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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경험하는 크고 작은 '별일'들, 한국에 의미있는 캐나다 소식을 전합니다.[편집자말]
2021년 8월 25일(현지시간)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BC)주의 한 가게 창문에 마스크 착용 의무를 알리는 권고문이 부착돼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가 확산하자 BC주는 이날부터 쇼핑몰, 식품점, 대중교통 등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재도입했다.
▲ 마스크 착용 의무화 재도입한 캐나다 BC주 2021년 8월 25일(현지시간)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BC)주의 한 가게 창문에 마스크 착용 의무를 알리는 권고문이 부착돼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가 확산하자 BC주는 이날부터 쇼핑몰, 식품점, 대중교통 등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재도입했다.
ⓒ 밴쿠버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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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마스크를 벗지 못할 것이다."

누군가 그런 말을 했었고 나는 '설마' 했다. 그래도 막상 마스크 없이 외출하게 된다면 꽤나 어색할 것 같다, 마스크 착용이 뉴노멀이 됐구나,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어색한 날이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지난 21일부터 마스크 착용 의무화 규정을 폐지했고, 이로써 캐나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마스크 착용은 더이상 의무가 아닌 선택이 되었다.

이제 캐나다에서는 약 1년 반만에 처음으로 마스크 없이 쇼핑하고 영화를 보고 하키 게임을 관람할 수 있다. 학교, 식당, 술집, 가게, 체육시설, 극장 등 대부분의 실내시설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대중교통, 의료기관, 장기요양시설 같은 일부 장소에서는 여전히 마스크 착용이 의무지만 이마저도 4월 27일 해제될 예정이다. 백신접종 증명과 인원제한 규정은 이미 몇 주 전 해제됐다. 4월 말이면, 확진자 격리를 제외한 마스크 착용, 백신 접종 증명, 거리두기 같은 팬데믹 규제들이 모두 사라지는 것이다.

정부 의료 관계자들은 ▲높은 백신 접종률 ▲안정적인 코로나 확진율 ▲오미크론이 정점을 기록했던 1월 이후 지속적인 입원환자 감소와 같은 공중보건 지표들이 그러한 단계를 밟아도 좋을 만큼 개선되었다고 말한다.

온타리오 최고 의료 책임자인 키에란 무어 박사는 "우리는 이제 장기적으로 코로나를 관리하면서 코로나와 함께 사는 법을 배워갈 것이다"라며 "팬데믹에 대한 더욱 균형잡힌 대응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라고 밝혔다. 마스크 착용이 선택이 되었다는 사실이 곧 코로나가 사라졌다거나 팬데믹이 종식되었다는 신호는 아니라고 경고하면서도, 그러나 이제는 바이러스를 관리할 수 있는 지점에 와있음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온타리오 주지사 더그 포드는 "팬데믹 이후 우리는 건강한 사람들 없이는 건강한 경제도 없음을 알게 됐다"며 마스크 착용 의무 규정이 해제된 3월 21일을 가리켜 코로나와의 싸움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된 날이라 칭했다.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소식에 혼란에 빠진 사람들

하지만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는 사실 앞에 모두가 한마음 한뜻인 것은 아니다. 반색하거나, 우려하거나, 혹은 둘 다이거나. <글로벌뉴스>와 인터뷰한 시민 중에는 "코로나 사태가 끝나가고 있으며 마침내 자유롭게 살 수 있게 되었다", "이제야 편안히 숨 쉬며 쇼핑몰에 들어갈 수 있다. 그것은 나의 특권이다"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반대로 "마스크 규정이 해제된 것에 관심 없다. 다만 사람들이 무모하게 행동하지 않길 바란다. 개인적으로 나는 계속 마스크를 쓸 것이다. 그것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한다"는 반응도 있었다. 연로하신 조부모님,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어린 동생이나 손주를 보호하기 위해 아직은 마스크를 벗지 않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세 살짜리 아이 엄마 샤논 카오는 "복잡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 오미크론 유행의 정점은 지나갔지만 변화는 빠른 속도로 일어나고 있지 않고 확진자수는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느끼는 불안감, 그리고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가야지 어쩌겠어"라는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이다.

정치인과 의료 전문가들 중에는 마스크 착용 의무규정 해제에 우려스런 눈길을 보내며 신중할 것을 당부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캐나다 최고 의료 책임자인 테레사 탐은 "현재는 불확실한 시기이고 바이러스는 계속 변이를 일으키고 있는 만큼" 규정은 중단되었어도 백신 접종과 마스크 착용을 강력 권고하고 있다. 온타리오 코로나 과학 자문단을 이끄는 피터 주니 박사도 혼잡한 실내 환경에서는 여전히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 아니면 저것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할 문제가 아니다. 점진적으로 천천히 나아간다면 괜찮을 것이다. '자, 이제 스위치를 켜고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가자' 라며 마치 팬데믹이 종식된 듯 여겨선 안 된다. 코로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감염병 전문가 안나 바네릴은 마스크 착용 의무규정을 해제하는 것은 어린이나 노약층 같은 감염 취약계층을 잊은 처사라며 좀더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설사 어린이들은 고위험군이 아니라 해도 그들이 면역력 낮은 가족을 감염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여러 감염병 학자들은 마스크 의무 규정이 특히 학교에서 몇 주간 더 유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일부 교육청은 마스크 착용 의무 규정을 좀더 유지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온타리오 최고 의료 책임자로부터 공식 종료일을 지키라는 답변을 받았다. 그럼에도 몇몇 교육청은 4월 1일까지 규정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일부 정치인들은 정부의 강경한 태도를 비난하기도 했다. 규정 해제 이후 상황이 악화될까 우려한 마니토바주 교사연합이 성명서를 발표하는 일도 있었다. 캐나다 의학계에서도 마스크 사용을 권고한다면서 이번 방침은 "시기상조"라는 내용이었다.

