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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사교육은 하지 않을 수 없고, 막을 수도 없으며, 끝없이 진화하고 확장되는 영역이다.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014년 24만 2천 원에서 2019년에는 32만 1천 원으로 증가하였고, 사교육 참여율은 같은 기간 68.6%에서 74.8%로 늘었다. 평균 네 명당 세 명의 학생이 사교육을 받고 있고, 사교육을 받는 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같은 기간 35만 2천 원에서 42만 9천 원으로 늘어났다.

최근 사회 양극화 심화와 공정 교육 논의와 관련된 지표인 가구 소득별 사교육비 격차도 심화되고 있다. 2014년 가구소득 700만 원 이상 가구의 사교육비 지출은 42만 8천 원인데 비해 가구소득 100만 원 이하 가구의 사교육비 지출은 6만 6천 원에 불과했고, 2019년에는 800만 원 이상 가구와 200만 원 미만 가구의 사교육비 지출이 각각 53만 9천 원과 10만 4천 원으로 나타났다. 결국 사교육은 가구부담 요인일 뿐만 아니라, 계층별 교육격차의 중요 요인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학부모는 자녀의 사교육비가 가계에 큰 부담이 된다고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그리고 소득이 높은 가구일수록 더 높은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있다. 한국의 학부모는 왜 사교육비를 가계에 부담이 되는 수준으로까지 지출하면서 자녀를 학원에 보내는 걸까? 한국에서 사교육을 받게 되는 이유로 높은 교육열과 경쟁이 치열한 대입제도, 노동시장의 양극화 심화와 학벌주의 사회 등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한국 공교육 체제가 사교육과 샴쌍둥이와 같은 관계이며, 공교육 운영방식이 '사교육의 배양토' 역할을 수행한다는 측면은 언급이 되지도 논의되어지지도 않는다. 나는 우리나라의 국가교육과정, 교과서 국정 및 검정제도, 그리고 수능시험 체제가 사교육의 배양토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 둘은 서로 샴쌍둥이라고 주장한다.

전국의 모든 학교와 교실에서 국가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를 이용하여 동일한 내용을 동일한 속도로 가르치고, 그 결과를 전국 단위의 동일한 시험, 즉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 평가하는 한국교육의 현실은 마치 정해진 궤도를 달리는 마라톤 경주와 같다. 이미 정해진 코스를 달린다는 점에서는 마라톤 경기와 닮았지만, 한국교육이라는 마라톤 경기는 같은 시기에 출발해서 반드시 자신의 발로 뛰어야 하는 경주가 아니라는 점에서 마라톤과는 전혀 다른 경쟁이다.

한국의 국가교육과정은 누구나 언제든 출발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의 사교육은 중고교 사교육을 넘어 유치원, 영아 사교육까지 확장된 지 오래다. 또한, 가정의 경제력과 지역 여건에 따라 차를 타고 달려도 되고 오토바이를 타고 달려도 된다. 차나 오토바이는 사교육이고, 언제든 달릴 수 있는 상황은 선행학습이다. 선행학습을 도와주는 발 빠른 사교육이 있는데 이용하지 않을 사람이 있겠는가?

가정형편만 된다면, 아니 자녀의 삶이 힘들고 피폐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가정 경제에 무리가 되더라도, 리무진을 태우지는 못할망정, 택시나 오토바이라도 태워서 경주에 내보내고 싶은 게 부모의 마음이다. 그래서 저소득층 가구는 자전거라도 태우고, 고소득층 가구는 승용차와 리무진을 태워 경주에 참가하고 있는 현실이 바로 사교육 현장이다.

