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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게는 '관계'라 읽히는 중국의 '꽌시'.
 한국인에게는 "관계"라 읽히는 중국의 "꽌시".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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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네트워크' : 어떤 일이나 문제를 처리하는 데 조직이나 개인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든 연결망.

중국의 '꽌시(關系)' : 조직이나 개인이 연결된 관계망, 사회망.

  
무역이나 사업 목적으로 중국인을 만나려고 하거나, 이미 중국인과 접촉했던 한국인은 모두 '꽌시'라는 단어를 알고 있다. 그러면서 '중국에서는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는데, 꽌시를 이용하면 어떤 일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경우가 잦다.

한국인은 중국의 '꽌시'를 한국 네트워크와 비슷한 것으로 생각하거나 또는 해결사를 이용해 원하는 결과를 얻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고 중국인과 이해관계가 걸린 일을 진행하면 원하는 결과를 얻기 힘들 뿐 아니라,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인에게 당했다" 혹은 "중국인에게 속았다"는 말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다르다, 한국 네트워크와 중국 꽌시
 
중국 친구집을  방문하여 같이 밥 먹기
 중국 친구집을 방문하여 같이 밥 먹기
ⓒ 김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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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전에서 네트워크는 '어떤 일이나 문제를 처리하는 데 조직이나 개인이 긴밀하게 연결돼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든 연결망'이라고 정의한다. 중국 사전에서 꽌시는 조직이나 개인이 연결된 관계망, 사회망이라고 규정한다. 그러니까 한국 네트워크나 중국 꽌시 모두 사전적 의미로는 별 차이가 없다.

그런데 한국인은 한국에서 쓰이는 네트워크는 발이 넓어서 아는 사람이 많아 일을 잘 해결한다는 긍정적인 의미로 생각하고, 중국의 꽌시는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일을 해결한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여겨지는 이유는 아마 중국인이 하루하루 일상생활 매순간을 꽌시로 살아가고, 한국인들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필요한 경우에만 네트워크를 이용하기 때문이라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인과 중국인의 꽌시에 대한 이해는 전혀 다르다. 한국인은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진행되지 않는 일을 비합법적이고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때 꽌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일 자체가 비합법적인지, 비정상적인지는 개의치 않는다.

중국인은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일이 비정상적으로 진행될 때, 그 일을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하는 것을 꽌시라고 생각한다.

물론 중국인도 비합법적이고 비정상적인 일을 통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해결하는 때도 있다. 이런 경우 중국인은 꽌시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조우호우먼(走后门)'이라고 한다. '조우호우먼'은 '뒷문을 이용한다'는 의미로 한국어로 의역하면 '아는 사람을 통해서 편법으로 일을 해결한다'는 뜻이다.

한국인이 꽌시라고 생각하는 의미는 중국인이 비정상적인 방법을 사용해 일을 해결할 때 사용하는 '조우호우먼(뒷문을 이용한다)'이라는 단어와 같은 의미다. 중국 사전에서 조우호우먼(走后门)은 '정당하지 않은 수단으로 개인의 목적을 이루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인이 중국인에게 금전을 대가로 도움을 요청하고 어떤 일을 해결했다면, 그것은 꽌시가 아니라 '뒷문을 이용했다'는 '조우호우먼'이라고 해야 한다. 즉 한국말로 '브로커를 이용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이런 경우는 당연히 일회성 거래다. 해결의 대가로 금전을 지급하지만, 영수증을 주고받지도 않기에 사후서비스도 없다.

중국인에게 '형제'란
 
중국 성도(삼국지 촉나라) 제갈공명 사당 장마당에서 친구와 밥 먹기
 중국 성도(삼국지 촉나라) 제갈공명 사당 장마당에서 친구와 밥 먹기
ⓒ 김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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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한국인이 중국인에게 이해관계가 걸린 일을 도와 달라고 부탁했는데, 중국인이 그에 상응하는 반대급부(금전) 없이 한국인의 요청을 해결해줬다면, 이럴 때는 꽌시로 문제를 해결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꽌시로 도움을 받은 사람은 도움을 준 상대방에게 언젠가는 반드시 갚아야 할 빚을 진 것이다. 추후에 도움을 준 상대방이 도움을 요청하면 거절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인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이해관계가 걸린 비정상적인 일을 꽌시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중국 처세술 책 <증광현문>에는 "하늘 아래 부모처럼 이해해주는 사람이 없고,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진정한 형제를 얻는 일이다(天下無不是的父母,世上最難得者兄弟)"라는 글귀가 있다. 물론 여기서 형제는 혈육관계가 아닌 의형제를 말한다. 부모가 자식을 이해해주는 정도로 나를 생각해 주는 진정한 의형제를 얻는 것은 쉽지 않다는 의미다.
  
중국인은 어떤 사람을 혈육 관계의 형제자매처럼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고 믿을 때 그 사람과는 꽌시 관계라는 의미로 형제라고 호칭한다. 그러니까 누군가를 친형제처럼 생각하고 그 누군가도 나를 친형제처럼 생각한다고 서로 신뢰할 때 서로서로 형제라고 부른다.
  
그래서 꽌시 관계인 중국인 서로 서로는 상대방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어려운 일이 생기면 상대방이 요청하지 않아도 알아서 도와준다. 그래야만 나중에 자신에게 어려운 일이 생기면 상대방이 도와주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꽌시란 개개인이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 소규모 공동 생활집단을 만들어 함께 살아가는 방식이다.
 
 중국 친구와 지엔코우 만리장성 등산 기념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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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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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꽌시, #관계, #네트워크, #브로커, #뒷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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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사람이야기>,<중국인의 탈무드 증광현문>이 있고, 논문으로 <중국 산동성 중부 도시 한국 관광객 유치 활성화 연구>가 있다. 중국인의 사고방식과 행위방식의 근저에 있는 그들의 인생관과 세계관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어, 중국인과 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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