엇갈리는 개인 사업체들의 반응
 
캐나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상인 가운데 2020년 12월 26일(현지시간) 박싱데이(Boxing Day: 크리스마스 다음 날)를 맞아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리치먼드에 있는 '맥아더 글렌 디자이너 아웃렛' 앞에 수백 명의 쇼핑객이 입장 차례를 기다리며 줄지어 서 있다.
▲ 코로나19 확산에도 아웃렛에 몰린 캐나다 쇼핑객들 캐나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상인 가운데 2020년 12월 26일(현지시간) 박싱데이(Boxing Day: 크리스마스 다음 날)를 맞아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리치먼드에 있는 "맥아더 글렌 디자이너 아웃렛" 앞에 수백 명의 쇼핑객이 입장 차례를 기다리며 줄지어 서 있다.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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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사업체들의 반응도 엇갈린다. 고객들에게 더욱 환대하는 분위기를 전할 수 있을 것이고 고객들도 팬데믹이 끝나간다는 안도감을 느낄 것이라며 반기는 이들도 있다. 캐나다 소매업 위원회와 레스토랑 캐나다처럼 사업체를 대표하는 기관들도 대체로 규정 해제를 반기는 분위기다. 코로나로 인한 빚 때문에 궁지에 몰려 있는 사업체들의 이윤을 증대시켜주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반면, 직원들이 마스크 쓰지 않은 고객 상대를 불편해하며, 직원들이 감염될 경우 운영이 어려워질 것 등을 이유로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개인 사업체는 마스크 착용 의무 규정을 계속 유지할 수 있지만, 강제력이 사라진 상황에서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오타와에서 공예품점을 운영하는 파우스티나 콘칼은 CBC와의 인터뷰에서 "주정부가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책임을 소규모 자영업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 같아 너무 지치고 화가 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고객들에게 계속해서 마스크 착용을 요구할 계획이지만 걱정이 앞선다. 이전에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손님에게 나가달라고 요청하거나 가게 밖에서 구매를 돕고 안 좋은 상황이 생기면 경찰을 부를 수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지원을 받을 수 없을 테니 말이다.

특히나 가까운 거리에서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는 일을 하는 이들의 경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손님을 맞이하는 데 있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거의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마스크를 착용한 채 손님을 대하다가 갑자기 보호장비를 벗어버린다는 것이 오히려 그들에게 이질감을 주고 있는 것이다. 밴쿠버 시의 한 미용사 포메란츠는 <글로벌뉴스>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손님과 얼굴을 맞대고 가까이서 일하는데, 갑작스럽게 마스크를 쓰지 않은 고객에게 다가가기가 어렵습니다. 이 년 동안 어디를 가든 마스크를 쓰는 데 익숙해져서, 마스크를 벗으면 벌거벗은 기분이 들고 안심이 되지 않습니다.
 
토론토 대학 도서관에서 일하는 안 리 창은 마스크를 써달라는 요구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순응하지만 매우 짜증스러워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고객과의 사이에서 긴장감을 느낀다고 토로한 것은 그 뿐만이 아니다. 마스크를 써달라고 했다는 이유로 무례하게 굴고 싸우려 들었다거나,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을 대거 몰고 오겠다고 메시지로 위협을 받았다는 사례도 있었다.

이처럼 마스크 착용 의무 규정 해제에 대한 반응에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편안함을 느끼는 수준은 모두가 다르므로 이해와 배려를 바탕으로 함께 나아가야 한다는 점에는 대부분의 정치인, 의료 전문가, 교육자들이 동의하고 있다. 우리집 막내 아이의 선생님이 지난 주 봄방학 기간에 보내온 이메일에 그러한 생각이 잘 드러나 있었다.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봄방학이 지나면 더이상 학교에서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에 대한 반응이 엇갈릴 것이라는 점을 이해합니다. 이 시기가 신날 수도 걱정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각 가정에서 서로의 선택을 존중하는 것에 대해 대화했으면 합니다. 학교에서도 토론하고 강조하겠지만, 가정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마스크를 쓰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라는 점을 자녀에게 상기시켜 주세요. 누군가가 왜 마스크를 쓰는지 혹은 쓰지 않는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지적하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자녀와 가족을 위해 어떤 결정을 내리든 존중합니다. 여러 요인이 작용할 것이고, 우리 모두는 스스로의 위험도를 평가해야 할테니까요. 서로에 대한 친절과 배려를 중시하며 존중하는 학급 분위기를 계속해서 조성해나가겠습니다.
 
온타리오에서 규정이 해제된 지 3일 째, 주위를 둘러보면 아직은 속 시원히 마스크를 벗어던지지 못하고 있는 이들이 더 많아 보인다. 마트를 가도 스쿨버스를 타고 있는 아이들을 보아도 아직은 대다수가 마스크를 쓰고 있다. 모두가 맘 편히 마스크를 벗고 환히 웃는 그날까지, 마스크 착용 여부가 또 한번 사회적 갈등의 요인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태그:#캐나다, #마스크 착용 의무 규정 해제, #코로나 방역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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