사교육을 지켜주는 삼총사: 국가교육과정, 교과서, 그리고 수능

전국의 모든 학교와 교실에서 이미 정해진 코스를 따라 동일한 내용을 가르치는 마라톤 경주와 같은 학교교육에 대해 알아보자. 우리나라는 학교에서 운영하여야하는 "교육과정의 기준과 내용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교육부장관이 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교육감은 교육부장관이 정한 교육과정의 범위에서 지역의 실정에 맞는 기준과 내용을 정할 수 있다."(초중등교육법 제23조)

학교에서는 국가가 저작권을 가지고 있거나 교육부 장관이 검정하거나 인정한 교과용 도서를 사용하여야 한다. 동시에 국가교육과정을 따라 가르치는 내용은 교과서를 통해서 정리되어 제시된다. 교육부장관이 정한 국가교육과정에 기초하여 작성된 교과서를 학교는 의무적으로 사용하여야 한다. "학교에서는 국가가 저작권을 가지고 있거나 교육부 장관이 검정하거나 인정한 교과용 도서를 사용하여야 한다." (초중등교육법 제29조)

학교에서 사용할 교과용 도서는 국정도서가 있는 경우에는 국정도서를, 없는 경우에는 검정도서를 사용해야하고 국정도서나 검정도서가 없는 경우에 한해서, 시도교육청 등이 인증한 인정도서를 사용할 수 있다.(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 제3조)

즉, 학교의 교사는 국가가 정한 교육내용을 따라 만들어진 교과서를 필수로 활용하여 학교 수업을 수행해야 한다.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 가르칠 교과 구성과 교과의 내용, 그리고 세부적인 수업자료가 동일하게 정해진 상황에서 학교 교육은 진행된다.

모든 학교의 수업은 이미 정해진 코스를 달리도록 설계되어 있는 상황이다. 마라톤 코스를 달리는 것과 같은 학교교육을 받는 상황은 전국의 모든 학생이 배워야 하는 초중고교 12년 동안의 교육내용이 이미 결정되어 있는 상황이다. 특히 주요 교과인 국어, 영어, 수학, 사회 및 과학 과목들은 당연히 전국의 학교에서 동일한 내용의 수업을 진행한다.

이와 같은 상황에 처한 학생과 학부모의 입장에서 누가 순서를 기다리고 시기를 정해서 경주를 시작하겠는가? 먼저 뛰기 시작하고, 가능하면 자전거라도 타고 달릴 수 있으면 그렇게 하고 싶은 심정은 당연하다. 한국에서 유독 사교육이 성행하고 선행학습이 필수라고 여겨지는 이유는 학부모들이 이미 학교교육이 정해진 코스를 달리는 마라톤 경주와 같다는 점, 어떤 탈 것을 타고 달려도 되는 경주라는 점을 간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교육이 아무리 정해진 코스를 달리는 경주와 같다고 하더라도 중간에 다른 길로 갈 수도 있고, 다양한 방식을 적용하여 코스를 달릴 수도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의 국가교육과정과 학교교육이 다양해질 수 없는 다른 이유는 중간 중간에 시행되는 지필고사인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중간 확인 지점을, 그리고 대미를 장식하는 수능시험이 마지막 결승점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라도 대학에 입학하거나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기 위해서는 주어진 코스를 벗어나지 말고 달려야 한다. 수능시험은 학생이 달려온 길에서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깨달았는지에 대해서는 묻지 않는 결과 평가다. 그저 결승점에 언제 도착했는지 얼마나 빨리 달려왔는지만 점검하는 경주와 같은 셈이다. 따라서, 학생과 학부모는 남보다 먼저 출발하고, 발로 뛰는 대신 자전거, 오토바이,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다면 언제나 그렇게 할 유인에 직면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수능시험은 모든 참가자를 한 줄로 세우는 상대평가 체제가 아닌가? 결국 국가교육과정, 그에 기반한 국정 및 검정교과서, 그리고 수능시험이라는 삼총사가 단결하여 모든 학교수업을 획일화시키고 있는 상황에서는 사교육과 선행학습을 하지 않는 사람이 특이하거나 이상한 사람이 된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학교교육은 사교육을 활성화하는 교육체제를 운영한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사교육이 따라올 수 없는 진정한 개개인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교육 선진국들

대부분의 선진국가는 국가교육과정이 없거나 있더라도 방향과 원칙만 제시하고 개별 학교와 교사가 참고하는 권고사항에 불과하며, 학교 교육은 학교단위에서 교육과정을 결정하고 교사와 학부모, 학생이 수업 내용을 결정한다.

