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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부모로 잘 사는 법이 궁금했던 저는 자람패밀리(부모의 성장을 돕는 사회적기업)에서 자람지기로 일하며 부모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요즘 부모 다시보기' 시리즈는 '요즘 부모'들을 대표해 '부모나이 11살'인 제가 부모학 전문가 자람패밀리 이성아 대표에게 묻고 들은 내용을 정리한 글입니다.[기자말]
또래 부모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나는 부모답지 않은 부모인 것 같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내가 이상한 부모인가?', '엄마인 내가 아이를 떼어놓고 출근을 해도 괜찮나?' 의문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왜 저를 포함한 요즘 부모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으면서도 스스로를 좋은 부모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이유를 이성아 대표에게 묻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요즘 부모들,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요즘 부모들,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 ParentiPacek,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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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제가 좋은 엄마는 몰라도 괜찮은 엄마는 될 줄 알았어요. 어렸을 때부터 아이를 워낙 좋아했고, 풍족하진 않았지만 크게 부족하지 않게 가정교육 잘 받으면서 자랐거든요? 엄만 '해준 게 없어서 늘 미안하다'고 하셨지만 전 울 엄마 같은 엄마가 되고 싶었어요.
"어린 시절을 그렇게 기억 할 수 있다는 건 큰 축복이지요. 아연님이 닮고 싶은 엄마는 어떤 모습 인가요?"

내가 떠올리는 이상적인 부모

- 우선 아침밥을 거른 기억이 없어요. 늘 갓 지은 밥에 따뜻한 국을 차리고 저를 깨우셨어요. 밥을 먹는 동안 옆에서 과일을 깎아 주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묻곤 하셨고요. 밥을 먹기 싫을 때도 많았지만, 매일 새벽에 일어나 밥을 새로 하는 게 얼마나 수고스러운 일인지 알잖아요. 저는 지금 기껏해야 토스트, 큰 마음먹어야 유부초밥 정도가 아침이거든요. 아이들이 밥을 먹고 있을 때 제가 어릴 때 먹던 아침이 생각나서 '이러고도 내가 엄마 소리를 듣네' 싶을 때가 있어요.
"음… 얼마 전 부모들과 버킷리스트 워크숍을 진행했는데, 그 자리에서 한 엄마가 이런 이야길 하셨어요. 아이가 중학생이 되는데 그동안 일을 하느라 남의 손 빌려서 아이를 키웠다고, 따뜻한 밥 한끼 잘 차려 준 적이 없다고요. 그래서 올해 된장국을 최소한 10번은 끓여주고 싶다고 하셨어요. 엄마 노릇 해보고 싶으시다고요."

- 저도요. 출근하느라 아이들 밥 한끼를 제대로 못 해먹이는 게 그렇게 아쉽고 미안하더라고요.
"제대로라… 더 자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일어나 토스트, 유부초밥을 만들어 주곤 한다면서요. 그 밥 먹고 아이들도 잘 자라고 있잖아요. 우리 부모님 세대는 맞벌이하는 경우가 적고, 역할 구분이 안 밖으로 나눠져 있는 경우가 많았어요. 90년대만 해도 맞벌이가구의 비율은 20% 남짓이었으니까요. 80년대생의 요즘 부모들이 기억하는 엄마, 아빠는 맞벌이를 하는 경우가 더 적었겠죠.

TV드라마에서 보여지는 부모는 아빠는 출근하고 엄마는 살림과 육아를 하는 모습이었어요. 엄마는 집안을 말끔하게 정리하고 보글보글 된장찌개를 끓여 놓고 아빠를 기다려요. 아빠가 퇴근해 집에 오면 '얼른 손 씻고 오세요. 밥 차려 놨어요. 얘들아, 아빠 오셨다. 인사 드리고 밥 먹자'라고 하고요. 우리가 이상적으로 기억하는 엄마, 아빠, 가족은 대부분 이런 모습일 거예요."
 
