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용어가 많은 컬링. 이 기사만 다 읽으면 선수들과 해설위원들의 이야기를 대부분 이해할 수 있다.

어려운 용어가 많은 컬링. 이 기사만 다 읽으면 선수들과 해설위원들의 이야기를 대부분 이해할 수 있다. ⓒ 박장식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경기에서 벌써 부쩍 많은 비율을 차지하게 된 컬링. 여자 컬링 대표팀 '팀 킴'의 출전 소식은 벌써 많은 이들을 TV 앞으로 끌어모으고 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컬링 대표팀의 첫 경기였던 한국과 캐나다의 경기 시청률은 방송 3사를 합쳐 20.3%를 차지했다고.

물론 컬링이 많은 스포츠 팬들에게는 '늘 보던 스포츠'가 아니기는 하다. 그럼에도 룰에 대해서는 지난 올림픽 '팀 킴'의 선전 덕에 많은 팬들이 알게 되었다. 하우스에 가까운 스톤이 득점이 되는 것은 평창 때 경기를 보면서 알게 되었고, 선수들이 스위핑을 하는 이유도 '스톤을 원하는 방향에 보내기 위해서'라는 것 역시 알았다. 

하지만 중계를 듣고, 선수들끼리 하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잘 모르는 내용들도 적지 않다. '두껍게 맞다'와 '얇게 맞다'는 어떤 의미인지, '필 샷'과 '컴 어라운드 샷'이 어떤 것인지, '가드'는 왜 세우고 '런백'은 어떻게 만드는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여러 해 동안 컬링을 취재하면서 들을 때마다 궁금해 찾아보기도 했던, 한일전에 앞서 알쏭달쏭한 컬링 룰, 그리고 전략들을 정리해봤다.

던지는 것 같아도 다 같은 '샷'이 아니에요

가장 먼저 스톤을 던지는 것은 '샷'이라고 표현한다. 샷은 상황에 따라 주는 힘을 달리 해서 던지곤 하는데, 그 힘을 보통 '웨이트'라고 한다. 웨이트를 잴 때는 스톤을 투구하는 데 소요시간으로 측정하곤 한다. 선수가 발판을 딛고 투구 제한선인 호그라인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그 힘이 세다. 

선수들이 초시계를 지참하는 이유가 그래서이다. 선수들끼리는 샷에 걸리는 소요시간을 측정해 어느 정도의 힘으로, 어느 거리로 스톤이 전달되는지 알 수 있다. 보통 '가드'를 세우는 샷이 가장 느린 힘으로 던지고, 드로우가 그 다음, 그리고 '테이크아웃'을 위한 샷이 강한 힘으로 던져지곤 한다.

그런 샷 중 '가드'는 하우스의 앞이나 입구에서 하우스 안의 시야를 가리는 역할을 한다. 하우스 안의 상황은 공중에서 보면 어떻게 돌아서 들어가야 하는지 잘 보이지만, 던지는 위치에서 보면 '가드'가 던지는 방향의 시야를 가려 정확한 샷을 던지기 어렵게 한다. 카메라는 공중에서 경기를 볼 수 있지만, 선수들은 하늘을 날아 공중에서 경기를 볼 수 없으니 나오는 광경이기도 하다.

드로우는 하우스 안에 정확히 스톤을 찔러넣는 것을 말한다. 점수를 만들기 위해 가장 필요한 샷이기도 하다. 특히 컬링은 스톤이 돌아 들어가는 '컬'이 생겨나는데, 그 과정을 만들며 정확히 돌아들어가는 샷을 '컴 어라운드 샷'이라고 한다. 보통 하우스 안에 넣는 드로우 샷이 그런 컴 어라운드 샷인 경우가 많다.
 
 김경애 선수 바로 앞의 빨간 스톤이 드로우된 샷이라고 생각하면 되고, 노란 스톤은 '가드'라고 생각하면 된다.

김경애 선수 바로 앞의 빨간 스톤이 드로우된 샷이라고 생각하면 되고, 노란 스톤은 '가드'라고 생각하면 된다. ⓒ 박장식

 
테이크아웃은 가장 강한 힘으로 스톤을 투구해 다른 스톤을 쳐내는 것이다. 방해가 되는 자신의 스톤을 치우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는 상대편의 스톤을 쳐낸다. 여러 개의 스톤을 쳐내는 데 성공하면 개수에 따라 '더블 테이크 아웃', '트리플 테이크 아웃'과 같은 이름이 붙기도 한다.

쳐낸 후 스톤의 위치에 따라서도 이름이 달라진다. 스톤을 쳐내고 그대로 자신의 위치에 남으면 '히트 앤 스테이', 원하는 방향으로 굴러가면 '히트 앤 롤'이라고 말한다. '필샷'의 경우 여러 개의 스톤 위치를 바꿀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샷을 의미하는데, 보통 자신의 샷도 나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런백'은 던져진 스톤이 다른 스톤을 쳐낸 뒤, 그 스톤이 내보내기로 목표한 스톤을 다시 맞는 경우를 말한다. 보통 자신의 가드를 이용해 하우스 안의 상대편 스톤을 쳐낼 때 홀용한다. 정밀도가 필요하기에 상당히 어려운 샷이지만, 성공하면 다른 어떤 샷보다도 짜릿하다.

선수들이 갑자기 숫자를 부르면서 이야기하는 이유는?

