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방영된 tvN '산꾼도시여자들'의 한 장면.

지난 11일 방영된 tvN '산꾼도시여자들'의 한 장면. ⓒ CJ ENM

 
술로 인연을 맺은 세 여자가 이번엔 산으로 뭉쳤다. 2월 11일 오후 첫 방송된 tvN 새 예능 <산꾼도시여자들>에서는 이선빈, 한선화, 정은지 세 여배우가 함께 첫 등산지인 태백산을 함께 등반하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세 사람은 지난해 인기를 모았던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에서 공동 주인공으로 함께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오프닝은 세 사람이 강남역 인근 고깃집에서 방송을 앞두고 첫 미팅을 겸한 술자리를 가지는 장면으로 시작됐다. <술도녀>에서 매회 등장했던 익숙했던 술자리 장면을 연상시켰다. 실제로도 세 사람은 방송 이후에도 꾸준히 친분을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세 사람은 마침 생일을 맞이한 막내 이선빈을 위한 축하 케이크를 선물했다. 이선빈은 드라마에서 선보였던 '숟가락으로 병따기 스킬'을 재현해보였다. 정은지는 세 멤버가 <산도녀>를 통하여 처음으로 리얼리티 예능에서 호흡을 맞추게 되었다며 설레는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맏언니 한선화는 자칭 '청계산 날다람쥐'라고 소개하며 "산을 좋아한다. 21살 때부터 청계산을 다녔다. 그때는 체력도 정신력도 더 좋았다. 동료들과 모여서 등산을 한다는 것은 귀한 경험"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반면 정은지는 "서울에 있는 산을 한 번도 올라보지 않았다. 혼자 가긴 어려웠다. 걱정도 되지만 친구들과 함께 가면 즐거울 것 같다"고 고백했다. 이선빈은 "등산을 통하여 저희 셋만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을 것 같다"며 조심스러운 기대감을 보였다.
 
한선화가 '산부심'을 드러내며 "친구들과 함께 산을 가면 아빠 같은 스타일이 된다. 철학적으로 변한다"고 이야기하자, 정은지는 "그건 아빠말고 꼰대"라고 디스했다. 당황한 한선화는 "데뷔가 언제냐, 라떼(나 때)는 말이야"라고 군기를 잡자 정은지와 이선빈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동시에 무릎을 끓으며 웃음을 자아냈다.
 
등산에 자신이 없다는 이선빈은 "난 낙오할 것 같다"고 대놓고 선언했다. 한선화는 지난해 한라산 등반 경험을 언급하며 동행했던 언니가 자신을 버려두고 먼저 대피소까지 올라갔던 일화를 꺼냈다. 이선빈이 "그런 일을 겪고도 나를 버리고 가겠다는 거냐"고 지적하자, 한선화는 "한라산은 생존이다. 너를 버리고 갈 수밖에 없다"라고 응수하며 이선빈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세 멤버는 등산 경험이 풍부한 맏언니 한선화가 대장을, 둘째 정은지가 운전에서 살림까지 총괄하는 총무를, 막내 이선빈이 분위기메이커인 오락부장을 맡기로 역할을 분담했다.
 
세 사람의 첫 등산지는 태백산으로 결정됐다. CNN이 선정한 등산을 위한 한국의 7대명산 중 하나로 선정된 태백산은, 겨울산 중 그나마 초보자들이 오르기 가장 쉬운 산으로 평가받았다. 편의점에서 마지막 정비를 마친 산도녀들은 태백산을 고르는 4개 코스 중 당골광장에서 시작하여 장군봉에 오르는 코스를 선택했다.

산도녀들은 한선화의 리드 아래 등산을 시작했다. 멤버들은 틈틈이 셀카를 찍으며 겨울왕국같은 눈덮은 태백산의 분위기를 만끽했다. 드라마 마지막회에서 함께 선보인 단체 술꾼 세리머니 장면을 재현하기로 했다. 등산 초보인 이선빈은 일부러 흥을 끌어올리며 "이렇게 해야 힘들어도 아무렇지 않구나 뇌를 속일 수 있다"고 나름의 이유를 밝혔다.

정상의 약 1/3지점에서부터 본격적인 첫 번째 난코스인 계단 지옥이 펼쳐졌다. 급기야 이선빈은 계단에서 사족보행을 선보이기도 했다. 산도녀들은 등산 1시간 만에 반재 쉼터에서 휴식을 취하며 간식으로 에너지를 충전했다. 정은지는 잠깐 벗어놓은 마스크가 그새 강추위로 얼어붙은 것을 보고 놀라움을 드러냈다.

등산을 재개한 산도녀의 두 번째 난코스는 빙판 언덕이었다. 정은지와 이선빈이 가파른 빙판길을 오르기 위하여 아이젠을 사용한 반면, 앞장선 한선화는 여유롭게 맨몸으로 등반을 이어갔다. 정은지는 "저 언니 무슨 도사처럼 걷는다"며 놀라워했다. 한선화가 여유있게 겨울산의 경치를 즐기는 동안, 둘째 정은지는 힘들어하는 막내 이선빈을 챙기며 손을 잡아주고 부지런히 독려했다. 정은지는 등산의 매력으로 "아무 생각없이 땅만 보고 걷다가, 문득 올려다본 경치가 너무 멋있다"고 밝혔다.
 
산도녀들은 마침내 언덕을 넘어 평지 구간에 접어들었다. 등반 구간이 다채로운 태백산에 대하여 정은지는 "산이 사람을 달랠 줄 안다"고 평했다. 한선화는 지친 동생들을 위하여 눈뭉치로 만들어낸 귀여운 하트를 선물하며 분위기를 살렸다.
 
