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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카피라이터가 요즘 뜨는 플래그십 스토어를 탐방하며 기업들의 참신한 브랜딩 전략을 살펴봅니다.[편집자말]
최근 몇 년 간 성수동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오래된 공장이나 창고가 즐비한 거리 곳곳에 카페나 문화 공간이 생겨났고, 그 틈 사이로 여러 스타트업들이 보금자리를 틀었다. 명품 브랜드의 팝업 스토어나 대형 옥외 광고도 성수동을 주목한 지 오래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던 오래된 공장 지대가 어느새 트랜드를 생산하는 팩토리로 탈바꿈했다. 다양한 물건을 제조하던 성수동은 이제 문화를 제조하는 지역 플랫폼이 되었고, 수많은 사람들은 이곳의 이야기를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끊임없이 발길을 옮긴다.
 
지난해 12월 3일 문을 연 'LCDC SEOUL'의 외관
 지난해 12월 3일 문을 연 "LCDC SEOUL"의 외관
ⓒ 이승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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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기, 성수동에 흥미로운 이야기를 더해줄 또 하나의 공간이 나타났다. 주인공은 지난해 12월 3일 문을 연 'LCDC SEOUL'이다. '캉골(KANGOL)'과 '헬렌 카민스키(HELEN KAMINSKI)' 등의 패션 브랜드를 전개하며 인상적인 행보를 보여준 '에스제이그룹'이 선보인 복합문화플랫폼이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를 뜻하는 프랑스어 '르 콩트 드 콩트(LE CONTE DES CONTES)'의 앞 글자를 딴 네이밍처럼, 회색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건물 안에는 카페와 편집 숍, 여러 팝업 스토어 등이 빼곡하게 자리를 잡고 각자의 이야기를 뽐낸다. 거대한 공간 안에 다양한 브랜드들의 스토리가 차곡차곡 쌓여 있는, 한 권의 단편집 같은 공간이다.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하게 되는 'ㅁ'자 형태의 중정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하게 되는 "ㅁ"자 형태의 중정
ⓒ LCDC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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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채우는 건 수많은 글과 그림,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은 여백일지도 모른다. 이 건물에도 수많은 브랜드 스토리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거대한 여백이 중심을 채우고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ㅁ'자 형태의 거대한 중정이 눈길을 끈다. 하늘과 맞닿은 뻥 뚫린 공간은 건물의 중심을 잡아주며, 공간 내부에 안온한 휴식 공간을 선사한다. 동시에 수많은 사람들이 드나들며 여러 이야기를 감상하기 위한 효과적인 통로 역할을 한다.
 
2층에서 내려다 본 카페 '이페메라'의 야외 테라스
 2층에서 내려다 본 카페 "이페메라"의 야외 테라스
ⓒ 이승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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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은 총 A, B, C동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A동 1층에는 카페 '이페메라'가 자리하고 있다. 성수동 주변에서 주로 찾아볼 수 있는 '힙'한 분위기와는 달리 우드 베이스의 따뜻한 인테리어가 주를 이룬다.

브런치부터 커피까지 먹고 마실 수 있는 다양한 거리들이 마련되어 있다. 최근 들어 공간 브랜딩에서 F&B(Food and Beverage, 음식과 음료)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방문객들의 체류 시간을 자연스럽게 높이며 공간을 거부감 없이 인식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브랜드들의 문으로 가득한 3층 '도어스'
 브랜드들의 문으로 가득한 3층 "도어스"
ⓒ 이승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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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DC SEOUL'의 특징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은 3층의 '도어스'다. 1개의 팝업 공간과 6개의 독립 브랜드로 이루어진 이곳은 특이하게도 각 브랜드 스토어마다 문이 설치되어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갈 때마다 개별 브랜드의 세계를 방문하는 느낌이 든다.

편지와 관련된 다양한 제품이 구비되어 있는 '글월'이나 독특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오이뮤' 등 여러 독립 브랜드를 한 곳에서 경험할 수 있다. 나아가 팝업 스토어에서는 시시각각 새로운 이야기가 끊임없이 채워진다. 방문 당시에는 오뚜기에서 진행하는 굿즈 팝업이 한창 진행중이었다.

2층에선 'LCDC SEOUL'의 자체 브랜드이자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인 '르콩트콩트'를 경험할 수 있다. 1층이나 3층의 안온한 분위기와는 달리 인더스트리얼한 세련미가 돋보인다.

다양한 브랜드 공간과의 유기적인 연결 속에서 자사 패션 브랜드를 노출시킨 건, 본인들의 의류에 이곳에 위치한 여러 브랜드들의 스토리를 덧입히려는 의도처럼 보인다. 여러 브랜드들이 집합한 문화 공간을 의류 브랜드가 설계한 건, 공간이 지닌 특성이 의류로 옮아갈 수 있다는 걸 인식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자사 패션 브랜드이자 라이프 스타일 편집숍인 '르콩트드콩트'
 자사 패션 브랜드이자 라이프 스타일 편집숍인 "르콩트드콩트"
ⓒ 이승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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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나 왓챠와 같은 OTT 서비스가 온라인 기반의 스토리 플랫폼이라면, 다양한 브랜드가 한데 모인 'LCDC SEOUL'은 오프라인에 구축한 브랜드 스토리 플랫폼처럼 느껴진다. 스토리 플랫폼은 초기 브랜딩 단계에서 다양한 콘텐츠 확보가 필수다. 어떤 콘텐츠가 주력인지에 따라 플랫폼의 분위기는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여러 팝업 스토어와 독립 브랜드들을 독특한 구조물 사이에 쌓아놓은 'LCDC SEOUL'은 꽤나 유의미한 접근을 보여준다. 공간이 직조한 경험과 브랜드가 전하는 이야기가 서로 교감하며 이곳만의 분위기를 분명 자아내고 있다. 런칭하기가 무섭게 수많은 사람들과 인플루언서들이 이곳을 찾은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한편, 스토리 플랫폼의 두 번째 발전 단계에선 오리지널 콘텐츠의 중요성이 더욱 올라가기 마련이다. 어떤 독자적인 콘텐츠를 지니고 있는지에 따라 플랫폼의 매력도는 올라간다. 공간이 지닌 힘으로 수많은 사람을 불러모았다면, 그 다음엔 '르콩트콩트'와 같은 자사 패션 브랜드의 오리지널리티를 키우는 게 더욱 중요해 보인다.

수많은 브랜드 사이에서 이들은 과연 어떤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을까? 수 천 개의 문장으로 이루어진 한 권의 책을 기억하게 만드는 건, 때론 밑줄 친 단 하나의 문장이기도 하다. 이들이 만들어 갈 다음 문장을 기대해본다.
 
회색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LCDC SEOUL'의 외관
 회색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LCDC SEOUL"의 외관
ⓒ 이승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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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필자의 브런치(https://brunch.co.kr/@seung88)에도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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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라이터. 술 마시며 시 읽는 팟캐스트 <시시콜콜 시시알콜>을 진행하며 동명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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