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우리와 가장 맞닿아 있는 술 중 하나인 맥주. 우리는 맥주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문화로서의 맥주를 이야기하고,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에 관하여 이야기합니다.[기자말]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주요 기업인들을 초청해 개최한 '주요 기업인과의 호프미팅'에서 소상공인 업체의 수제 맥주를 직접 따르고 있다. 2017.07.27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주요 기업인들을 초청해 개최한 "주요 기업인과의 호프미팅"에서 소상공인 업체의 수제 맥주를 직접 따르고 있다. 2017.07.27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2017년 7월,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상춘재에서 기업 경영자들을 초대해 '주요 기업인과의 호프미팅'을 열었다. 당시 문 전 대통령과 기업인들은 수제 맥주 업체인 세븐브로이의 '강서 마일드 에일'을 마셨다. 보통 만찬주로는 와인이나 전통주가 제공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이례적인 선택이었다. 대통령이 손수 레버를 당겨 맥주를 따라 마시는 모습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수제 맥주를 즐겨 마시던 모습을 연상시켰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수제 맥주라는 단어는 그때보다 익숙하게 다가온다.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2020년 수제 맥주의 매출 규모는 1180억 원 가량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요즘 수제 맥주를 만날 수 있는 첫 번째 통로는 편의점이다. 대기업과 손을 잡은 콜라보레이션, MBTI 등 유행하는 문화를 빌려온 패키징은 소비자의 흥미를 자극한다. 그러나 맛에서는 새로움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대부분이 비엔나 라거 등 특정 스타일에 한정되어 있다. 수제 맥주의 지향점인 창의성이 얼마나 발현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마케팅에 앞서 콘텐츠의 질이 우선해야 한다.

얼마 전 편의점에서 '수제 맥주의 자존심'이라는 글씨가 적힌 맥주캔을 보았다. 수제 맥주의 자존심을 지키는 것은 다름 아닌 '맛'이다. 그러나 맛있는 수제 맥주를 접할 수 있는 통로는 한정적인 편이다. 지방에 거주할수록 더욱 그렇다. 아직 맥주 배송도 허락되지 않는 이 나라에서, 어떤 방법이 있을까? 맥주를 양조하고 판매하는 브루어리(양조장)나 펍에 직접 찾아가는 방법이 있겠고, 맥주 전문 바틀숍에 찾아가는 방법도 있다. 예전보다 품목은 줄었지만 대형 마트에서도 수제 맥주를 판매하고 있다.

'굳이 이 고생을 해서 맥주를 마셔야 하는가' 묻는다면, 대기업 맥주에서 찾을 수 없는 다양성의 재미를 찾는 것이라 대답하겠다. 고유성과 독창성, 다양성을 추구하는 국내 브루어리를 몇 개 소개해 본다. 약간의 성의만 기울인다면, 혀와 코에 새로운 감각을 선사할 수 있다.

수제 맥주의 근본, 그것은 다양성
 
맥파이 브루잉과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협업으로 탄생한 디아블로 2 맥주
 맥파이 브루잉과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협업으로 탄생한 디아블로 2 맥주
ⓒ 이현파

관련사진보기


지난 4월의 어느 날, 녹사평역 인근에 많은 '맥덕(맥주 마니아)'들이 모여 야외에서 맥주를 마셨다. 수제 맥주 브루어리인 맥파이 브루잉의 1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 때문이었다. 맥파이는 2011년 문을 연, 한국 수제 맥주의 1세대 브루어리다. 한국에 거주하는 4명의 외국인이 연 이태원 브루펍에서 시작되었고, '피맥(피자+맥주) 맛집'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2016년부터 제주도의 감귤 창고를 양조장으로 개조했다.

