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4.04 06:10최종 업데이트 22.04.04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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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코로나 이전 운영체계로 전환 인천공항 입국장 운영체계를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전환한 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입국장에서 공항 관계자들이 지방자치단체 방역 안내소, 해외 입국 여행객 전용 대기·분리 장소 등 방역 관련 시설물을 철거하고 있다. 2022.4.1 ⓒ 연합뉴스

 
최근 한국에서 오미크론 유행이 꺾이는 추세로 들어섰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오미크론의 굉장한 전파력과 방역 완화 등이 맞물려 한국은 그간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본 적 없던 수준의 확산을 경험했다.

국내·외 여러 전문가들은 이번 유행에서도 한국의 방역이 선전을 했다고 평가한다. 방역을 평가하는 여러 요소 중에서 인구 대비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수를 비교하면 한국의 수치가 다른 선진국들보다 훨씬 낮기 때문이다. 3월 31일 월드오미터(Worldometer) 기준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인구 백만명 당 3010명, 영국 2411명, 프랑스 2169명, 독일 1540명인 데 비해 한국은 316명이다.


이것은 세계 최상위권의 백신 접종률에 달성할 수 있도록 백신 캠페인에 적극 참여한 국민과 위중증 환자 관리에 사활을 걸어온 의료진들의 덕이 컸다. 여러 실험과 통계를 통해 익히 알려져 있듯이 오미크론은 면역을 회피하는 능력이 좋아 백신 접종을 하더라도 감염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감염 시에 위중증으로 발전하는 비율은 훨씬 낮다.

3월 11일 질병관리청 통계를 보면 백신 접종 대상인 12세 이상의 인구 중 2·3차 접종을 완료한 인구는 94.3%에 이른다. 미접종자 중 확진자 비율은 8~10% 수준인데  사망자 중에선 절반 가량이 미접종자였다.

그러나 우리 방역에서 아쉬웠던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방역 정책 중 경제 및 정치 문제와 맞물린 결정들을 논외로 하더라도 기술적인 부분, 이를 테면 PCR 진단을 더 강화하지 못한 것은 매우 아쉽다. 우리 방역 방식이 팬데믹 초기부터 PCR 진단 방식을 이용해 확진자는 물론 접촉한 사람들을 거의 다 추적하는 "공격적인" 검사로 세계에 회자되었던 것을 생각할 때 특히 그렇다. PCR 진단 강화가 기술적으로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PCR 진단이 수요에 크게 미달한 것은 비단 한국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오미크론이 퍼지면서 확진자 수가 걷잡을 수 없이 많아지자 독일에서도 정부가 부담하는 PCR 진단을 제한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당장 증상을 보이는 사람과 고령자 혹은 기저질환자 등을 먼저 진단해야 하는 만큼, 증상 없이 확진자와 접촉만 한 사람들은 진단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게 됐다. 고육지책으로 눈앞의 불 먼저 끄고 보는 방식이었다.

확진자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상황에서는 위중증 환자를 관리해 사망자를 줄이는 것이 의료체계의 과제인 만큼 관리가 필요한 사람들을 추려내는 데에 총력을 다하게 된다. 그러는 사이 진단을 받지 못하는 무증상 감염자들과 가벼운 감기 증상의 코로나19 환자들이 제대로 통제가 안 되면서 들불 번지듯 전염이 확산하게 된 것이다.

'모두 가글하다'의 위력

대안은 없었을까? 그 답을 우리는 오스트리아에서 찾아볼 수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수도 빈에서다. "빈에서 독일 전체보다 더 많은 PCR 검사를 하고 있다(Wien führt mehr PCR-Tests durch als ganz Deutschland)"라는 제목의 1월 22일 자 기사에서 <타게스슈피겔>(Der Tagesspiegel)은 하루 최대 90~100만까지 PCR 진단이 가능하다는 빈에 비해 어째서 독일은 그 절반 수준에 그치는가에 대해 적은 바 있다. 그외에도 독일의 여러 매체가 빈의 PCR 진단 캠페인을 보도했다.

한국에서도 오미크론의 유행이 시작되면서 PCR 검사에 제한을 두었고 최대 진단 역량이 하루 80~90만이라고 했는데, 인구 190만 명인 빈의 하루 최대 진단 역량이 그와 비슷하다는 것은 실로 놀랍다.
 

