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의 한 장면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의 한 장면 ⓒ 채널A

 
상대에 대한 공감과 배려가 없는 솔직함은 폭력이 될 수도 있다. 4일 방송된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에서는 '논란 유발자' 조영남이 오은영을 찾아 상담을 받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특유의 건들거리는 포즈로 등장한 조영남은 프로그램 출연 소식을 들은 주변 지인들로부터 "모두가 나가보라고 하더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조영남은 이날의 상담 주제로 "왜 사람들은 나를 재수없게 보는가. 왜 나는 안티가 많은가"라는 고민을 꺼냈다.

조영남은 그동안 자신을 둘러싼 논란의 사건들을 직접 언급했다. 전 부인인 배우 윤여정의 아카데미상 수상에 대한 소감 논란, 친일 발언 논란, 그림 대작 논란 등을 거론하며 자신의 의도와는 달리 해석된 발언들이 퍼지며 몇 년간 칩거생활까지 해야했다고. 조영남은 대중의 차가운 시선을 피부로 느끼며 "거의 죽을 뻔 했다. 재수없는, 방정 떠는 놈으로 평판이 나버렸다"고 말했다.

오은영은 "거침이 없다. 질문을 피해가지 않는다. 그리고 겁도 없다"고 조영남을 평했다. 이어 조영남이 겪은 세 가지 사건에서 공통점을 발견했다며, 본격적인 상담을 앞서 그림 대작 논란 당시 마지막 대법원 판결 직전 최후 변론 동영상을 함께 시청하며 '조영남식 화법'을 분석했다.
 
오은영은 "조영남은 불특정 다수의 대중을 상대해야하는 위치에 있다. 대중은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기준으로 생각하는데, 조영남은 그 부분을 잘 고려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세밀한 화투를 그리면서 조수를 기용했다는 부분은 "힘든 일은 조수시키려고?", "조수가 다 그리는데 무슨 예술가냐"라면서 대중의 시점에서 비쳐지는 조영남에 대해 날카롭게 말했다.
 
조영남은 오은영의 지적이 이어질 때마다 큰 충격을 받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오은영은 "대중의 시선에서는 조영남의 발언이 변명과 핑계처럼 들릴 수 있다"고 일침을 놨다. 이어 "발언 중에 잘못된 것은 없다. 그러나 미묘한 표현 방식이 대중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생각을 해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영남은 "내 문제는 다 해결됐다"고 자리를 뜨려고 했으나 상담이 끝나지 않았다는 주변의 만류에 다시 착석했다.

조영남은 그림 대작 논란 당시 겪었던 마음고생을 회상했다. "나는 이게 죄가 아니란걸 알고 있었다. 예로부터 많은 화가들이 조수를 썼다. 하지만 대중들에게 이미 나는 사기꾼으로 낙인이 찍혔다. 평생 그렇게 살 수 없어서 항소를 했고 무죄판결을 받았다"고 고백하면서 "5년 동안 내 그림에 대한 선전 효과도 있었다"는 자랑을 덧붙이자 MC들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오은영은 조영남의 문제점으로 "유머와 비유를 곁들인 화법을 자주 쓰는데 어떤 대중들은 조영남의 발언을 유머로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오은영은 "대중이 듣고싶었던 말은 '왜 그림을 다른 사람이 그렸냐'인데 그것을 쏙 빼고 이야기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의 한 장면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의 한 장면 ⓒ 채널A

 
이어서는 윤여정의 수상소감 발언이 언급됐다. 조영남은 "'우아한 복수'라는 표현은 '나보다 훌륭한 사람이 되었구나'라는 의미였다. 그게 내 진심이었다"고 해명했다. 정형돈은 조심스럽게 오은영보다도 좀더 직설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조영남의 발언은 대단히 위트가 있지만, 그 위트 안에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없는 것 같다. 농담의 대상이 되는 사람은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밝혔다. 조영남은 "그렇게 느껴지냐?"고 재차 확인하며 당혹감을 감추지못했다.
 
