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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저정을 위해 단식 중인 활동가 이종걸과 미류
 차별금지법저정을 위해 단식 중인 활동가 이종걸과 미류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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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에 눈 감으며 한 사람의 권리를 미룰 때, 결국 모든 사람의 권리가 뒤로 미뤄진다."

이종걸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미류 책임 집행위원(인권운동사랑방)은 차별금지법(혹은 평등법)을 언급할 때마다 '모두를 위한 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들은 4월 11일부터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단식을 시작했다. 

단식 16일 차인 4월 26일, 국회의사당 2문 앞 평등텐트촌에서 만난 이들의 테이블에는 이 대표와 미류 위원의 이름이 쓰인 물병이 군데군데 놓여 있었다. 두 사람이 약간의 소금과 감잎차 등으로 목을 축이며 버티는 이유는 분명했다.

보름 넘게 단식을 지속했음에도 이 대표의 눈빛은 단호했다. 다양성을 상징하는 무지갯빛 손수건을 목에 두른 그는 "법이 제정되는 것을 보기 전까지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단식을 유지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곁에서 기후위기와 관련한 책을 읽던 미류 위원은 텐트촌 내에 붙어있던 '평등으로 승리하자'는 문구를 응시한 후 "처음부터 모든 걸 각오하고 시작한 싸움"이라고 덧붙였다. 

차별금지법(혹은 평등법)은 성별, 장애, 나이, 출신 국가, 용모 등 신체조건, 성별 정체성,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가구의 형태와 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학력, 병력 등 남녀·세대와 관련 없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차별을 금지하는 것이다. 2007년 관련 법안이 처음 발의됐지만,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제정되지 못했다. 

현재 국회에는 장혜영 정의당 의원의 '차별금지법안', 이상민 민주당 의원의 '평등에 관한 법률안', 박주민·권인숙 의원의 '평등에 관한 법률안'과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안' 등 4개의 평등법, 차별금지법이 발의돼 있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걸었지만... 국회는 묵묵부답
 
차별금지법제정촉구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소속 활동가들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4월 내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차별금지법제정촉구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소속 활동가들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4월 내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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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차별금지법을 위해 행동한 시간 역시 15년이 흘렀다. 2021년 11월에는 부산에서 서울까지 30일 동안 매일 약 20km씩 걸으며 '차별금지법 연내 제정을 요구했다. 2021년 6월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국민 동의 청원이 10만명을 넘겨 국회 법사위에 회부됐지만, 국회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시작한 도보였다. 하지만 지난해에도 차별금지법은 제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이들은 곡기를 끊으며 농성을 시작했다. 그제야 조금씩 국회가 반응했다.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아래 법사위)에서 차별금지법 제정과 관련해 공청회 계획서 채택을 한 이후, 27일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차별금지법 제정과 관련해 조만간 의원총회에서 의원님들의 의견을 폭넓게 들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28일에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주최한 시민사회의 비상시국선언이 있었다. 최초의 트랜스젠더 방송인인 하리수씨가 이 자리에 참석해 자신이 겪은 수많은 차별에 대해 이야기하며 국회에 조속한 입법을 요구하기도 했다(관련기사 : 하리수 "노회찬 의원님 뜻... 차별금지법 제정 함께하겠다" http://omn.kr/1ylkh).

인터뷰 이후 추가로 이루어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들은 "법사위에서 차별금지법을 언급하는데 15년이 결렸다. 사회적 합의는 이미 이루어진 지 오래인데, 국회가 여러 핑계를 대며 법 제정을 미뤄온 것"이라고 국회를 평가절하했다. 앞서 한국여성정책연구원과 국가인권위원회가 2020년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각각 87.7%, 88.5%였다. 

다음은 이 대표(아래 종걸)과 미류 위원(아래 미류)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민주당 의원, 핑계 대기 바빠"
 
차별금지법저정을 위해 단식 중인 활동가 이종걸
 차별금지법저정을 위해 단식 중인 활동가 이종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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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식 16일차, 몸은 좀 어떤가. 

종걸 : "생각보다는 견딜만 하다. 다만 날씨가 더워질수록 농성장 안의 온도가 올라가서 좀 걱정이다."
미류 : "이번 주부터 체중이 줄어드는 게 확실히 느껴진다. 그래도 아직 (단식을) 못 할 정도 아니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는 것을 보기 전에 스스로 단식을 그만둘 생각은 없다."