우리나라는 경제수준과 국민의 교육수준에 비해 볼 때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선진국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선진국 중에는 드물게 국가교육과정, 국가가 관리하는 교과서 제도, 그리고 전국 단위 객관식 상대평가 방식의 대입 시험제도를 운영하는 나라이다. 그렇다면 다른 선진국가들은 어떤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걸까? 한마디로 말한다면, 학교별, 교사별, 개인별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유럽 국가들과 뉴질랜드, 호주 등은 학생의 상황과 수준에 맞춰 학교 선생님들이 학교교육과정을 편성하여 수업을 구성하고 운영한다. 독일의 수업이 얼마나 개인화되어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서 방송된 바가 있다. 프랑스로 이민 간 친구는 말한다.

"(프랑스도) 한국과 비슷하게, 교과서도 있고 프로그램도 정해져 있지만, 어떤 교육기관에서도 한국식으로 교과서를 다 뗐다는 걸 못 봤어요. 대체로 교과서가 있어도, 대부분의 수업은 교과서가 필요 없이 수행되고, 수업에서는 답이 없는 문제를 두고 공부를 해요. 예를 들면, 우리 딸 아이 학교 생물 수업은 생물교과서는 아예 없는 줄 알았을 정도예요. 학교수업이 시작되고 몇 달 만에 찾아보니 아이가 학교에서 배우고 있는 내용은 교과서의 내용과는 전혀 다른 내용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더라고요.

하지만 학교 선생님께서 하시는 수업이 너무 재미났는데, 약 봉지에 쓰여 진 약들의 분자량 계산하기, 생수에 함유된 이온이나 미네랄 분석하기 등이었어요. 생활에 필요한 내용을 그리고 일상 생활과 연관된 수업을 하는 거죠! 그러나 수업 내용을 보면, 생물시간이지만 동시에 수학과 물리, 화학 교과내용과 연관시켜 수업을 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하죠!"


나는 2010년대 초에 미국의 초중고 교육을 3년 넘게 지켜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인 둘째 딸은 사회수업에서 1800년대 미국의 노예노동과 면화 생산에 관한 자료를 찾고, 읽고, 이해하고, 정리하고, 관련된 그림이나 다이어그램을 그리느라 한 학기 내내 바쁜 시간을 보냈다. 딸아이가 만드는 전지 크기의 발표 자료에는 1800년대 아프리카에서 자행된 노예사냥이 당시 미국의 면화 산업을 위한 노동력 확보 전략이었다는 점, 노예 노동을 통해 생산된 면화가 영국 등의 공산품 수입을 위한 자원이 되었다는 내용 등등이 담겨 있었다.

중학생 딸은 생물시간에 "친환경 세제와 일반 세제의 차이점"을 주제로 한 학기 동안 개인 프로젝트를 했는데, 해당 학년 모든 학생들이 자신이 선택한 개별적인 주제를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었다. 생물 교사는 모든 학생의 주제잡기, 프로젝트 수행방법 설계하고 일정잡기, 수행결과 정리하고 발표 준비하기, 발표와 토론하기 등등을 꼼꼼히 지도해주셨다.

내가 경험한 미국의 학교교육은 정말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원 수강이나 개인 과외 등을 받지 않았다. 수학을 제외하고는 과외를 시켜서 학교에서 효과를 볼 수 있는 경우는 없었다. 일단 학교 수업은 학교마다, 교사마다 다 다르다. 그리고 기말, 중간고사 등이 없고, 있는 경우에도 객관식 상대평가 시험을 찾을 수가 없었다. 수학을 제외하고는 쪽지 시험도 거의 없었다. 대부분은 수행평가다. 학교 수업시간에 학생이 어떻게 활동하는가를 평가한다.

