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1.04 15:07최종 업데이트 22.01.04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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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대통령 선거에 집중해 있는 요즈음, 일본에서는 독도를 향한 움직임들이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2월 8일에는 자민당 독도대응팀이 첫 회의를 열고 '2022년 여름까지 새로운 대책을 내놓겠다'고 예고했다.

자민당 독도대응팀이 준비하는 것은 지금까지와는 차원을 달리한다. 12월 8일 자 NHK 인터넷판 기사 제목인 '자민당, (한국 경찰청장의) 독도 상륙 관련해 한국 제재조치를 검토할 작업팀의 첫 회합(自民 竹島上陸で韓国への制裁措置検討する作業チームの初会合)'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지금 자민당이 기획하는 것은 종전에 없었던 '제재 조치' 수준의 것이다.


지난 10월 31일 중의원 선거에서 단독 과반수로 승리를 차지한 자민당 정권이다. 그래서 어깨에 힘이 실린 자민당 정권이 적성국가에나 할 법한 '제재 조치'를 독도 영유권과 관련해 준비하고 있다. 일본의 태도가 1965년 한일기본조약 체결 이후와는 완전히 딴판이 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관련기사: 독도, 일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http://omn.kr/1wkko).

독도대응팀에 다케시마 담당상까지

다양한 관련 논의들이 일본 곳곳에서 튀어나오고 있다.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독도를 자신들의 관할 지역으로 간주하는 시마네현의 동태다.

시마네현 주민들이 중심이 된 '다케시마 영토권 확립 오키섬 기성동맹회(竹島領土権確立隠岐期成同盟会)'는 중앙정부를 상대로 '독도를 북방영토 수준으로 다룰 것'을 촉구하고 있다. 러시아와 영토분쟁을 벌이는 북방 4개 섬과 동일한 수준에 놓자는 것이다. 러시아를 대하듯 한국을 대하자는 논리와 맞닿을 수도 있는 주장이다.

시마네현에 소재한 <산인추오신보>의 12월 21일 자 기사 중에 "다케시마 문제의 해결을 위해 '북방영토 문제 수준의 소관 부서를' 오키섬 읍장, 담당 대신에게(竹島問題の解決へ 北方領土問題並の所管部署を 隠岐の島町長、担当相に)"라는 기사가 있다. 이 기사는 기성동맹회 회장인 오키섬 읍장이 중앙 정부를 상대로 "내각부 안에 다케시마를 관할할 전문 부서를 설치해줄 것을 요구했다"라고 보도한다. 이에 대해 중앙 정부는 "섬 주민들의 의향에 맞는 형태로 추진하고 싶다"라고 대답했다.

일본 내각에는 '오키나와·북방영토 담당상'이 있다. 그런 식으로 '다케시마 담당상'을 임명하자는 것이다. 이 문제에 관한 한 시마네현이 중앙정부 못지않은 권위를 갖고 있으므로, 쉽게 간과할 수 없는 주장이다. 독도 영유권에 관한 일본 사회의 '전의'가 점점 불타고 있음을 반영하는 징후다.

독도에 관한 일본 사회의 논의는 한국 대선을 소재로도 전개되고 있다. 이재명·윤석열 두 후보가 독도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도 표출되고 있다. 한국 대선 투표일 얼마 전인 2월 22일이 시마네현 '다케시마의 날'이기 때문에, 여야 후보들이 어떤 행보를 보이게 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10일 오후 독도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령'이라고 쓰여진 바위를 어루만진 뒤 기념촬영 제의에 "우리 땅인데 무슨 기념촬영…"이라며 손사래를 치기도 했다. 2012.8.10 ⓒ 청와대 제공

 
12월 14일 자 <야후 재팬>에 재일한국인인 변진일 <코리아 리포트> 편집장이 쓴 '한국 여야당 대통령후보가 다케시마에 상륙할 가능성은!?(韓国与野党大統領候補が竹島に上陸する可能性は!?)'이라는 칼럼이 실렸다. 변진일 편집장은 여야 후보 중에서 지지율이 추락하는 쪽이 '독도 상륙'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형세가 불리한 후보가 기사회생의 대책을 강구할지 모른다"라며 "어쩌면 다케시마 상륙이라는 비장의 수를 사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발언했다.

윤석열은 그렇게 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변진일 편집장의 시각이다. 윤석열이 일본에 대해 상대적으로 우호적 입장을 갖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윤 후보는 '한일관계 악화의 원인은 문 정권이 반일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온 데 있다'며 문 정권을 비판"하고 있다고 변진일은 말한다.

