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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지난주는 세월호 추모 주간이었다. 일주일 내내 등하굣길 교정에 '천 개의 바람 되어'가 잔잔하게 울려 퍼졌고, 학생회 주관의 소소한 추모 행사들이 매일 열렸다. 추모 영상 시청과 다짐의 편지 쓰기, 노란 리본 만들기 등 8주기를 허투루 보내지 않기 위해 애썼다.

압권은 우크라이나 난민을 돕기 위한 모금 행사와 전쟁 반대 플래시몹이었다. 세월호를 기억하겠다는 다짐과 우크라이나 국민을 향해 연대의 손길을 내미는 행동이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교사와 아이들 모두 공감했다. 행사는 수업에 지장이 없도록 점심시간 등을 활용했다.

학생회 주관의 소소한 추모 행사들
 
우크라이나 난민 돕기 모금 행사를 위해 준비한 평화 배지.
 우크라이나 난민 돕기 모금 행사를 위해 준비한 평화 배지.
ⓒ 서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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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금에 참여했다는 증명서 삼아 배지를 사전에 제작했다. 우크라이나 국기를 상징하는 하늘색과 노란색 바탕에 평화를 염원한다는 문구를 새겼다. 배지를 가슴에 다는 건 용돈을 쪼개 모금함에 넣는 것 못지않게 의미 있는 행동이다. 그 자체만으로 기억하겠다는 다짐일 테다.

학생회 아이들은 홍보 팻말을 만들어 등하굣길 캠페인을 벌이는가 하면, 방송반 동아리에선 영상물을 별도로 제작해 방영하기도 했다. 건물 입구와 복도 곳곳에는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자는 포스터를 게시했다. 아이들의 따뜻한 마음이 교정에 넘쳐난 시간이었다.

한 주를 보내며 이름조차 생소해하던 우크라이나는 이제 아이들에게 세계에서 가장 '친숙한' 나라가 됐다. 어디에 있는지, 수도가 어딘지, 심지어 그 나라 대통령의 이름까지도 대개 알고 있다. 나아가 러시아가 왜 침공했는지 등 요동치는 국제 정세를 읽는 눈썰미도 갖게 됐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은 돈이 되어 모였다. 꼬깃꼬깃한 천 원, 오천 원짜리 지폐가 모금함에 쌓였고, 즉석에서 스마트폰으로 송금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교사들도 기꺼이 지갑을 열었고, 일주일 새 287만 원이 모금됐다. 
 
우크라이나 평화 염원을 주제로 한 학생회 주관 세월호 추모 주간 행사 모습
 우크라이나 평화 염원을 주제로 한 학생회 주관 세월호 추모 주간 행사 모습
ⓒ 서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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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금액은 전쟁을 피해 국경을 넘은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위한 구호 기금으로 보낼 계획이다. 현재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폴란드와 루마니아 등에 그들을 수용할 난민촌이 조성되고 있다. 난민촌마다 방한용품과 의약품, 식량 등 구호물자가 태부족하다는 소식을 접한 터다. 

지금 아이들의 가방엔 노란 리본이, 교복엔 우크라이나 평화 배지가 달려 있다. 세월호 추모 주간은 그렇게 우크라이나 평화 염원 주간이 됐다. 예년처럼 한데 모여 추모제를 열거나 안산이나 팽목항으로 소풍을 떠나진 못하지만, 세월호를 잊지 말자는 다짐은 지구 반대편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염원하는 것으로 되살아났다.
 
▲ STOP WAR 플래시몹
ⓒ 서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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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김에 고1 아이들 모두가 참여하는 플래시몹을 진행했다. 카메라로 영상을 찍은 뒤 SNS에 공유하여 인근 다른 학교에 다니는 또래 아이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려는 의도였다. 플래시몹을 제안한 건 교사였지만, 내용과 형식, 구체적인 활용 방안 등을 정한 건 아이들이었다. 

처음엔 세월호를 상징하는 노란 옷을 모두 맞춰 입고 각자 하늘색 도화지를 든 채 리본 모양을 그려보려 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세월호의 다짐과 우크라이나의 평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할 요량이었다. 그러나 대번 아이들로부터 지나치게 작위적인 데다 옷도 도화지도 구하기가 힘들다는 비판을 받았다. 

