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한국 '친구' : 가깝게 오래 사귄 나이가 비슷한 사람.

중국 '붕우(朋友)' : 나이, 성별, 지역, 종족, 사회 직위와 관계없이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

  
한국인은 '유학'이라는 말을 들으면, '삼강오륜(三綱五倫)'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중국인은 '삼강오륜'이라는 단어를 모른다. 대신 그들은 '삼강오상(三綱五常)'이란 단어를 사용한다.

한국의 삼강오륜과 중국의 삼강오상에서 '삼강'은 같은 의미다. 삼강은 임금과 신하 그리고 아버지와 자식은 인(仁)에서 비롯해야 한다는 공자의 말씀 '임금과 신하, 어버이와 자식은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가 있다(君君臣臣父父子子)'에서 유래한다.

중국 삼강오상에서 '오상'은 인의예지신을 말한다. 그러니까 중국의 삼강오상은 군신, 부자, 부부의 관계가 인의예지신을 기초로 해야 한다는 세 가지 강령이다.

한국 삼강오륜에서 '오륜'은 맹자의 말씀이다. '맹자'는 기원전 300년대 사람이지만, 중국에서 유학자로 널리 알려진 것은 중국 송나라 시대 '주희(서기 1130년~1200년)'가 만든 성리학에서 맹자를 소개하면서부터다.
 
중국 삼강오상(三綱五倫).
 중국 삼강오상(三綱五倫).
ⓒ 김기동

관련사진보기

  
중국에서 주희의 성리학은 남송 시대 잠깐 유행한 유학이다. 그래서 중국인은 맹자의 '오륜'을 잘 모르기 때문에 '삼강오륜'이란 단어 역시 모른다. 그 결과 당연히 '오륜'을 중시하지 않는다.

한국에는 조선 시대 주희의 성리학이 전해졌고, 성리학이 곧 유학이 됐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주희가 소개한 '오륜'을 중요하게 여겼다. '오륜'은 '삼강'의 군신, 부자, 부부 관계에 '나이가 많고 적음을 구별'하는 장유유서(长幼有序)와 '친구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붕우유신(朋友有信)을 덧붙인 것이다.

그래서 한국인은 '나이 차이에 따른 질서'가 엄격하다. 나이가 한 살이라도 차이가 나면 존댓말과 반말로 구분한다. 또 친구 사이에는 믿음이 있어야 하므로, 서로 믿음이 있는 사람만을 친구라고 하기에 친구의 대상이 폭넓지 않다.

나이를 중요하게 여기는 한국인
 
중국 산동성 취푸 니산 공자 탄생지에서 예절을 배우는 중국 학생들
 중국 산동성 취푸 니산 공자 탄생지에서 예절을 배우는 중국 학생들
ⓒ 김기동

관련사진보기

  
중국에는 나이에 따라 '노소'와 '친구'의 차이를 구분하는 '삼강오륜'이라는 단어가 없다. 그래서 중국인은 나이 차이를 엄격히 구별하지 않는다. 한국인이 보기에 중국인은 나이 차이에 따른 질서와 예의가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다.

한국인이 중국인을 만났을 때, 몇 번 만난 사이도 아닌데 심지어 처음 만난 사이인데도, 중국인이 한국인을 친구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한국인은 그 중국인이 자신보다 나이가 어리다면 그가 예의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 중국인이 동년배라면, 몇 번 만나지도 않았는데 자신을 친구라고 부른다며 자신을 100% 신뢰한다고 오해할 수도 있다. 중국에서 '친구'라는 호칭은 한국에서 사용하는 '친구'의 의미와 전혀 다르다.

한국 사전에서 '친구는 가깝게 오래 사귄 나이가 비슷한 사람'이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주로 나이가 같은 사람만 서로 친구라고 한다. 자신보다 나이가 한 살이라도 많으면 언니·오빠·형·누나, 자신보다 나이가 한 살이라도 적으면 남동생·여동생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친구 사이가 될 수 없다.

또 서로 친구라고 호칭하는 경우는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 사이에만 가능하다. 그래서 나이가 같더라도 오랫동안 깊게 사귀지 않았으면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반면에 중국 사전에서 '친구'는 나이·성별·지역·종족·사회 직위와 관계없이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라고 규정한다.

한국인과 중국인 사이에서 통역하는 사람이 이런 용어의 개념 차이를 모르고 중국어 '친구(펑여우)'를 한국어 '친구'로 통역하면, 한국인 입장에서 오해가 생길 소지가 크다. 중국과 한국 모두 유학 사상에 따라 생활하지만, '오륜'에 익숙하지 않은 중국인은 나이 차이를 구분하지 않고 열 살 위아래는 모두 친구라고 호칭한다. 

한국인이 생각하는 유학과 중국인이 생각하는 유학은 다르다. 당연히 실제 생활 모습도 다르다. 그래서 중국인을 접한 한국인은 중국인이 유학적으로 생활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한국인을 접한 중국인도 역시 한국인이 유학적으로 생활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중국에서 친구란
 
중국 산동성 취푸 니산 공자 탄생지 지명을 딴 니산서원
 중국 산동성 취푸 니산 공자 탄생지 지명을 딴 니산서원
ⓒ 김기동

관련사진보기

 
중국인이 말하는 '친구'란 사회생활 중에 만나서 알게 된 모든 사람을 말한다. 그러니까 꽌시 관계가 아닌 기타 사람 중 내가 알고 있는 사람 모두를 친구라고 한다. 그래서 중국인은 친구 사이에도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 이용하고 배신할 수 있다고 여긴다. 

중국인이 한국인을 친구라고 부를 때 친구라는 의미는 결코 한국인이 생각하는 '서로 믿음이 있는 친구 사이'가 아니다. 그저 '만나서 반갑습니다' 또는 '이제 처음 알게 됐으니 앞으로 잘해봅시다'는 뜻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이 친구이기 때문에 친구를 부를 때 사용하는 호칭도 여러 가지다. 먼저 새로 알게 된 사람은 '새 친구(新朋友)'라고 한다. 이제 새 친구라는 관계가 시작된 것이다.

중국에서는 자신의 나이를 기준으로 위아래 10년 차이까지는 그냥 친구로 부른다. 자신의 나이보다 10년 이상 아래면 어린 친구(年輕朋友)라 하고 10년 이상 위면 늙은 친구(年長朋友)라고 한다. 얼마나 자주 만나 같이 밥을 먹었는가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경제적이든 비경제적이든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1년 정도 만나면 '좋은 친구(好朋友)' 관계로 발전한다.

'좋은 친구(好朋友)' 다음 단계는 '오래된 친구(老朋友)'다. 한국인이 중국인에게 오래된 친구로 불린다면 서로의 관계가 상당히 발전했다는 뜻이다. 이제부터는 중국인이 한국인에게 자신의 주위 사람을 소개해주기도 하고, 자신이 알고 있는 중국 친구 집에 한국인을 초대하기도 한다.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중국에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사람이야기>,<중국인의 탈무드 증광현문>이 있고, 논문으로 <중국 산동성 중부 도시 한국 관광객 유치 활성화 연구>가 있다. 중국인의 사고방식과 행위방식의 근저에 있는 그들의 인생관과 세계관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어, 중국인과 대화하고 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