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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원인으로,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어를 금지시켜서 동부 러시아계 주민들을 차별했다'는 주장이 종종 등장한다. 또, 한국 언론에서도 '러시아어가 우크라이나의 공용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이에 대해 '러시아어 금지'라는 주장의 근거로 제시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언어법과 우크라이나 헌법을 분석하여, 우크라이나의 언어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자 한다. 
  
우크라이나 헌법에서 정하는 '국어'
  
우크라이나의 언어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 우크라이나 헌법 제10조 우크라이나의 언어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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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 해체 후, 다시 독립을 맞이한 우크라이나는 1996년 제정된 헌법 제10조에서 우크라이나의 국어에 대해 규정한다. 여기서 규정한 우크라이나의 국어는 우크라이나어가 유일하다. 즉, 우크라이나의 '우크라이나어'가 유일한 공용어이고, 이 헌법 조항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헌법에서의 언어 규정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우크라이나어를 유일한 국어로 하되, 이와 함께 러시아어 및 기타 소수의 언어에 대한 개발, 사용 및 보호를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러시아어 금지'라는 행위는 우크라이나에서 애초에 위헌의 소지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크라이나의 개정된 언어법은 정말로 러시아어를 금지하는 법안일까?

또, 우크라이나인 대부분이 러시아어를 할 수 있기는 하지만, 우크라이나 헌법에 따르면 러시아어는 다른 여러 소수 언어와 동등한 위치일 뿐이다. 우크라이나에는 우크라이나어와 러시아어 외에도 헝가리어, 루마니아어, 폴란드어, 체코어, 그리스어, 크름타타르어 등 지역에 따라 약 100여 개의 소수 언어가 사용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논란의 시작 '2012년 언어법'

2012년 친러정권에서 언어법이 통과되면서, 우크라이나에서 사용되던 많은 소수 언어 중 사용인구가 많은 러시아어, 헝가리어, 루마니아어, 벨라루스어 등 18개 언어가 일부 지역의 '공식어'(혹은 '지역어')의 지위를 인정받았다. 이를 두고,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어가 '공용어'가 되었다고 와전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국가 전체의 공식적인 국어 즉 공용어로 인정한 언어는 여전히 우크라이나어가 유일했으며, 러시아어는 일부 지역에서 '공식어'라는 이름으로 인정된 것이다.

2014년 유로마이단 혁명으로 친러정권이 붕괴하자, 2012년에 제정된 언어법은 폐지가 논의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2014년 당시 당장 폐지된 것이 아니라, 2018년 위헌 판결과 함께 폐지되었다.

2012년에 통과된 언어법은 우크라이나 전국 각지에서 사용되는 수많은 소수 언어 중 18개 언어만 지역의 공식어로 인정하였다. 하지만, 이는 지역 공식어로 인정된 18개 이외의 다른 소수 언어에 대한 차별이며, 우크라이나어 외에도 '러시아어 및 기타 소수의 언어에 대한 개발, 사용 및 보호를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헌법에 위배된다고 재판소는 판단하였다.

또, 2012년 언어법에 의해 지역 공식어로 인정받은 18개 언어 중, 특히 러시아어는 압도적으로 많은 이들이 사용하고 있는 언어이다. 이 언어법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우크라이나에서는 전국 25개 지역(크름반도 포함) 중 13개 지역에서 러시아어를 지역 공식어로 사용하게 된다. 게다가 우크라이나인의 약 90%가 러시아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등, 2012년 언어법은 결과적으로 헌법에서 유일하게 '국어'로 인정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어의 지위를 위협하는 법률이었다.

다른 소수 언어에 대한 차별성, 유일한 국어인 우크라이나어에 대한 위협 등을 이유로 2012년 언어법은 결국 2018년에 위헌 판결을 받고 폐지되었다.

논란이 된 우크라이나의 2019년 언어법 개정

2012년 언어법이 위헌 판결을 받은 후, 2019년에 새로운 언어법이 발표된다. 새로운 언어법에서는 기존에 비해 우크라이나어 사용을 상당히 강화시켰다.

강화된 언어법에서 논란이 되며 많은 오해를 낳고 있는 점은 '러시아어 금지'와 '처벌 규정', 이 두 가지일 것이다. 개정된 우크라이나의 언어법과 이를 소개한 우크라이나 기사를 분석해 이 부분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2018년에 기존 언어법이 위헌 판결을 받은 이후, 2019년 4월 25일 "우크라이나어를 국어로 보장하는 것에 관한 법률"이 채택되었다. 이는 공공 장소에서 우크라이나어의 우선 순위를 규정하는 법률이다. 동시에 사적 의사소통에서 언어를 규제하지는 않으며 다른 언어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법률은 2019년 7월부터 시행되어 단계적으로 도입되어 공무원, 의사, 교육자 및 법집행관에게는 이미 의무적으로 적용되고 있으며, 2022년 1월 1일부터 서비스 부문까지 확대되었다.
  
개정된 언어법은 '러시아어 금지' 법안인가?