미리 정해진 코스가, 그것도 전국 단위의 동일한 코스가 없이 학교마다, 교사마다 다른 수업을 하고, 중간고사나 기말고사처럼 한꺼번에 객관식 평가나 문제풀이식 평가가 없는데, 어떻게 학원이나 과외를 통해서 시험 준비를 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선생님마다 매 수업시간이 평가시간이라고 할 정도로 학생들의 수업활동 과정을 교사는 진지하게 평가한다.

내가 경험한 미국과 같은 학교 교육 체제에서는 사교육이 성장할 토양 자체가 매우 척박하다. 유럽은 미국보다 더더욱 사교육이 자리잡기 어려운 데, 미국보다 더 개개인화된 학교교육 체제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미국에 머무르는 동안에 그곳 한국 학부모들은 아이들에게 과외를 시키고 있었다. 그런데, 한국 학부모들의 과외는 대부분 한국에 돌아갈 경우를 대비한 사교육이었다.

개개인화 교육과정 전환과 과감한 교육 투자가 절실하다

사교육을 방지한다고 지난 박근혜 정부는 선행학습금지법을 만들었다. 정부가 선행학습을 금지한다고 해서 사교육이 금지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결국 학교와 공공 교육기관만 법 적용을 받게 되고, 사교육 기관은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 상황에 이르게 되면서 선행학습금지법은 종이호랑이법이 되었다. 학부모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누구나 언제든지 출발할 수 있고, 얼마든지 사교육의 도움을 받아서 경주를 할 수 있는 '국가교육과정과 수능 시험으로 이루어진 경쟁'이라는 전쟁터에서 누가 사교육을 받지 않겠는가?

결국 국가단위의 국가교육과정과 전국 단위의 객관식 상대평가 방식의 결과 평가인 수능을 혁파하고, 학교단위-교사단위의 교육과정 운영이 가능하도록 판을 바꿔, 학생의 다양한 활동과 성장 과정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우리 교육체제가 혁신되어야 사교육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

학교여건은 그대로 둔 채, 30명 이상의 학생을 개개인별로 지도하라고 하면, 불가능한 일을 교사에게 부담시키는 꼴이 된다. 학급당 평균 학생수를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학급당 최대 인원수 제한을 도입하여 개개인화된 교육과정을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을 확보하는 일이 시급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8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OECD 국가의 교사는 평균 주당 2.7시간을 행정 처리에 사용하지만, 한국의 교사는 주당 5.4시간을 행정 공문 처리에 사용한다. 평균의 두 배에 해당하는 시간이다. 반면에, 한국 교사들은 OECD 국가 평균인 20.6 시간보다 2.5시간 적은 18.1 시간을 수업에 할애한다.

혹평한다면, 한국의 학교는 교사가 수행하지 않아도 되고, 더 효율적이고 더 적은 비용으로 수행할 수 있는 행정업무를 교사에게 시키고, 학교교육의 핵심 업무인 수업과 학생지도는 사교육에 외주를 준 꼴이 되고 말았다. 이제 결단의 시기가 왔다.

많은 부모들의 자신의 학생시절 경험과 비교하면서 "더 이상의 학교교육 투자는 필요 없다!"거나, "60명, 90명이 한 반에 있던 시절도 있었는데, 학급당 20명이 말이 되냐?"고 주장한다면, 후진국의 획일화된 무한경쟁 교육을 계속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진정으로 학생 한명한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개개인화된 교육과정 운영을 통해, 한국의 미래세대가 다양하고 창의적이며, 세상에 없던 길을 만들어가는 프런티어로 성장하기를 원한다면 과감한 교육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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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서울시교육청에서 근무 중. 플로리다주립대 정책학 박사: 「차터스쿨이 공립학교의 학업성취도 및 인종분리에 미치는 영향 분석」 (2012) 강의: 순천대 객원교수(2015), 숙명여대 및 광주교대 등 강의 저서: 《교육을 교육답게》(2018), 《포노사피엔스 학교의 탄생》(2020), 공역서 《교육은 어떻게 사회를 지배하는가》(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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