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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주 진보당 대전 서구의원 후보를 만나다
 이영주 진보당 대전 서구의원 후보를 만나다
ⓒ 권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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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급식 조리노동 문제에 대한 개선 요구 움직임이 시작된 지 오래지만, 현재 노동자들이 처한 노동 현실의 변화는 요원해 보인다. 학교 급식노동자들에겐 꿈이 있다. 위험하지 않은 일터, 아플 때 쉴 수 있는 일터에서 차별 없이 일하고 싶은 꿈이다.

이에 노동자 직접정치를 실현하고자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출사표를 던진 후보가 있다. 대전광역시 서구 가선거구에 출마하는 진보당 이영주 후보다. 그는 24년째 학교 급식실 노동자로 일해왔으며 현재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전지부장, 대전교육청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공동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사회에서 꼭 필요한 노동의 가치가 하락하고 수많은 노동자의 목소리가 탈정치화된 시대에서 노동자 직접정치 도전은 유의미한 행보다. 이 후보는 실제 노동 현장과 정치 사이의 거리를 없애고, 사회 필수 노동의 가치를 향상하는 데 역점을 둔 정치를 하고 싶다. 공적 영역에서 가시화되지 않지만, 사회의 기본 뿌리를 떠받치고 있는 가정과 사회의 모든 노동자의 편에 서고 싶은 후보다.

지금껏 노동조합 활동을 통해 배우고 얻은 연대의 가치를 지역으로 확장하여 구석구석의 주민과 나누고 싶은 이영주 후보는 이제 지역 일꾼이 되고 싶다. 그를 만나 지방정치 도전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6.1지방선거에 도전하는 이영주 후보의 일상
 6.1지방선거에 도전하는 이영주 후보의 일상
ⓒ 이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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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정치 도전인데 몸도 마음도 바쁘시죠.
"많이 바쁘죠. 제 활동의 시작엔 노동조합이 있잖아요. 더욱 열심히 조합원들 만나고 있고요. 주민들께는 아침, 저녁으로 인사하고 있어요. 아침엔 등교하는 학생들 손 붙들고 가는 엄마들이 많이 보여요. 아이 등교시키고 출근하는 분들이 꽤 있는 것 같고요.

맞벌이 가정 주민이 많다는 것을 한 눈에도 알 수 있는 거죠. 물론 차량으로 출퇴근하여 직접 얼굴을 볼 수 없는 주민들도 많지만, 열심히 인사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그 밖에도 주민들 일상이 있는 곳 어디라도 찾아다니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저는 현재 출마한 선거구에서 오래 산 사람이에요. 제 나이가 쉰이 넘었는데 이쪽에서 여덟 살 때부터 살았으니까요. 부모님 따라 여덟 살에 여기 와서 쭉 살았는데 결혼하고도 이쪽에서 살고 있네요. 그게 강점으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 개인적 친분에 의해 지지자 소개도 많이 받고 있거든요."

- 출마하면서 다진 각오도 남다를 것 같아요.
"노동자로 살다 노동조합 활동을 하였고 이제는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거잖아요. 새로운 도전을 통해 제3의 인생을 시작한다는 생각에 부담도 크고 각오도 많이 다졌죠. 과거 노동조합 하기 전의 저는 중앙에서 몇 발짝 떨어져 있는 사람이었어요.

그러다 노동조합을 만나 지부장이라는 직책까지 맡으면서 어쨌든 공적 자리에 나서서 말해야 하는 입장이 되었죠.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던 사람이 그것을 해야만 하는 사람이 된 거예요. 이제는 또 다른 입장이 되어 주민들 앞에 나서고 있네요. 노동조합을 통해 단련이 되어 있지만 여전히 주민들 만날 때는 쑥스러워요. 그래도 굳게 다진 각오 덕분에 잘 버티고 있습니다."

- 제3의 인생을 시작한다는 표현이 인상적이에요.
"과거 제 딸이 해줬던 말에서 영감받아 나온 표현이에요. 제가 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했을 때 딸이 제게 한 말이 있어요. '엄마는 제2의 인생을 사는 것 같아'라는 얘기를 했어요. 왜냐하면 노동조합을 통해 제 시야가 확장됐거든요.

그저 일만 하고 퇴근해서 집에 가면 살림하는 엄마로만 살았다면 생각하지 못했을 것들을 제 삶으로 받아들이게 된 거죠. 제 변화를 보며 딸이 제게 해줬던 그 말이 잊히지 않더라고요. 제2의 인생을 산다는 그 말. 그러다 이제 정치를 하겠다고 나온 거잖아요. 또 다른 공부와 더 큰 노력이 필요해졌어요. 그러니까 저는 스스로 제3의 인생을 시작했다고 보는 거예요."
 