맥파이의 장점은 단연 다양성이다. 페일 에일과 아이피에이, 포터, 쾰쉬 등의 정기적으로 생산하는 맥주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프릳츠 커피와 협업한 커피 맥주 '첫차' 역시 권할 만하다. 이들은 계절에 맞춰 다양한 맥주를 출시한다. 겨울에는 소금과 캐러멜을 곁들인 고도수의 흑맥주, 봄철에는 산뜻한 세종, 독일의 축제용 맥주인 '마이복'을 내놓는 식이다.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하면서도 실패하는 일이 적다(물론 망고와 하바네로를 섞은 '뙤약볕'처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 경우도 있다).

마케팅에도 소홀하지 않다. 지난해에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와 협업하여 '디아블로 2 : 레저렉션' 맥주를 내놓으면서 맥주 팬들과 게임 팬들의 관심을 고루 받았다. 독특한 콜라보레이션은 물론, 맥주의 맛, 이미지와 잘 조응하는 패키징 디자인도 호평을 받고 있다. 단연 한국 수제 맥주의 얼굴이라 부를 수 있는 브루어리다.

다양성을 과시하는 브루어리는 더 있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에 위치한 끽비어 컴퍼니다. 2018년 서울 을지로 펍에서 출발해서 그해 연말부터 양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20년 자체 양조장을 설립한 이후 여러 종류의 맥주를 내놓고 있다. 특히 끽비어 컴퍼니를 주목하게 만드는 지점은 '월간 끽비어 프로젝트'다.

가수 윤종신이 진행하던 '월간 윤종신'을 생각해도 좋겠다. 2021년 3월부터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한 달마다 새로운 종류의 맥주를 내놓는 프로젝트다. 잘 숙성된 필스너 라거를 지향한 '데이 60', 검은색 IPA인 '검정새', 제주도산 옥수수와 바닐라 빈을 섞은 에일 '콘 퍼 세컨드' 등 재미있는 스타일의 맥주를 내놓는다. 부지런히 새로운 맛을 연구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할 만하다.

각자의 장기 살리는 브루어리들

'가장 잘하는 것'에 특화된 브루어리도 많이 있다. 서울에 소재한 크래프트브로스가 대표적이다. 크래프트브로스는 2014년 강남 서래마을에서 시작된 브루어리다. 최근 맥주 마니아들 사이에서 크래프트브로스는 '뉴 잉글랜드 IPA' 맛집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뉴 잉글랜드 IPA는 2010년대 후반 이후, 전 세계 크래프트 맥주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맥주 스타일이다. 다량의 홉을 활용해 열대 과일과 같은 풍미와 질감을 만들어내며, 쓴맛은 줄여서 음용성이 좋다. '라이프', '원스어폰어타임' 등, 크래프트브로스가 내놓는 IPA 시리즈들은 매번 품귀 현상을 빚는다. 이외에도 서울 마포의 에일크루, 충남 서산의 칠홉스 등의 브루어리도 질 높은 IPA를 만들고 있다.

수제 맥주는 수도권 이외에도 다양한 지역을 거점으로 만개하고 있다. 부산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맥주의 고장이다. 갈매기 브루잉, 고릴라 브루잉 등 오랫동안 수제 맥주를 만들어온 업체들이 있다. 이중 가장 눈여겨 볼 만한 브루어리는 부산 해운대구 송정에 위치한 '와일드 웨이브'다. 와일드 웨이브는 독특하게도 '사워(Sour)' 맥주를 만드는 데에 특화된 곳이다.

사워 맥주는 젖산균이나 야생 효모를 통해 발효한 맥주로서, 쿰쿰한 산미가 특징적이다. 여전히 사워 맥주의 인지도는 높지 않다. 하지만 와일드 웨이브는 수제 맥주에 대한 인지도가 지금보다 낮았던 2015년부터 사워를 중심축으로 삼았고, 스타일에 대한 탐구를 심화하고 있다. 대형마트에서 비교적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설레임'은 단연 이곳의 대표작이다. 새로운 맛의 세계를 도전하기에 좋은 선택지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중 음악과 공연,영화, 책을 좋아하는 사람, 스물 아홉.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