한선화는 "나중에 이런 곳에 사랑하는 사람과 오고 싶다"고 밝혔다. 공개연애중인 이선빈은 "이건 대답을 할 수 없다"며 쑥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정은지가 "만나는 사람과 이상형은 다를 수 있다"고 짓궂게 지적하자 이선빈은 "뭐 꽤 썩 잘맞는다"라며 사랑꾼의 모습을 드러냈다. 한선화는 곤란한 이선빈을 대신하여 "그런 질문은 다 나한테 하라"며 막내를 보호하며 "마흔이 되기전에 결혼하고 싶다"고 고백했다.
 
산도녀들은 국내 최고봉 사찰인 망경대에 도착했다. 이어 정상에 이르기 전 마지막 고비인 깔딱고개에 직면했다. 끝없이 이어지는 급경사 구간에 산도녀들은 난감함을 드러냈다. 줄곧 평온하던 대장 한선화도 허리통증을 호소했다. 천제단에 도착한 멤버들은 장엄한 경치에 감탄을 금하지 못했고, 기념비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산도녀들은 아름다운 뷰를 보며 컵라면을 즐기며 기력을 회복했다.
 
멤버들은 이제 마지막으로 태백산 최고봉인 해발 1567M의 장군봉에 올랐다. 세 사람은 각자 준비한 현수막을 펼쳐들고 정상 등정을 자축했다. 한결 여유가 생긴 산도녀들은 하산길에서는 주변 경치를 감상하며 한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등산을 모두 마친 산도녀들은 차를 타고 강원도 전통음식점으로 이동하여 푸짐한 한식과 막걸리를 즐겼다. 정은지는 등산 소감에 대하여 "허리디스크가 있어서 등산하고 상태가 별로일 줄 알았는데,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괜찮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한선화는 하산길에 봤던 주목을 언급하며 "다음에는 드레스를 가져와서 여기에서 화보를 찍고싶다"는 엉뚱하면서도 기발한 소원을 밝혔다. 이선빈은 "해리포터에 나오는 나무같다"고 이야기했고, 진지한 성격의 정은지는 "죽은 줄 알았는데 살아있는 나무였다. 겉모습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되겠다 싶어서 그 자체가 감동이었다"며 같은 나무를 보고서도 각기 전혀 다른 감상을 드러냈다.
 
알고보니 세 사람은 MBTI도 이선빈이 ISFJ, 정은지가 INTP, 한선화가 INFP로 전혀 성향이 달랐다. 한선화는 검색을 통하여 'MBTI별 지옥에 간 이유'를 소개하며 이선빈은 '악마의 실수로 천국과 지옥이 바뀜', 정은지는 '천국가려다가 지옥에 들렀는데 나름 살 만해서', 한선화는 '데리러온 악마가 잘생겨서 따라감' 유형이라고 설명했고, 멤버들은 모두 자신의 성향에 격하게 공감하며 폭소를 감추지못했다.
 
이어진 다음주 예고편에서는 숙소에서 등산의 여흥을 즐기는 멤버들의 모습과 다음날 첫 게스트로 <술도녀>의 남자주인공중 한 명이었던 최시원의 등장을 예고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산도녀>는 세 여배우들이 대한민국 각지의 명산을 함께 여행하며 겪는 이야기를 그린 리얼리티 예능이다. 한선화(시크릿)와 정은지(에이핑크)는 동시대에 활동한 아이돌 걸그룹이 배우로 진출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멤버들은 모두 각자 예능 경험이 풍부한 편이지만, 세 사람이 함께 한 리얼리티 예능은 이번이 처음이다. 힐링 예능은 많았지만 <산도녀>는 특히 여성 출연자들에게는 아무래도 다소 어려울 수 있는 '등산'을 콘셉트로 내세웠다는 게 돋보인다.

tvN은 '배우' '체험' '여행'이라는 요소를 아기자기하게 결합한 관찰예능을 하나의 고유한 장르로까지 확립시켰다. 이서진-차승원-유해진 등이 출연한 <삼시세끼> 시리즈를 비롯하여 윤여정과 정유미, 박서준 등이 출연한 <윤스테이>, 차태현-조인성의 <어쩌다 사장>, 성동일-김희원의 <바퀴달린 집> 시리즈까지, 모두 예능에서 자주 볼 수 없었던 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워 '다양한 미션이나 직업을 체험'하거나 '일상에서 벗어난 여행'을 주된 테마로 다룬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여기에 최근에는 다른 작품에서 화제를 끌었던 출연자들을, 예능까지 그대로 데려와서 일종의 번외편이나 스핀오프처럼 재활용하는 방식이 자주 쓰이고 있다. <해치지않아> 시리즈는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의 악역배우들과, 엠넷 댄스서바이벌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여성 리더즈들을 시골로 불러들여 '우정 여행'을 선보였다. <슬기로운 산촌생활>은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주인공들이 방송 촬영 종료 직후 곧바로 함께 모여서 만든 예능이다. 가끔 등장하는 게스트 역시 함께 같은 작품에 출연했거나 과거에 인연이 있었던 동료들로 구성된다.
 
전작에서는 콘셉트상 경쟁하고 대립하는 관계였던 출연자들의 실제 성격이나 인간적인 모습, 상호 케미는 물론이고,  알려지지 않은 드라마와 출연자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들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이러한 스핀오프 예능만의 매력이라고 할수 있다.
 
<산도녀>의 출발 계기가 된 <술도녀>는 현대 젊은 도시 여성들의 우정과 사랑, 현실적 고민들을 유쾌하게 그려내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극중 캐릭터만큼이 개성이 강하고 각기 다른 매력을 갖춘 이선빈, 한선화, 정은지의 케미는 드라마에서와는 또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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