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도쿄 올림픽 때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안겼던 '아름다운 4위' 우상혁이 드디어 실내세계선수권에서 메달 사냥에 성공했다.

우상혁(국군체육부대)은 20일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 위치한 스타크아레나에서 열린 2022 세계실내육상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우상혁은 2m 34라는 높이를 홀로 도약하는 데 성공해 다른 선수들을 일찌감치 따돌리고 우승을 확정지었다. 

우상혁의 뜀박질 하나하나가 새로운 역사다. 한국 선수가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은 실내와 실외를 통틀어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올림픽에 이어 세계실내선수권에서까지 트랙 및 필드 종목 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둔 우상혁은 7월 미국에서 열릴 세계선수권을 향해 뜀걸음을 이어간다.
 
 1일 도쿄올림픽 남자 높이뛰기에서 2m35 한국신기록을 세우며 4위를 차지한 우상혁이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경기 종료 후 태극기를 펼치며 기뻐하고 있다.

지난 2021년 도쿄올림픽 당시 남자 높이뛰기에서 2m35 한국신기록을 세우며 4위를 차지한 우상혁이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경기 종료 후 태극기를 펼치며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우상혁 홀로' 성공한 2m 34

첫 움직임부터 남달랐다. 다른 선수들이 도전한 2m 15를 건너뛰었던 우상혁은 2m 20을 한 달음에 뛰어넘었다. 이어 우상혁은 2m 24와 2m 28까지 한 번의 도전만에 뛰어넘으며 자신의 힘을 과시했다. 하지만 위기가 찾아왔다. 우상혁이 이어 도전한 2m 31에서 내리 두 번 바를 건드리며 위기에 몰린 것.

우상혁은 자칫하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었던 세 번째 시도에서 가볍게 바를 뛰어넘는 데 성공했다. 우상혁은 용수철처럼 튀어올라 포효하며 기쁨을 알렸다. 위기를 넘어선 우상혁은 다음 순서인 2m 34에 도전했다. 우상혁은 뛰어넘는 순간 허벅지 끝으로 바를 살짝 건드리며 실패하는가 싶었지만, 다행히도 바는 흔들릴 뿐 떨어지지 않고 제자리에 붙어 있었다. 단 한 번만의 성공이었다. 우상혁은 성공의 순간 손을 번쩍 들어올리고 함성을 지르며 자축했다.

그리고 2m 34의 성공 기록은 우상혁 혼자만이 가지게 되었다. 지난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이탈리아의 장마르코 탬베리도, 스위스의 로이크 가슈도 세 번의 시도 끝에 모두 실패하며 2m 31에서 기록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우상혁의 세계선수권 첫 메달 획득의 순간이었다.

우상혁은 우승에서 만족하지 않았다. 한국 신기록 경신을 위해 더 높은 기록을 세우려 했다. 2m 37까지 바를 높이고 모두의 박수 속에 도전을 이어갔다. 하지만 아쉽게도 두 번의 시도 끝에 실패하며 신기록 달성이 어렵게 되었다. 우상혁은 손흥민의 '카메라 세레머니'를 한 뒤 거수경례하며 경기를 마쳤다.

우상혁은 세계구급 트랙 및 필드 육상대회에서 처음으로 우승한 한국 선수가 됐다. 더욱이 이날 메달 시상자로 나선 사람은 우상혁의 롤 모델인 2004 아테네 올림픽의 금메달리스트 스테판 홀름(스웨덴). 지난 도쿄 올림픽 때 그에게 메달을 받지 못해 못내 아쉬웠던 그는 시상대 맨 위에서 메달을 건네받게 됐다.

멈추지 않는 성장세

우상혁은 올 시즌 최고의 폼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2월 체코에서 열린 인도어(실내) 투어 대회에서 2m 36을 뛰어오르는 데 성공하며 한국 신기록을 다시 경신했다. 이 우승으로 그는 세계랭킹 1위에 오르는 등, 도쿄 올림픽 이후 멈추지 않은 성장세를 뽐내고 있다. 

이제 우상혁은 7월 미국 유진에서 열릴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정조준한다. 고무적인 것은 결과와 상관없이 그의 뜀박질이 이미 한국 육상의 역사가 되었다는 것. 특히 우상혁은 곧 있을 세계선수권의 트랙 및 필드 종목 첫 메달까지 정조준하고 있다.

도로 종목까지 넓히면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메달을 딴 선수가 있다. 경보의 김현섭 선수가 2011년 대구에서 열린 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낸 바 있다. 김현섭의 최초 기록은 6위였지만, 앞선 순위에 오른 세 명의 선수가 도핑에 적발되면서 김현섭 선수가 한국의 유일한 세계선수권 메달리스트로 기록을 남기게 됐다.

이미 한국 육상이 넘지 못했던 벽을 이미 뛰어넘은 우상혁 선수. 무한 긍정의 힘을 보여준 우상혁이 김현섭 선수의 뒤를 이어 두 번째 세계선수권 메달을 따낼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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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혁 높이뛰기 세계실내육상선수권대회 육상 금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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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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