빈의 코로나19 진단 캠페인 "모두 가글하다(Alles Gurgelt)" 키트. ⓒ 한소정

 

빈의 '모두 가글하다(Alles Gurgelt)' 진단 키트의 내용물. ⓒ 한소정

 
빈은 2021년 3월부터 '모두 가글하다(Alles gurguelt)'라는 이름의 코로나19 PCR 진단 캠페인을 해왔다. 말 그대로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진단 키트에 들어 있는 작은 병에 담긴 식염수를 입에 넣고 1분간 가글을 한 뒤 이것을 가까운 수집 장소로 가져다 두면 24시간 안에 PCR 진단 결과를 메일로 받을 수 있다. 이를 이용해 일주일에 한 번 이상씩 정기적으로 테스트를 해 온 시민이 백만 명 이상이다. 재정은 시가 부담한다.

캠페인의 PCR 진단을 전담하고 있는 곳은 라이프브레인(LifeBrain)이라는 진단 회사다. 같은 이름의 이탈리아 의료 진단 전문 회사의 자회사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2020년 말 빈에 PCR 진단을 전문으로 하는 실험실을 열었고, '모두 가글하다' 캠페인을 시작한 이후로 급속히 PCR 진단을 늘렸다. 라이프브레인은 매일 평균 40만 회가량의 PCR 진단을 하고, 하루 최대 80만 회까지 진단을 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빈 당국자 마리오 두야코비치(Mario Dujakovic)는 2월 16일 트위터 계정을 통해, 캠페인을 위해 시에서 부담한 비용은 오스트리아 전체의 정부 부담 진단 비용의 20% 선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캠페인을 통해 진단된 PCR 검사 수는 오스트리아 정부 부담 진단 총 수의 70%에 달했다고 전했다. 

이것이 가능한 데에는 한 번에 5~10개의 검체를 모아 검사한 뒤 양성 반응이 있는 경우에만 개별 진단을 하는 이른바 풀링(pooling) 방식을 쓰고, 3교대로 인력을 배정해 24시간, 365일 풀가동하는 공장식 운영을 도입한 것이 주효했다. 진단을 위한 검체 채취를 개인이 해 따로 인력이 필요 없고, 진단을 대규모로 가동해 진단 단가를 개당 6~7유로 선으로 크게 낮춘 것이 캠페인 성공에 기여한 것이다.

시에 따르면 캠페인을 통해 검사 수를 대폭 늘린 이후 캠페인을 하지 않은 오스트리아의 다른 지역보다 인구 대비 확진자 수와 위중증 환자 수가 크게 낮아졌다. 이는 캠페인 이전에 두 수치 모두 빈이 다른 지역보다 더 높았던 것과 대비됐다. 빈의 검사 수는 오스트리아 다른 지역 평균 검사 수의 두 배 가량이었고, 검사가 대규모로 이루어지는 동안 인구 대비 확진자 수 외에도 사망자 수와 2019년 동기 대비 초과 사망자 수도 다른 지역보다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검사 수를 늘린 뒤 빈이 오스트리아 다른 지역보다 인구 대비 확진자 수와 위중증 환자 수, 사망자 수 등이 모두 낮다는 것을 비교해 보여주는 표. ⓒ 빈

 
3월 16일 자 오스트리아 주간지 <쿠리에>(Kurier)는 이 캠페인의 경제 효과에 대해 보도했다. 진단을 통해 자신이 코로나19 양성인 것을 더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게 되면 격리나 만남을 줄이는 등의 노력으로 감염 고리를 끊게 되고, 이렇게 접촉자가 줄면 병가와 격리의 필요가 전체적으로 줄고, 치료와 롱코비드(코로나19에 따른 후유증)를 예방해 2400만 유로를 절약하는 효과가 있다고 예상했다. 사회 인프라가 정상 가동하고 기타 경제활동에 미치는 직·간접적 영향은 이보다 훨씬 크다고도 보도했다.

한국의 확진자 수가 감소세로 줄어들었다는 소식은 다행이지만, 새로운 변이와 함께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우리 진단 역량 개편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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