부모를 떠올리면 요리하고 있던 엄마가 떠오릅니다.
 부모를 떠올리면 요리하고 있던 엄마가 떠오릅니다.
ⓒ jsnbrsc,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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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아요. 제가 기억하는 저녁 풍경도 그래요. 아빠가 늦게 퇴근하셔서 같이 저녁을 먹는 날이 많진 않았지만, 엄마는 늘 집에서 우리 삼남매를 보살펴 주셨고, 집안에는 음식 냄새가 가득했었어요.
"지금, 아연님 가족의 저녁은 어떤 풍경이에요?"

오늘은 예전의 '그 때'가 아니에요

- 남편이 먼저 퇴근해서 아이들과 놀고 있으면 제가 집에 도착해 간단히 저녁을 차려요. 저녁 먹으며 오늘 하루를 각자 어떻게 보냈는지 나누고, 다 먹으면 남편은 뒷정리를 하고 저는 아이들과 놀죠.
"편안하세요?"

- 네… 크게 불만스러운 부분은 없어요. 
"그럼 충분하지 않나요? 아연님과 어머니는 서로 다른 세대의 엄마예요. 어머니는 전업 주부셨고, 아연님은 직장 생활을 하고 있죠. 엄마라는 역할은 같지만 엄마로 사는 환경이 달라요. 그렇다면 엄마로 사는 방법 역시 다른 게 자연스럽지 않을까요? 부모 역할의 본질은 아이들을 사랑하고 보살피는 거예요. 그 방법이 맛있는 반찬집에서 반찬을 주문하고 밀키트로 생일상을 차린다고 부족한 건 아니지요. 

아연님이 아이들을 사랑하지 않거나 돌보지 않는 게 아니잖아요. 어머니는 어머니의 방식으로, 어머니 세대에 맞게 엄마 역할을 수행하셨고, 나는 내 방식으로, 요즘 세대에 맞게 엄마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요. 전통적인 부모역할을 기준값으로 설정하고 양육방법을 똑같이 따라하려 한다면 버거운 게 많을 거예요."
 
오늘을 사는 저는, 지금 세대에 맞는 육아를 하겠습니다.
 오늘을 사는 저는, 지금 세대에 맞는 육아를 하겠습니다.
ⓒ guillepozzi,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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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네요. 엄마와 난 다른 환경에서 엄마로 살고 있는데, 전 엄마와 나를 비교하고 있었네요. 나는 엄마와 함께 있는 게 좋았는데, 아이를 떼어놓고 출근하는 게 미안했고 나는 엄마가 해주는 갓 지은 밥을 먹고 학교에 갔는데 우리 아이들은 빵을 먹고 학교에 가는 게 미안했거든요.
"출근하면서 죄책감을 갖는다는 엄마들이 많아요. 죄책감은 잘못에 대해 책임을 느끼는 거예요. 출근하는 게 잘못인가요? 오늘은 예전의 '그 때'가 아니잖아요. 내가 부모에 대해 가지고 있는 기준을 들여다보고 점검하면 괜한 비교나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 그러고보니 하루는 제가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해서 새벽부터 일어나 엄마처럼 한 상 차려준 적이 있거든요. 그때 아이들이 '엄마 이거 다 먹어? 어린이집 가면 간식 주는데…' 하면서 부담스러워했어요.
"그러네요. 아이들도 우리 어릴 때와 다른 환경에서 자라고 있으니 그때 내가 좋았던 행동이 오히려 적절하지 않은 부분들도 있겠네요. 부모가 된 이상 좋은 부모가 되고 싶다는 강렬한 바람이 생기는 건 자연스러워요. 하지만 내가 좋았던 기억을 똑같이 구현해내야 좋은 부모가 되는 건 아닐 수 있어요."

덧붙이는 글 | 자람패밀리(https://zaramfamily.com/)는 부모인 나와 가족의 행복한 삶에 대해 연구하고, 부모들의 연결과 성장을 돕는 사회적기업입니다. 이 시리즈는 브런치에 동시 게재합니다.


태그:#부모교육, #부모, #육아, #엄마, #부모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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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되고 새로운 세상을 만났습니다. 좋은 부모, 좋은 어른으로 성장해 좋은 삶을 함께 누리고 싶습니다. 자람패밀리에서 부모를 공부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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