구의원 출마와 관련해 조합원들과 소통하는 이영주 후보
 구의원 출마와 관련해 조합원들과 소통하는 이영주 후보
ⓒ 이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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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조합원들과 소통했다면 이제는 주민과의 소통이 필요한 건데 그런 변화 때문에 어려운 점은 없으신지 궁금해요.
"어렵죠. 조합원들과는 공동의 가치와 목표를 추구하는 연대 의식이 주로 이미 확립된 상태로 만나지만 주민은 그게 아니니까요. 주민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다'는 말이에요. '이런 선거 없어져야 해'라는 분들도 많아요. 충격적이죠. 그간 기회를 얻어왔던 정치인에 대한 실망감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정치에 관심이 없거나 혹은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계신 대다수의 주민에게 저를 알리는 일은 굉장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에요. 거리에서 만나는 주민에게 저를 알릴 수 있는 도구는 제 몸과 피켓, 그리고 작은 명함 한 장뿐이에요. 이 한정된 도구에 담을 수 없는 제 이야기를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대화를 시도하지만 소통하기가 참 어려워요."

- 기성정치를 향한 불신을 어루만지는 게 중요한 과제겠네요.
"주민의 불신이 그냥 나온 게 아닐 테니까요. 기존 정치인들에게 받은 상처 때문인 거죠. 선거 기간만 되면 부탁하는 사람들이 당선된 다음에는 볼 수 없어서 실망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주민들 기대에 부응을 못 했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그러면 만약 내가 당선된다면 나는 뭘 어떻게 해야 하지? 주민과 어떤 형태와 내용으로 소통해야 할까? 그런 고민을 계속하고 있어요. 주민들 한 마디 한 마디가 저한테는 숙제로 남는 거죠."
   
- 학교 급식실 비정규직 노동자로 오랜 기간 일하셨잖아요. 그러다 노동조합 활동을 하게 된 건 어떤 이유에선지 듣고 싶어요.
"지금은 매년 사직서 쓰고 다시 계약하는 형태는 아니지만 늘 고용불안이 있었죠. 학교에서는 항상 외부인 취급을 받아왔고요. 회식할 때만 봐도 그래요. 전 직원 회식 자리에 우리를 끼워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하고 차별하는 게 적나라하게 느껴지거든요.

회식할 때 가면 우리는 보통 어느 구석 자리쯤에 앉아서 우리끼리 앉아있다 와요. 회식 자리에서 특별히 우리를 콕 찍어서 소개할 때가 있거든요? '오늘은 특별히 맛있는 급식을 책임져주시는 급식실 선생님이 오셨다'라고 소개해요. 그럴 때면 우린 학교에서 완전한 외부인이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돼요. 물론 임금 차별도 있고요.

급식실은 집단 노동 현장이에요. 노동자 전체가 합을 맞춰서 같이 일하는 환경인 거예요. 누구 하나 빠지면 힘들어지는 노동 환경이죠. 그러니까 노동자 개인의 부담이 엄청나게 커요. 내가 사정이 있어 빠지면 다른 누군가는 힘들어진다는 게 괴롭죠. 그래서 아파도 못 쉬고 나와서 일하는 거예요.

대체 인력이 있어도 쉬질 못해요. 대체인력 와서 어설프게 일하는 것보다는 아파도 내가 하는 게 낫지, 그래야 더 수월하겠지. 내 동료가 힘들어지는 게 싫은 거예요. 물론 병가도 있고 연차도 있어요. 근로기준법에서 보장하고 있어요. 그런데 제대로 쓰질 못해요. 이건 그냥 동료애로 받아들일 수 없는 문제에요.

그런데 이 문제를 교묘하게 잘 이용하는 관리자들이 있어요. 노동자가 집단을 위해 희생하건 말건 그날의 한 끼 식사가 식판에 잘 올라오면 그걸로 끝이에요. 돌보지 않는 거죠. 무시하면 일단 급식실은 별 탈 없이 유지되잖아요. 이런 여러 문제 때문에 노동조합이 필요한 거고요. 2011년도에 노동조합을 결성했으니까 올해로 11년째네요. 진짜 많이 바뀌었어요."
 
2021년 10.20 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 총파업대회 현장에서
 2021년 10.20 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 총파업대회 현장에서
ⓒ 이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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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해요.
"이슈가 생기면 노동조합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노동자 개인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많아요. 한 사례로 건강권 문제를 들 수 있겠네요. 급식 노동자들이 조리만 하는 게 아니라 청소 업무까지 해요.

