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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기후위기, 청년문제, 비정규직문제, 평화세상, 여성차별 등의 문제에 대해 발언하고 전국 순례단과 함께 4월 30일 봄바람 길동무들의 활동계획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지난 4월 20일 진행했다.
▲ 다른세상을 만드는 430 봄바람 계획 발표 기자회견 장애인, 기후위기, 청년문제, 비정규직문제, 평화세상, 여성차별 등의 문제에 대해 발언하고 전국 순례단과 함께 4월 30일 봄바람 길동무들의 활동계획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지난 4월 20일 진행했다.
ⓒ 다른세상을 만드는 430대회 조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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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지침'(이하, 방역지침)이 해제된 후 내가 처음 읽은 기사는 연장된 영업시간에 맞춰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추가로 고용하겠다는 소상공인의 인터뷰였다. 실제로 집 앞 피시방, 자주 가는 편의점에는 새벽에 일하는 파트타임 아르바이트생이 새로 고용된 모양이다.

나는 이 소식을 듣고 지난해 고독사한 청년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코로나19 확산 초창기로 모든 사회가 멈추었을 때다. 모든 시장이 얼어붙어 직장은 커녕 아르바이트도 쉽게 구할 수 없었다. 그렇게 그 청년은 집에 수십 개의 이력서를 유서처럼 남겨두고 홀로 세상을 떠났다.

이제 방역지침 해제로 고용은 늘어날 것이고, 경기도 회복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청년노동자의 삶에 숨이 트이리라 기대할 수 있을지 묻는다면, 그럴 수는 없을 것 같다는 답이 나온다. 구조적 불평등은 없다는 신임정부, 여성의 맞은편에서 어설픈 피해의식을 호소하는 '이대남'만 호명하는 청년정치인이 청년 노동자의 삶을 헤아리는 건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아서다.

언론과 일부 정치권에서는 지난 몇 년은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수난시대였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첫 해에 최저임금이 대폭 올랐을 때부터 지금까지.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아르바이트 노동자 고용이 줄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 노동자를 위하지 않는 노동정책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나 그런 질책의 말이 무색하게, 청년정치를 표방한다던 윤석열 정부는 괴상한 청년 정책만 내놓았다. 청년을 위한다면서 노동자의 존재를 지우자고 했다. 하지만 가난한 청년은 노동자계급의 얼굴을 하고서 온다. 김용균, 이선호, 이한빛, '구의역 김군'을 통해 청년문제가 회자 되었을 때도, 그들은 세대가 아니라 계급으로 우리에게 왔다.

그렇기에 청년에게 필요한 건 위기에 처한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정책이다. 청년을 위한다면서 노동자의 몫을 지우겠다는 건 정책 수혜자의 존재를 지우는 것으로, 정책성립의 기본 여건조차 갖추지 못한다. 노동자와 청년의 권리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거리두기는 해제됐지만, 코로나19 위기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이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오히려 가난한 청년노동자의 위기는 계속된다. 위기를 버티는 동안 빚이 더 늘었고, 다시 돌아갈 일자리는 또 다른 위기를 대비해 더 유연화 되었다. 위기를 버틸 자산이 부족한 청년노동자가 사회의 위기와 노동의 위기라는 이중고에 처할 가능성은 더 높아지게 생겼다. 여기에 정치는 무얼하고 있는가?

청년문제 해결을 약속하는 정치인치고 청년빈곤과 사회양극화의 주된 원인인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이를 찾아보기 힘들다.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은 청년노동자가 대부분 비정규직에, 하청업체 소속이었던 건 우연이 아니다. 가장 비극적인 사건은 가장 빈곤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서 벌어지고, 가장 빈곤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은 가장 낮은 임금을 받으며 제일 불안정한 일자리에서 일한다. 그러니 가난한 청년은 노동자계급의 얼굴을 하고서 우리에게 온다. 

사회적 기회, 저마다의 권리를 위해 

그러니 청년에게 입시와 시험경쟁을 통해 얻을 사회적 기회를 약속하는 건 기만이라 말하겠다. 오히려 필요한 건 사회적 기회를 가로막는 구조적 불평등을 해결하는 일이다. 때문에 우리는 다가오는 4월 30일 132주년 노동절을 맞이해 청년들이 모여 모든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라고 외칠 것이다.

그건 그 자리에 모이는 청년들이 노동자의 권리도 생각할 줄 아는 착한 사람이라서가 아니다. 위기는 아래서부터 고이고, 가난은 노동자계급의 얼굴을 하고 있는 이 시대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이 해야 할 말이 있기 때문이다. 삶의 위기가 곧 노동의 위기였다고, 정당한 권리를 위해 싸우는 노동자가 가는 길이 곧 청년이 가야 할 길이라고, 청년에게 필요한 건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 삶의 권리, 노동의 권리라고 말할 것이다. 

"아픈 곳은 다 돌아봐야지"하고 전국 순례를 떠난 봄바람 서울행진에도 함께 한다. 모두의 권리를 위해 손을 맞잡고자 연대의 광장으로 나선다. 

방역지침 해제 후 기업들이 노동자들을 위해 달라지고 그래서 우리도 지금보다는 나은 삶이 되기를 바라며 기다리다가는 지칠 게 뻔하다. 윤 정부의 괴상한 정책이 정말 현실화될까 두려워 하다가 좌절할 게 명확하다. 그래서 우리 청년은 우리의 길, 모두의 길을 만들고 연대의 광장에서 저마다의 권리를 찾기위해 노동절에 함께 나선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사)김용균재단 회원이자 청년학생노동운동네트워크에서 활동하는 김건수 님입니다. 


태그:#김용균재단, #방역지침 해제, #청년 노동자, #김건수, #연대의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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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26일 출범한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입니다. 비정규직없는 세상,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하는 세상을 일구기 위하여 고 김용균노동자의 투쟁을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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