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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남편의 둘째 아들 생일을 집에서 치렀다. 남편은 늘 그렇듯 선물로 뭘 받고 싶으냐고 미리 물었는데, 아들의 대답은 미트볼이었다. 미트볼은 서양식 고기 완자이다. 캐나다인 집에서는 어릴 때부터 먹고 자란 음식 중 하나이니, 출가해 살면서도 옛날 아빠의 손맛이 그리워 그것을 부탁했을 것이다.

사실 작년에도 미트볼을 원해서 푸짐하게 만들어서 줬는데, 이번에 또 같은 선물을 하자니 아빠의 마음은 좀 더 그럴듯하게 해주고 싶어졌다. 그래서 며칠을 고민하더니, 여섯 가지의 미트볼을 만들어 주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두 가지도 아니라, 여섯 가지라니! 여러 나라들의 미트볼을 소스와 함께 해서 선물하면, 한 가지만 잔뜩 먹는 것보다 재미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었다. 남편은 일을 버는 남자다!

그래서 선정된 것은, 이탈리아식, 그리스식, 스페인식, 스웨덴식, 폴란드식, 그리고 나도 선물을 하고 싶어서 한국식 동그랑땡을 넣었다. 내가 남편과 결혼한 지 3년이 되었지만, 그의 자식들에게 동그랑땡을 맛보게 해 준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결정을 하자 남편은 무척 바빠졌다. 레시피를 정해야 했고, 어떻게 담아서 줄 것인지 등등 고민이 많아졌다.

어차피 한 번에 다 먹지 못하니 만들어서 냉동해서 줄 것이고, 그래서 유리그릇보다는 안전하게 플라스틱 통에 넣기로 했다. 사이즈는 아들네 커플이 저녁 한 끼 먹을 분량이다. 

레시피를 다 정해서 모두 출력을 한 남편은 퇴근 후, 나흘에 걸쳐서 미트볼을 만들었다. 내가 바쁜 동안 알아서 만들어서 통에 담아 냉동실로 넣어버리는 바람에 나는 과정샷을 찍지도 못하고 처음 한 개는 완성샷조차 놓쳤다.

6개국의 미트볼이 한 자리에 모이다

사실 나는 미트볼이라는 게 그렇게 크게 다를 것이 없는 메뉴라고 생각했었기에, 그렇게 많은 종류가 가능하다는 사실에 놀랐다. 기본은 다짐육인데, 소고기를 넣느냐 돼지고기를 넣느냐, 아니면 섞어서 넣느냐로 나뉘고, 향신료 등이 약간씩 달랐다. 동글동글 빚어주면 되는데, 결정적인 맛의 차이는 어떻게 익히느냐, 그리고, 함께 사용하는 소스에 있었다. 토마토소스를 쓰기도 하고, 크림소스를 쓰기도 하고, 여러 가지 방법이 등장했다.
 
왼쪽 위부터, 이탈리아식, 폴란드식(냉동), 스페인식, 그리스식, 한국식, 스웨덴식 미트볼
 왼쪽 위부터, 이탈리아식, 폴란드식(냉동), 스페인식, 그리스식, 한국식, 스웨덴식 미트볼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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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가장 익숙한 것은 이탈리안 식이다. 다짐육과 야채를 이용해 동그란 미트볼을 빚어서 오븐에 애벌 굽기를 한 후, 토마토소스에 넣어 익히고, 스파게티와 함께 서빙한다. 아들이 생각했던 미트볼도 바로 이것일 것이다. 

폴란드식 미트볼은 소고기 없이 돼지고기만을 사용해서 만드는데, 디너롤 빵을 우유에 불렸다가 짜내어 고기에 섞는다. 양파와 달걀이 들어가고, 특히 딜이 반드시 들어간다. 그리고 오븐에 굽는 대신 육수에 넣어서 끓여내고, 그 육수를 약간 섞어서 별도의 소스를 만들어 섞어낸다. 

스페인 스타일은, 약간 술안주 같은 식으로 만들었는데, 돼지와 소고기 반반에 각종 야채를 넣어 미트볼을 만들고는 밀가루에 굴린 후, 기름 두른 팬에 굽는다. 그리고 토마토소스가 들어간 크림소스에 넣어서 서빙한다.

그리스식은 민트와 오레가노를 넣어서 겉면을 바삭하게 굽는 스타일이다. 밀가루를 씌워서 팬에 애벌 굽기를 하여 색을 내주고, 오븐에서 마저 구워낸다. 피타브레드나 그리크 샐러드와 함께 서빙한다.

