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중학교 3학년에서 고등학교 1학년, 대학을 가기 위해서 배워왔던 것의 기초를 다져야 할 중요한 시기에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냈다. 만신창이 상태로 간신히 도착한 지금의 자리가, 친구를 밟고 올라선 자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더 위로 오르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밟아야 했다. 그 사실을 알고 나니 허무함이 밀려들어 왔다. 지금까지 내가 한 일이 무엇인가 생각했다. 더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무언가를 할 기력 따위도 없었다.

학교
 
심현수(이린)의 장래 희망중 하나는 큐레이터입니다.  영국 테이트모던 갤러리에서.
 심현수(이린)의 장래 희망중 하나는 큐레이터입니다. 영국 테이트모던 갤러리에서.
ⓒ 꿈틀리인생학교

관련사진보기

 
누군가를 짓밟는 일이 가장 선명하게 일어나는 곳이 학교였다. 학생을 등급으로 나누고, 더 나은 등급을 받기 위해 친구들을 짓밟는 것을, 친구들이 시험이 끝나면 울거나, '자살할까'라는 말을 내뱉는 것을, 그리고 가장 친한 친구가 성적으로 매겨진 자신의 가치에 낙담하는 것을 보며 더 이상 견딜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퇴서를 냈다. 미련은 없었고, 단지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만을 했다.집에서 '어떻게 하면 누군가를 밟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하지만 눈앞이 깜깜했다. 강력한 힘으로 발을 내려놓게 만드는 중력에 혼자의 힘으로는 대적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러던 와중에 부모님이 내게 제안을 해오셨다. 경쟁도 하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며 1년을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꿈틀리인생학교라는 곳이 있는데 가보는 게 어떠냐고. 단체 활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단체생활도 별로 해본 적이 없던 나에게 '함께' 하는 것을 강조하는 꿈틀리인생학교는 미지의 세계였다. 하지만 이곳의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면 고민의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 발자국을 떼기로 했다.

두려우면서 설렜던, 입학

막상 입학하게 되니 친구들과의 관계에 대한 걱정부터 미래에 대한 걱정까지, 여러 걱정이 물밀 듯이 들어왔다. 하지만 고민도 잠시, 나는 낮선 예비학교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
 
예비학교 기간중 가장 즐거웠던 먹고놀기 시간입니다. 모두의 표정이 즐거워 보입니다.
 예비학교 기간중 가장 즐거웠던 먹고놀기 시간입니다. 모두의 표정이 즐거워 보입니다.
ⓒ 꿈틀리인생학교

관련사진보기

 
떨리는 마음으로 입학식을 마치고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둘러앉아 '별명 워크숍' 시간을 가졌다. 이름은 그 사람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하는데, 부모님이 주신 이름이 아닌 '나'의 이름으로 새롭게 살아가기를 선언하는 친구들을 보며 동질감과 설렘을 느꼈다.

이튿날 '존재의 그림 그리기' 시간에서는 모두가 집중해서 자신을 표현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자신에 대해서 그리는 활동을 통해 막연하게 느껴졌던 '내가 좋아하는 것'이나 '내가 되고 싶은 것'들을 더욱 구체화할 수 있었다. 친구들의 그림 소개를 들으며 내적 친밀감이 쌓이고, 친구들에 대해 조금 더 알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처음에는 하기 싫었지만 끝에 가서는 웃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어 신기했던 '공동체 놀이 시간', 다 같이 의견을 나눠 삶의 규칙을 정하는 '우리들의 약속 정하기 시간' 등, 다양한 활동들을 경험했다.

암묵적으로 예비학교의 종료를 알리는 '먹고 놀기' 시간은 내게 있어서 가장 즐겁고, 감각적인 시간이었다. 사람은 여러 감각을 통해 지나간 일을 더욱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나의 삶 가운데 오래 남는 기억이 있다면 바로 이때라고 생각했다. 나는 숨을 들이쉴 때마다 폐부까지 시원해지는 겨울밤의 공기와 모닥불의 따뜻함을 느꼈고, 불에 구워 살짝 탄 마쉬멜로의 달달함과 씁쓸함을 맛보았다. 우리들은 분위기에 휩쓸려 그동안의 힘듦이나 기쁨을 나눴고, 미소를 지으며 서로의 꿈을 응원했다. 칠흑 같은 하늘에 형형색색의 불꽃이 수를 놓는 모습을 보며 나는 한 순간이라도 이런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랐다.
 
꿈틀리인생학교 산책수업중입니다. 강화읍 김구고택 앞에서
 꿈틀리인생학교 산책수업중입니다. 강화읍 김구고택 앞에서
ⓒ 꿈틀리인생학교

관련사진보기

 

예비학교가 끝났다. 그리고..

이제 우리들의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우리는 무언가를 같이 하며 웃고, 지나간 혹은 지금 겪고 있는 감정들에 공감하고, 서로를 이해하거나 이해하지 못해 짜증을 내고, 막막한 미래를 보며 한숨을 내쉬다가도 손을 잡고 다독여주는, 그런 순간들을 쌓아나갈 것이다. 우리의 미래가 마냥 밝지는 않겠지만, 함께했던 순간들이 추억의 한 자락으로 남아 내 발걸음을 비춰주는 작은 빛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꿈틀리인생학교에서는 매일 돌아가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는 저녁모임 시간이 있습니다.  심현수(이린)의 저녁모임
 꿈틀리인생학교에서는 매일 돌아가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는 저녁모임 시간이 있습니다. 심현수(이린)의 저녁모임
ⓒ 꿈틀리인생학교

관련사진보기

  -----------------
* 꿈틀리인생학교 7기 학생 모집중입니다.

입학문의: 032-937-7431

블로그: https://blog.naver.com/ggumtlefterskole
영상: https://youtu.be/Osi8w7I8l4s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삶을 숨가쁘게 달려온 청소년들에게 '옆을 볼 자유'를 주는 1년의 시간, 한국형 에프터스콜레 꿈틀리인생학교 입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