여기서 후드 청소가 문제의 대상이 되죠. 보통 후드는 열을 가하는 곳 위에 있어요. 그러니까 밥솥이나 튀김솥 위에 후드가 있는 거죠. 이 후드를 닦으려면 솥을 밟고 올라가야 해요. 전용 세제를 이용해서 닦아야 기름때가 닦이는데 그 세제가 엄청나게 독해요. 장갑을 끼고 청소해도 그 세제가 장갑을 벗어나 팔 안쪽으로 흐르는 게 부지기수에요. 그럼 화상을 입게 돼요. 이런 위험성과 관련한 대책도 없이 닦으라는 지시가 있으니까 일단 올라가 닦는 거예요.

위험은 화상 말고도 더 있어요. 그렇게 올라가서 닦다가 떨어져서 갈비뼈가 부러지기도 해요. 세제 물이 아래로 계속 흐르니까 바닥이 미끄러워지고, 그래서 잘못 떨어지면 미끄러져 크게 다치는 거죠.

노동조합 안 했을 때는 이런 문제에 대응할 수가 없었어요. 산재 신청해야 하는 줄도 몰랐죠. 지금은 조합원들 모두 이런 문제가 생기면 당연히 산재 처리를 해야 한다고 인지하고 있어요. 저희가 교육청과 함께 산업안전보건위원회도 만들었어요. 어렵게 투쟁해서 얻어낸 결과죠.

전에는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디에 도움 요청해야 하는 줄도 몰랐잖아요. 아프거나 다치면 방학 때는 어차피 일을 못 하니까 개인 병가 내서 치료받고, 방학이 끝나면 뾰족한 방법이 없으니까 그냥 그 몸으로 나와서 일했거든요."
   
- 노동조합 경험을 통해 연대의 긍정적 힘을 얻은 거네요. 이번 선거 출마와 관련해 조합원들의 지지가 컸을 것 같아요.
"노동조합이나 하지, 뭔 정치를 한다고? 이런 소리 들을까 봐 걱정도 많이 했어요. 그런데 기우였어요. 조례나 법을 만드는 것은 정치의 영역이잖아요. 그런데 그들 중에 우리 편이 없어요. 조합원들 모두가 공감하시죠.

거대 양당 의원 중에 과연 최저임금을 고민하는 사람이 있는지, 위험에 노출된 환경에서 일하는 우리의 노동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 있는지, 우리가 도대체 왜 머리를 깎고 밥을 굶어가면서 국회 앞에서 투쟁하고 청와대 앞에서 노숙 농성을 해야 하는지, 이런 질문이 더해지고 더해져서 공감이 쌓인 거죠. 조합원들 스스로 지지해줄 유권자를 찾아 나서는 경우도 많아요. 우리 노동자들을 위한 정치를 직접 해보자는 마음이 모인 것 같아요."

- 이번 선거에서 노동자들을 포함하여 지역구 주민까지 아우를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할 텐데
"당선된다면 기초의원이 할 수 있는 일을 제대로 해보려 해요. 2020년도만 해도 순세계잉여금이 571억이더라고요. 이렇게 남는 세금을 사회의 꼭 필요한 곳에 분배할 계획입니다.

제 지역구엔 다양한 세대가 어우러져 살고 있어요. 돌봄이 필요한 어린아이부터 사회경제적 지지가 필요한 청년세대, 기댈 곳 없이 버텨야 하는 중장년세대, 그리고 필수 돌봄이 필요한 고령세대가 모여 사는 곳이에요. 돌봄 정책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주민에게 거둬진 세금을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주민을 위한 일에 쓰고 싶어요. 특히 돌봄의 사각지대를 지금보다 더 면밀히 파악해서 지역 차원에서 책임질 수 있는 체계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품고 있어요. 국가에서 책임지지 못한 돌봄 문제를 지역에서부터 실현해보고 싶어요. 

사람은 누구나 하나의 정체성만으로 살진 않아요. 저도 학교에서는 노동자고, 노동조합에서는 노동운동을 하고 있지만 집으로 돌아가면 지역 주민이에요. 제가 지닌 모든 정체성을 분리하지 않고 이번 선거에 임하고자 해요.

노동조합이 작은 세계였다면 지역 정치는 좀 더 큰 세계인 거죠. 노동자들을 직접 찾아가 소통하여 의견을 듣고 힘을 합쳐 문제를 개선하였던 노동조합에서의 경험을 통해 저는 이미 정치인의 자격을 얻었다고 생각해요. 거대 양당의 힘으로 당선되어 권력을 독점하고 유지해온 정치인들이 할 수 없던 것을 우리 진보정치가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태그:#제8회전국동시지방선거, #대전광역시, #서구가선거구, #이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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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연재 6.1지방선거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생애, 문화, 다양한 사회현상에 관해 공부하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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