오은영은 조영남을 위한 '역피라미드' 대화법을 제안했다. 피라미드 대화법이 중요한 말을 가장 나중에 하는 방식이라면, 역피라미드는 본인이 전달하고 싶은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먼저 이야기하는 방식이었다. 오은영은 그림대작 사건에 적용하여 "'사회적으로 논란을 일으켜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먼저 했어야 한다"고 일깨워줬다. 
 
이어 조영남은 '솔직하게 말해서'라는 어휘를 쓰는 것을 싫어한다고 고백하며 "그전에는 솔직하지 않았다는 뜻이냐?"라는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오은영은 "'솔직하게 말해서'는 자신의 미숙함을 말할 때 긴장을 조절하면서 자주 쓰이는 표현이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조영남은 "친하지 않은 사람들이 그 표현을 쓰는 것은 개의치 않는다"고 해명했다.

조영남은 일생을 살면서 가장 후회되는 순간으로는 이혼하게 되면서 당시 어린 자녀들에게 상처를 준 것을 꼽았다. 조영남은 "왜 내가 그때 애들이 있었다는걸 몰랐을까. 그게 평생 후회가 되고 죄의식으로 남아있다"고 고백했다. 오은영이 후회되고 미안한 마음을 자녀에게 이야기해본 적이 있냐고 질문하자, 조영남은 "해본 적이 없다. 내 생각에 자녀들이 저를 부모로 생각하지 않을 것 같다"고 씁쓸하게 답했다.

오은영은 "부모는 그냥 부모다. 자식에게 잘한 부모도, 못한 부모도 있지만, 부모라는 사실이 바뀌지는 않는다.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 그것을 표현해야한다"고 격려했다. 조영남은 "자식들은 제 마음을 이해할 것 같은데, 직접 말해본 적이 없어서 쑥스럽다"고 하자. 오은영은 "자식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나와는 다른 사람이다. 말하지 않으면 못알아듣는다. 마음이란 직접 듣는 것과 추측하는 것은 다르다"라고 일깨워줬다.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의 한 장면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의 한 장면 ⓒ 채널A

 
조영남은 같이 사는 딸에게도 표현에 인색하다며 "사랑한다는 말은 너무도 당연하고 흔한 표현이기에 굳이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오은영은 "물론 이심전심으로 통하는 것도 있지만, 가까운 사람이라면 말로 표현하는 것도 필요하다. 마음의 후회가 있다면 미안함, 고마움, 사랑하는 마음 같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보시라"고 조언했다.
 
조영남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배울 게 많구나라는 걸 느꼈다"면서, 가장 크게 배운 점으로는 역피라미드 방식을 통하여 자신의 진심을 전달하는 법을 꼽았다. 하지만 재출연 의사를 묻는 질문에는 숨도 쉬지 않고 단칼에 거절하여 웃음을 자아냈다. 조영남은 "그때까지 살아있으란 보장이 없다"며 마지막까지 개그 본능을 포기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오은영은 조영남에 대한 최종 솔루션으로 '대중과 밸런스를 맞추며 소통하라'는 결론을 내렸다. "나의 진실된 의도는 이것이지만, 대중은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사실을 '협동과 협조'라는 개념으로 인식한다면 본인도 좀더 편안해지지 않을까"라고 당부했다.
 
이어 "조영남은 어린아이같은 순수함을 바탕으로 창조적인 예술활동을 하는 아티스트다. 예술을 할때는 아이같은 순수함을, 일상에서는 어른이자 선배가 되라"는 진심어린 조언을 남겼다. 예술가와 관종, 솔직함과 무례함, 자유와 방종 사이에서 평생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거듭해왔던 조영남은 과연 오은영과의 솔루션를 기점으로 달라질 수 있을까.
금쪽상담소 조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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