2019년 개정된 언어법은 공공 및 민간 기업, 개인사업자, 온라인 상점 및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타 비즈니스가 대상이다. 다시 말하면, 상점, 슈퍼마켓, 쇼핑몰, 카페, 레스토랑, 클럽, 주유소, 의료기관, 교육기관, 은행 등의 서비스 부문의 직원들은 기본적으로 우크라이나어로 고객에게 접근해야 한다. 그리고, 가격표, 메뉴, 티켓 등도 우크라이나어로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크라이나어 이외의 다른 소수 언어는 금지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개정된 언어법에서는 기본적으로 우크라이나어로 먼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지만, 고객이 우크라이나어로 소통이 어려운 경우에는, 고객이 원하는 언어를 직원이 구사할 수 있고 또 동의하는 경우, 해당 언어로 안내할 수 있다. 가격표, 메뉴판 등도 기본적으로는 우크라이나어도 제공되어야 하지만, 필요한 경우에는 우크라이나어와 함께 다른 언어도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2022년부터 국가 및 시립기관, 온라인 상점 및 국가 온라인 미디어의 모든 웹사이트에 우크라이나어 버전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언어법이 개정되는 과정에서 텔레비전 등에서의 우크라이나어 콘텐츠 비율이 논란이 되었는데, 애초에는 우크라이나어 콘텐츠를 90% 의무화하기로 한 방안은 75%로 낮추어 수정되었다.

위와 같은 규정들을 살펴볼 때, 러시아 프로파간다에 의해 '러시아어 금지'라는 자극적인 소재로 이용된 개정 언어법의 실상은, 러시아어에 대한 제약을 규정한 법이 아니라, 우크라이나어의 적극적인 사용을 권장하기 위한 법인 것이다.

'러시아어 금지'이냐 '우크라이나어 적극 권장'이냐는 매우 큰 차이가 있다. '러시아어 금지'라는 구호는 우크라이나의 러시아계 주민들이 차별받았다고 주장하는 프로파간다에 이용되지만, '우크라이나어 적극 권장'은 주권국가에서 자국의 언어를 지키고자 하는 노력은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이 둘은 전혀 다른 이야기인 것이다.

2. 우크라이나어를 사용하지 않으면 처벌당한다고?

이 언어법이 러시아의 프로파간다에 적극적으로 이용된 이유 중 하나가 이 처벌 규정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일각에서는 일상생활에서 러시아어를 쓰기만 하면 처벌을 받는 것처럼 과장해 이것이 러시아계 주민들을 핍박한 증거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과연 그럴까?

개정된 언어법에서는 고객이 우크라이나어로 서비스를 거절당한 경우, 6개월 이내에 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언어법 57조에서는 첫 번째 위반인 경우, 정부 기관은 해당 기업이나 업체에 대해 경고장을 보내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경고를 받은 기업은 우크라이나어 우선 사용을 위반한 직원을 상대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또, 반복된 위반의 경우 벌금형에 처할 수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처벌 대상이 누구냐'라는 점이다. 고객이 우크라이나어를 사용했는지, 러시아어를 사용했는지, 아니면 또 다른 소수 언어를 사용했는지는 이 법률에서 고려 대상이 아니다.

이 법률의 대상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이기 때문에, 처벌 대상으로는 기업과 고객을 응대하는 직원이다. 그중에서도 우크라이나어 우선 사용을 반복해서 위반할 경우 벌금형에 처하는데, 그 대상은 이 법률을 직접적으로 위반한 직원 개인이 아니라, 기업에 대해 벌금을 부과한다. 직원 개개인의 잘못으로 치부하기보다 기업에서 직원 교육을 통해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고자 하는 것이다.

실제 벌금 부과는 2022년 7월부터 적용하기로 하여, 현재는 계도기간이다.
  
논란이 되는 우크라이나 언어법의 주요 쟁점
 논란이 되는 우크라이나 언어법의 주요 쟁점
ⓒ 박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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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정보를 확산시키는 언론 – 오해의 시작

"우크라이나에서는 러시아계인구가 17.3%에 달해 우크라이나어는 물론 러시아어도 공용어로 사용됐다." (서울신문 <우크라이나 러시아어 퇴출, "우크라이나 말만 써라"> 2019.5.16. 보도)

"일부 국민은 한때 공용어였고, 지금도 흔하게 쓰이는 러시아어를 '보이콧'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우크라서 러시아어 지우자…랜드마크 개명, 러시아어 보이콧> 2022.4.18. 보도)

우리나라 주류 언론에서는 우크라이나의 2019년 언론법 개정 당시부터 지금까지도, 러시아어가 우크라이나의 '공용어'라는 잘못된 정보를 계속해서 확산시키고 있다.

이러한 보도를 통해, 일부 사람들은 우크라이나가 '공용어'인 러시아어를 폐지했다고 인식하게 되었고, 이것이 '우크라이나 정부가 언어 정책을 통해 러시아계 주민을 차별했다'는 오해로 번져나가는 데 일조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면 왜 한국에서 이러한 논란이 계속해서 확산되는가?

한국 웹 사이트의 한국어 표기, 식당 메뉴판의 한국어 표기, 한국어로 이루어지는 학교 교육이나 병원, 관공서 등의 서비스. 이러한 것들이 한국에 사는 한국인들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다. 그러니 주류 언론을 통해 전해진 '공용어'를 폐지했다는 잘못된 정보만으로는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쉽게 이해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연륜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어린 시절 부모님이,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다마네기(양파)' '와리바시(나무젓가락)' 등의 일본어 표현을 일상생활에서 그대로 사용하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 벗어난 지 어느덧 80여 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우리가 독립한 후에도 일본어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많으니 일본어를 공용어로 사용하자고 했다면 어땠겠는가?

우크라이나가 왜 "우크라이나어를 국어로 보장하는 것에 관한 법률"을 만들었는지는, 우리가 국어 순화 운동을 왜 했는지 떠올려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 언어법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우선 러시아어가 공용어라는 잘못된 정보를 전달한 언론에서부터 사실관계를 바로잡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우크라이나어 자문 : Kadyrlyeyev Volodymy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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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박사. 다문화사회전문가. 다문화사회와 문화교류에 특히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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