아이들은 우선 준비와 실행이 번거롭지 않아야 하며, 그 의미를 쉽게 이해하고 다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보여주기식의 행사는 안 된다는 뜻이다. 몇 차례의 즉흥적인 토론을 거쳐 확정된 게 '인간 띠'로 'STOP WAR'를 새기자는 방안이었다. 

학급당 알파벳 한 글자씩을 맡기로 했다. 총 9개 반에 글자 수는 7개라 아귀가 맞질 않았으나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맨 뒤에 느낌표를 만들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으나, 공유를 제안하는 의미에서 해시태그 '#'를 맨 앞에 덧붙이자는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또, 글자가 상대적으로 큰 'W'는 두 개 반이 각각 'V'를 만들어 이어붙이기로 했다. 

교과 수업에 지장이 없도록 학급별 자율활동 시간을 활용해 진행했다. 별도로 연습할 시간이 따로 주어지지 않았다. 아이들은 반별로 임시 학급 회의를 통해 취지를 공유한 뒤 할당된 알파벳을 만들기 위해 어떤 순서로 모이고 서고 해산할 것인가를 토론하고 결정했다. 

약속된 시간, 아이들은 일사불란하게 교실에서 나와 강당 앞 광장에 모였다. 알파벳의 순서에 따라 반별 위치를 잡은 뒤 각자 자신의 자리에 섰다. 해시태그 '#'는 알아보기 힘들고 글자의 형태가 조금 엉성하긴 했어도, 전쟁을 멈추라는 메시지만큼은 분명하게 읽을 수 있었다.

강당 옥상에 설치한 카메라로 전 과정을 촬영했다. 200여 명 모두가 모이고 서고 해산하는 데에는 채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이동 중에 반별로 섞이거나 겹치지 않고 물 흐르듯 원활하고 안전하게 마무리됐다. 자발성이야말로 적극성의 원천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세월호 노란 리본과 우크라이나 평화 배지

"우리 학교에 다닌다는 게 너무 뿌듯하고, 광주 사람인 게 정말 자랑스러워요."

이번 행사를 주관한 학생회 아이들의 한결같은 소감이다. 대학 입시에 대한 스트레스를 한시도 떨칠 수 없는 고등학생에게 학교 행사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데도 그들은 당장 기쁨과 감사함을 입에 담았다. 가슴에 보람을 가득 채웠으니 공부할 시간쯤은 기꺼이 기회비용 삼을 수 있다는 거다. 

학교에 대한 자긍심은 그렇다 쳐도, 광주 사람임이 자랑스럽다는 건 무슨 말일까. 한 아이는 마을에서 열리는 세월호 추모 행사와 최근 광주 고려인 마을에서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수용하고 있다는 뉴스를 예로 들었다. 고통받는 이들에 대한 연민이 살아 숨 쉬는 고장이라는 거다.

그의 말마따나, 이곳 광주에는 주민 자치회를 중심으로 해마다 세월호 추모 행사를 여는 마을이 여럿이다. 아침 출근길 대로변에서 캠페인 활동을 벌이는가 하면, 밤에는 촛불을 켜서 희생자를 추모하고 다짐을 되새기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졌을 때 가장 먼저 반전 피켓을 든 이도 그들이었다. 

지금 광주 광산구의 고려인 마을에서는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고려인 동포의 자녀가 우리나라에 들어올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모금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당장 항공료 등 국내 입국 비용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세월호 추모 행사를 이어온 이들이 앞장서고 있음은 물론이다. 

세월호 추모 주간 행사는 각자도생과 무한경쟁이라는 삭막한 학교 교육을 다시금 성찰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우크라이나 난민 돕기에 발 벗고 나서는 광주 시민들의 환대 정신이 더해져 아이들의 선한 마음을 북돋우고 있다. 한 아이가 남긴 참여 소감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세월호 노란 리본과 우크라이나 평화 배지는 그냥 장식이 아니라 '제 마음의 훈장'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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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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