하지만 의외의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고 그는 전망했다. 윤석열 역시 상황이 불리해지면 "친일 딱지를 떼기 위해" 독도 방문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이 독도를 방문해 일본인들의 비판을 한 몸에 받는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리려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본 매체에 이런 기사들이 실리는 것은 자민당이 앞장서서 '한국 제재'를 운운하는 분위기가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어느 역사지리학자의 연이은 발표

이런 가운데, 이달 2일에는 '다케시마 연구'로 주목을 받아온 역사지리학자의 최근 연구 성과가 일본 언론에 소개됐다. 시마네대학 교수인 후나스기 리키노부(舩杉力修)가 그 주인공이다.

후나스기 리키노부 교수는 역사지리학 관점에서 '다케시마는 일본 땅'을 입증하고자 한다. 1880년 독일에서 제작된 지도에 독도가 일본령으로 표기됐다는 사실을 발표해 2020년 1월 23일 자 <산케이신문>에 보도됐다. 독일을 비롯한 당시의 서구열강이 주로 일본을 통해 동아시아 정보를 획득했다는 사실에 주의를 환기시키지 않은 채 그런 주장을 발표한 것이다.

그는 정확히 1년 뒤인 작년 2월 23일에는 <아사히신문>을 통해 비슷한 주장을 내놓았다. 제목이 '다케시마를 일본 이름으로 표기, 해도를 발견(竹島を日本名表記、海図を発見)'인 <아사히신문> 기사에 따르면, 그는 연합국과 일본의 강화조약인 샌프란시스코평화조약이 발효된 뒤인 1952년 10월에 미국 정부가 제작한 지도를 증거로 공개했다. 지도가 제작된 시점을 근거로, 그는 "미국이 (평화조약) 기초 시에 다케시마를 일본령으로 인식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발언했다.

당시의 미국은 독도 영유권과 관련해 일본을 두둔하는 동시에, 한국의 실효적 지배도 용인하고 있었다. 설령 미국이 독도를 일본령으로 인식했다 해도, 독도가 미국 땅이 아닌 이상 미국의 인식 여하가 독도 영유권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 후나스기의 연구는 결정적 성과가 될 수 없다.

이달 들어서는 조선 후기에 해당하는 일본 에도 시대(도쿠가와막부 시대)에 독도가 일본인들의 생활권 안에 있었음을 입증하기 위한 후나스기의 연구 성과가 <산케이신문>에 실렸다. 제목이 '다케시마 연구에서 본 다카다야 가베에의 시마네 기항(竹島研究から見つかった高田屋嘉兵衛の島根寄港)'인 1월 2일 자 기사가 그것이다.

기사에 따르면, 후나스기는 에도 시대의 유명한 상인인 다카다야 가베에(1769~1827)가 시마네현 동쪽인 효고현에서 오늘날의 홋카이도인 에조지로 선박을 타고 이동할 때 독도를 들른 흔적이 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내세웠다. 유력한 일본 상인의 생활권 안에 독도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 시대에 독도와 일본이 친밀했음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10일 역대 대통령으로서는 처음 독도를 방문했다. 사진은 이 대통령이 탄 헬기에서 바라본 독도 전경. 2012.8.10 ⓒ 청와대 제공


독도 수호 활동을 벌이다가 1693년에 일본에 끌려간 안용복은 무신정권인 도쿠가와막부로부터 울릉도와 독도가 일본 땅이 아니라는 공식 결정을 받아냈다. 또 후기의 조선 정부는 3년마다 관헌을 파견해 울릉도와 독도를 관리했다.

일본은 조선 정부가 독도를 비워뒀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비워두는 것도 권한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일본 측 논리대로라면 무인도는 영토가 될 수 없다는 비상식적인 결론이 도출된다. 후나스기 교수의 연구는 일본인들이 독도를 방문했다는 증거는 될 수 있어도 일본 정부가 그곳을 관할했다는 증거는 될 수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이처럼 독도에 대한 일본 사회의 관심은 대단하다. 자민당이 독도대응팀을 꾸린 것이나, 시마네현이 '다케시마 담당상'을 설치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나, 후나스기 교수 같은 이들이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새로운 연구성과를 쏟아내는 것이 그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독도에 관한 종전의 접근법을 벗어나 '한국 제재'를 준비하고 있는 일본 사회의 비상한 움직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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