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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산에서 장녹 나물을 뜯어왔다. 사먹을 수도 없는 귀한 나물이다.
▲ 장녹 나물 동생이 산에서 장녹 나물을 뜯어왔다. 사먹을 수도 없는 귀한 나물이다.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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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은 내가 사는 아파트 길 건너에 살고 있다. 아직 젊은 동생은 외부 활동을 많이 하기 때문에 우리집에 먹을 것을 잘 가져 온다. 어제는 친구를 만나 산에 갔다가 장녹나물을 잔뜩 뜯어왔다고 나를 부른다. 요즈음 산에 가면 그늘에 장녹나물이 많이 자라고 있다. 장녹나물은 다른 나물과 달리 연해서 치아가 부실한 노인들이 먹기 알맞다. 나물을 다듬어 집에 가지고 와서 삶아 물에 이틀 정도 담가 놓았다가 무쳐 먹는다.

장녹나물의 다른 이름은 자리공이다. 풍문에는 독이 있다고 말은 하지만 끓는 물에 삶아 이틀쯤 물에 우린 다음 고추장, 된장과 마늘, 참기름 넣어 조물조물 무쳐서 먹으면 연하고 또 다른 별미다. 장녹나물은 삶아 물에 우린 다음 건조해서 나물이 귀할 때 물에 불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볶아 먹으면 어떤 고기반찬보다 맛있다. 그 나물 맛은 먹어본 사람만이 안다.

그러나 시장에서 파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왜 그런지 그건 모르는 일이다. 봄철 들에 나가면 이름 모를 나물들이 많지만 시장에서는 팔지 않는다. 사실 장녹나물은 나도 잘 모르는 나물이었지만 지인으로부터 정보를 듣고 몇 년 전부터 먹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망설이며 멈칫거렸는데 지금은 그 나물을 먹고 그 맛에 반해서 매년 챙겨 먹고 있다.

특히 삶아 말린 나물이 훨씬 맛있다. 봄에 나오는 나물은 우리가 다 알지 못할 정도로 그 종류가 다양하다. 그러나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먹는 나물만 먹는다. 사람마다 향기가 다르둣 나물도 나물마다 맛과 향이 다르다. 사람이 저마다 살아가는 모습이 다르듯이 나물도 각기 다른 효능과 역할이 다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밥상에서 빠지지 않는 반찬인 나물
 
장녹 나물을 삶아 물에 이틀정도 우린 다음 고추장 된장과 갖은 양념 참기름 마늘 깨소금을 넣고 무친 나물.
▲ 장녹 나물 장녹 나물을 삶아 물에 이틀정도 우린 다음 고추장 된장과 갖은 양념 참기름 마늘 깨소금을 넣고 무친 나물.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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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물을 삶은 뒤 찬불에 이틀 정도 우려내야 한다. 그 점이 번거로워 선호하지 않는 나물이 아닐까 생각해 보지만, 나물을 먹어보면 그 생각이 달라진다.

들에서 나오는 나물, 산에서 나오는 나물은 4~5월에서 만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기는 산에서 나오는 나물은 고사리, 취나물 정도만 알고 있지만 봄이면 한 번도 못 먹고 계절을 넘기는 나물도 많다. 시장에서도 사람들이 선호하는 나물만 팔고 있어 알려지지 않은 나물은 내가 캐거나 지인에게 얻어먹는 경우가 있다.

특히 우리의 먹거리, 나물은 시골밭 두덕이나 들에 가면 만날 수 있는데 요즘 나물 캐는 사람은 드물다. 예전에 시골에서는 봄만 되면 바구니를 들고 나물 캐러 가는 것이 일이었다. 그 시절에는 나물을 사서 먹는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돈이 귀하고 어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은 세상이 많이 변하여 나물 캐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는 어려서 도시에서 살았지만 큰집에 놀러가면 사촌 언니 따라 나물 캐러 간 적이 있다. 싸랑부리 나물, 닦지 나물, 광대나물, 원추리 나물 등이 대강 생각나는 나물이다. 그보다 더 많은 나물이 산과 들에 지천이었으니 봄이 오면 밥상에 나물 반찬이 매일 올라왔다. 자연 음식을 먹고 공해가 없어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지금처럼 병원에 다니지 않고도 잘 살아왔다.

지금은 볼 수 없는 싸랑부리 나물은 쌉싸름해서 아무나 선호하는 나물은 아니다. 돌아가신 아버지는 그 나물을 좋아하셨다. 나는 그때만 해도 어떻게 그렇게 쓴나물을 먹을 수 있을까? 하고 놀랐다. 그렇지만 그 쓴나물이 약이 되는 나물이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나물은 우리 밥상에 빠지지 않는 반찬이다. 생명을 살리는 봄나물 먹거리를 부지런히 챙겨 먹으며 봄을 보낸다. 5월, 봄이 간다고 생각하니 나물에 대한 애정이 더 깊어진다. 이 봄 우리집 밥상에서 나물은 빠지지 않고 상에 오르는 주인공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태그:#장녹 나물, #봄 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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