- 시민사회단체들이 28일 비상시국선언을 하는 등 차별금지법 제정에 함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종걸 : "차별금지법이 미뤄지는 동안 사회 전반에서 차별의 문제가 커지고 있다는 걸 보여준 것이다. 여성·문화·노동·언론 등 시민사회 전반에서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국회가 뒷짐 진 채 차별금지법 제정을 미뤄서는 안 된다고 압박하는 거다."

- 앞서 26일에는 국회 법사위에서 차별금지법 제정과 관련해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결의했다. 

종걸 : "차별금지법 제정이 논의된 2007년 이후 딱 15년만에 법사위 테이블에 올라갔다. 물론 남은 과정이 많다. 제일 중요한 건 국회에서 차별금지법 안건을 상정해서 논의하는 것이다."
미류 : "공식적인 입법절차를 시작하는 것에 기대감이 있다. 하지만 공청회 일정도 정해지지 않았으니까... 국회가 차별금지법제정 논의를 시작하는 척만 하고 끝나지 않아야 한다."

- 공청회 계획이 논의되자마자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법 제정과 관련해 의원총회에서 논의한다고도 했다. 

종걸 : "지금 논란이 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서도 알 수 있지만, 민주당이 의지가 있었다면 차별금지법은 충분히 제정할 수 있었다고 본다. 민주당도 고려할 것들이 많겠지만, 이건 분명하다.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건 시민의 요구에 응답하는 것이다. 이미 지난해 6월 국민동의청원 10만 명을 넘기지 않았나. 지방선거를 앞둔 민주당에도 분명 도움이 될 법이다."

- 민주당에 어떻게 도움이 된다는 건가. 

미류 : "솔직히 얘기해보자.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고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에 등 돌릴 사람이 많겠나 아니면 차별금지법 때문에 민주당을 뽑을 사람이 많겠나. 민주당이 차별금지법 제정에 앞장서며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면, 이 하나의 이유만으로 민주당을 뽑을 유권자가 많아질 것이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이종걸 공동대표(오른쪽)와 미류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책임집행위원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차별금지 4월 내 제정 촉구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하고 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이종걸 공동대표(오른쪽)와 미류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책임집행위원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차별금지 4월 내 제정 촉구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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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텐트촌)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거 같은데, 그들은 뭐라고 이야기하나.

종걸 : "매일 각기 다른 시민단체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며 이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다. 누군가는 차별없는 일터에서 일하고 싶다는 요구를 하고 누군가는 성평등을 외친다. 모두 혐오와 차별의 정치를 끝내자는 요구다."
미류 : "정치인들도 많이 온다. 민주당 의원들도 많이 왔는데 이게 참... 직책에 따라 말이 다르다. 의원들은 지도부가 결단하기 전에 뭘 나서서 하기 어렵다고 하고, 지도부는 의원들 의견이 모이지 않았다고 하고... 서로가 서로를 핑계 삼아 법 제정이 지연되는 이유를 설명하더라."

- 텐트촌 바로 옆에도 교회 이름을 달고 차별금지법제정을 반대하는 측이 시위를 하고 있다. 

종걸 : "맞다. 시간이 지날수록 목소리가 커지는 것 같다. 제정하려는 분위기가 보인다 싶으니까 반대하는 쪽에서도 힘을 쓰려고 하는 것 같다."
미류 : "반대 측의 주장은 15년째 한결같다. 차별금지법이 동성애와 에이즈를 확산시킨다는 거다. 상식적으로 말이 되나? 의원들이 이곳을 방문해서 하는 말도 다 비슷하다. 차별금지법 제정될까 봐 목사님들이 그렇게 찾아온다고 한다. 이 역시 15년째 듣는 말이다. 그런데 사회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졌다. 차별금지법이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말을 누가 믿나. 국회도 더는 교회 핑계를 대지 말아야 한다."

"차별금지법, 모두를 위한 사회보험"
 
차별금지법저정을 위해 단식 중인 활동가 미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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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혐오의 근간이 되는 차별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 제정에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하나.