전략을 짤 때 궁금한 점도 생긴다. 선수들은 스톤을 던지면서 '이게 룸'이냐고 묻기도 하고, 이대로 들어가면 '두꺼운지 얇은지', '열'이나 '여덟'을 외치기도 한다. 워낙 많이 외치기 때문에 궁금하기는 하지만, '헐' 같은 다른 표현에 비해 속뜻이 잘 알려지지 않은 말이기도 하다.

가장 먼저 '두꺼운 것'과 '얇은 것'의 의미는 어떻게 될까. 테이크아웃을 할 때, 상대의 스톤을 맞는 정도에 따라 '히트 앤 스테이'가 되거나 '히트 앤 롤'이 될 수도 있다. '두껍게 맞는 것', 즉 상대 스톤을 정확히 맞으면 '히트 앤 스테이'가 되고, '얇게', 즉 상대 스톤을 빗겨 맞으면 히트 앤 롤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어느 정도를 맞아야 하는지 선수들끼리 '두껍고, 얇은' 것으로 재는 것.

선수들이 숫자를 외치는 이유는 스톤이 돌아 들어가는 '컬'과 관련이 있다. 컬링 아이스는 아이스메이커들이 '페블'을 뿌리는 방향에 따라, 날씨와 습도에 따라 '컬'이 들어가는 정도가 매번 다른데, 그 정도를 '하나'에서 '열 둘'까지 표현한다. 이는 컬링 하우스의 반지름이 12피트인 것에서 비롯한다.

그래서 '여덟' 정도 떨어진다고 하면 바깥쪽 하얀 원의 바깥쪽 정도 부분을 노리고 스톤에 회전을 주면서 던져야 하우스 안에 정확히 들어갈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이 부분이 넉넉하게 들어가면 '룸', 좁게 들어가면 '타이트'하다고 표현하는데, 이 상황에서 스위핑을 통해 선수들이 방향을 조절하곤 한다.

스톤에 회전을 주는 것 역시 이러한 '컬'을 잘 만들기 위해서인데,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리는 '아웃 턴'의 경우 투구 방향 기준 오른쪽으로 스톤이 돌아가고, 시계방향으로 돌리는 '인 턴'의 경우 같은 기준으로는 왼쪽으로 스톤이 돌아간다. 당구나 볼링에서 '스핀'을 주는 것과 비슷한 원리인 셈이다.

컬과 관련된 표현 중에 '릴리즈 말렸다', '릴리즈 올렸다'라며 투구한 선수가 말하는 경우도 있는데, '아웃 턴'과 '인 턴'을 도는 과정에서 턴이 더 들어가는 경우 '말렸다'라고 표현, 덜 들어가는 경우 '올렸다'라고 표현하곤 한다.

선수들의 포지션은 어떻게 될까?
 
 스킵은 경기의 '총사령관' 역할을 맡는다. 득점을 만드는 것도 스킵의 역할이다.

스킵은 경기의 '총사령관' 역할을 맡는다. 득점을 만드는 것도 스킵의 역할이다. ⓒ 박장식

 
선수들의 포지션 역시 궁금해진다. 포지션별로 맡는 역할이 따로 있다. 리드는 엔드 초반 운영을, 세컨드는 적진 파괴와 자신의 진영 확보를, 서드는 자신의 진영을 지키고 상대의 막판 추격을 막는 역할을, 스킵이 마지막으로 점수를 만드는 임무를 해낸다.

리드는 보통 '가드 스톤'을 세우고, 상대 가드 스톤을 정확히 빼내는 '틱샷'을 시도한다. '틱샷'은 일정 수준까지 상대의 가드 스톤을 완전히 빼낼 수 없는 '프리 가드 존' 때문에 생겨난 샷인데, 상대 가드 스톤을 완전히 빼내지 않고 사이드에 밀어넣는 것을 말한다. 김선영 선수가 '틱샷' 성공률이 매우 높은 선수로 이름이 높다.

세컨드는 팀의 가드 스톤을 지켜내고, 상대 가드 스톤을 테이크아웃 하는 작전 역시 시도하곤 한다. 그러면서도 하우스 안에 스톤을 밀어넣는 시도를 통해 득점 역시 시도하는 단계가 된다. 서드 역시 비슷한 역할을 하지만, 더욱 공격에 치중하면서 상대에게 틈을 주지 않는 투구를 이어나가게 된다.

스킵은 결정적인 득점을 만들어낸다. 앞선 선수들이 만들어준 경기 내용을 바탕으로 상대 스킵을 상대로 머리싸움을 통해 엔드의 득점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경기 전체의 '총사령관' 역할을 하는 셈. 핍스(얼터) 역시 다른 선수의 체력 안배가 필요할 때, 부상 등 유고상황이 발생했을 때 출전해 경기를 펼치는 '만능 포지션'이다.

이제 선수들이 숫자를 이야기한다면 '얼마나 컬이 들어가는지' 알 수 있고, 가드를 어떤 방향에 넣어야 보이지 않는지 알게 되었다. 기사를 꼼꼼히 다 읽었다면 '팀 킴'이 올림픽에서 펼칠 남은 경기 역시 더욱 재밌게 볼 수 있게 된 것. 이렇듯 컬링은 알고 보면 더욱, 그리고 훨씬 재미있는 점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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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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