한식은 동그랑땡이다. 여기에 별도로 간장 양념장을 만들어 함께 챙겼다. 넉넉히 만들어서 남은 것은 우리 집 저녁상에 올랐다.

마지막으로 스웨덴식은 크림소스를 이용해서 색부터 달랐다. 미트볼을 빚은 후, 팬에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1차로 구워주고, 크림소스를 만든 후 다시 넣어서 마무리를 했다. (레시피는 기사 하단에 추가)
 
만들어서 냉동실에 두었다가, 포장을 위해 아이스박스로 옮겨 담았다.
 만들어서 냉동실에 두었다가, 포장을 위해 아이스박스로 옮겨 담았다.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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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트볼 6가지를 다 만들자 이걸 어떻게 줘야 할까가 다시 고민이 되었다. 냉동실로 바로바로 들어간 미트볼을 선물 포장할 수도 없는 난처한 상황. 일단 미트볼에는 이름표를 출력해서 붙여주었다. 그러다가 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미트볼 네임카드
 미트볼 네임카드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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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미트볼에 있는 것과 똑같은 이름표를 색색의 종이에 붙이고, 따로 하나씩 포장을 한 것이다. 그리고 하나씩 뜯어보면서, 그 안에 있는 것을 발견하고 재미있어 하기를 기대했다.
 
포장이 완료된 선물
 포장이 완료된 선물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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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은 성공했다. 생일 파티를 마치고 나서 선물을 주는데, 미트볼을 준다더니 이게 뭔가 하는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었던 아들은 포장을 열어보고는 웃음을 터뜨렸다. 식구들은 모두들 쪽지를 돌려보며 재미있어 했고, 다음 포장을 열면 또 무슨 미트볼이 들어 있을지 궁금해 했다. 

아빠의 작고 섬세한 배려를 받은 자식들은 30대 중반의 어른들임에도 불구하고 애들의 마음으로 돌아가서 가슴속 깊이 따뜻함을 느끼고 있었다. 훈훈한 생일파티만큼이나 훈훈한 선물 열기 타임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 저녁, 한국의 동그랑땡을 제일 먼저 맛 본 아들에게서 문자가 왔다.

"Holly smokes! Those were delicious! (세상에나! 정말 맛있었어요!)"

이 문자가 우리 부부에겐 또한 큰 선물이었다.

스웨덴식 미트볼 만드는 법
(*작은 미트볼 20개 분량)
 
스웨덴식 미트볼
 스웨덴식 미트볼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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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트볼 재료:
소고기 다짐육 450g, 양파 곱게 다져서 4큰술, 파슬리, 잎 부분만 다져서 1큰술
마늘가루 1/2 작은술 (생마늘 다져서 사용 가능), 올스파이스 1/4 작은술, 넛맥 가루 1/4 작은술, 빵가루 4큰술, 소금, 후추 약간씩, 달걀 1개

기타 재료:
올리브 오일 1큰술, 버터 1큰술 + 4큰술, 밀가루 3큰술, 소고기 육수 2컵, 생크림 1컵, 우스터소스 1큰술, 디종 머스터드 1작은술

만들기:
1. 큰 볼에 미트볼 재료를 모두 넣고 잘 섞어준다.
2. 원하는 크기로 미트볼을 성형한다. 20개 정도면 한입에 먹기 좋다.
3. 큼직한 프라이팬에 올리브 오일과 버터 1큰술을 두르고 달군 후, 미트볼을 굴려가며 고르게 익힌다.
4. 다 익은 미트볼을 접시에 담고, 식지 않도록 쿠킹포일을 씌워준다.
5. 그 프라이팬에 버터 4큰술과 밀가루를 넣고, 거품기로 저으며 살살 익혀 갈색이 되도록 한다.
6. 소고기 육수와 생크림을 천천히 넣으면서 저어준다. 
7. 우스터소스와 디종 머스터드도 넣어 섞어주고, 낮은 불로 소스가 걸쭉해질 때까지 뭉근히 끓인다.
8. 맛을 본 후, 필요하면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해주고, 미트볼을 넣어 다시 2분 정도 데워준다.
9. 파스타나 밥 위에 얹어서 서빙한다.

덧붙이는 글 | 기자의 브런치에도 함께 실립니다. (https://brunch.co.kr/@lachouette/)


태그:#미트볼, #동그랑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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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거주하며, 많이 사랑하고, 때론 많이 무모한 황혼 청춘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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