종걸 : "평등의 원칙을 세우고 차별을 구제하는 시스템을 만들어간 해외 사례를 참고하면, 혐오·차별은 늘 당사자들이 나서서 요구해야 바뀌었다. 차별 받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고 힘내서 싸워야 정치·권력의 주체가 응답하는 식이다. 우리 사회 역시 사회적 소수자·약자가 목소리를 내면서 처음 운동을 시작했다. 그 목소리에 점차 사람들이 반응하고 연대하고 지지하는 시간이 걸렸던 거다. 15년이나 걸렸지만 그 사이 시민의 평등의식과 차별의 민감도도 커졌다고 본다."  

- 동시에 차별금지법이 성소수자와 관련 한정된 채 해석되는 분위기도 있다.

종걸 : "맞다. 아쉬운 부분인데, 처음 법 제정에 앞장선 이들이 성소수자여서 그렇다. 법 제정과 관련한 투쟁을 여기까지 끌고 온 데에 이들의 노력이 상당했다. 지금은 좀 더 많은 이들, 여성·장애인·이주민 등이 연대하고 있다. 그리고 코로나를 겪으며 더 많은 사람이 차별을 경험했다. 올해 대통령 선거를 치르며 여가부 폐지나 장애인 이동권 운동과 관련해 혐오를 조장하는 이야기들이 나왔는데, 결국 이것이 왜 차별금지법이 필요한지 드러난 계기 같다."

미류 : "차별금지법 제정을 지금까지 이끌고 온 데에 가장 상징적인 존재가 성소수자였다. 긴 시간이 흘러 이 법이 성소수자뿐 아니라 모두를 위한 법이라는 게 알려지기까지 성소수자의 노력이 컸다. 차별금지법 제정이 목전에 다다른 지금, 자신을 드러내며 이 운동을 시작한 성소수자에게 사회는 고마워해야 한다."

- '먹고 살기도 바쁜데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고 무엇이 바뀌느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을 거다.

종걸 : "차별금지법을 설명할 때마다 '나를 혼자 두지 않는 법'이라고 말한다. 우리 누구나 억울한 일, 부당한 일을 겪을 수 있지 않나. 정작 당하고 보면, 개인이 이런 일에 맞서기는 쉽지 않다. 그때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 '(현실에) 맞서도 된다, 당신은 차별받으면 안 된다'라는 근거가 되는 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군가 이 법을 통해 차별의 굴레에서 빠져나오게 되면, 이 자체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힘'이 될 거다. 누구나 차별에 숨지 않을 수 있도록 용기를 낼 수 있게 하는 법이다."

미류 : "차별당하는 사람들은 자기 경험을 말하기 수치스러워한다. 이를 공론화했을 때 불이익을 당하기도 하고. 차별이라는 말을 꺼내는 거 자체가 '내게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두려워하며 위축되기 마련이다. 차별금지법은 그런 누군가에게 차별은 '구조적 문제'라고 말하는 법이다. 윤석열은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고 말했지만, 모든 차별은 구조의 문제를 품고 있다. 개인적으로 차별금지법이야말로 우리에게 사회보험이라고 설명한다."

- 차별의 책임을 '나'가 아닌 사회, 구조로 돌린다는 뜻인가.

미류 : "맞다. 무엇이 차별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는 아무도 차별을 만들어내는 구조에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 그런데 차별금지법이 있다면? 차별을 평등으로 바꿔나갈 책임이 개인뿐 아니라 국가에도 있는 것이다. 나 혼자서 외롭지 않게 싸울 수단이 되는 게 바로 차별금지법이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이종걸 공동대표(오른쪽)와 미류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책임집행위원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차별금지 4월 내 제정 촉구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하고 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이종걸 공동대표(오른쪽)와 미류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책임집행위원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차별금지 4월 내 제정 촉구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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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어떤 기분일까. 

종걸 : "고생한 순간들이 모두 떠오를 것 같다. 차별을 견디다 못해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하나 지나가면서... 한편으로는 법 제정 이후에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고 대응해야 할지 고민하게 될 것 같다. 여러 사람이 차별에 대해 말하고 문제를 제기할 텐데, 개인적으로 그런 일들이 벌써 기대된다." 

미류 :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는 회의장에서 참관할 생각이다. 그때까지 우리가 쓰러지지 말아야 하는데... 그 기분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겠지. 하지만 그 순간을 상상하며 매일 버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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