멀고도 가까운 경기도 : 경기별곡2편>, 경기별곡 3편 저자. kbs, mbc, ebs 등 출연 강연, 기고 연락 ugzm@naver.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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